
얼마 전 지인이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바꾸겠다며 혜택표를 보여줬습니다. 월 120만 원 정도 쓰는데 해외여행은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패턴이었습니다. 겉으로는 1천 원당 1마일 적립, 라운지, 발레파킹까지 좋아 보였지만 계산해보니 연회비를 빼고 남는 이득이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마일리지는 숫자로 보면 꽤 냉정합니다.
카드사에서 상품을 만들 때 마일리지 카드는 늘 매력적인 포장지였습니다. 현금 캐시백은 1만 원이면 1만 원으로 보이지만, 마일은 1만 마일이라고 쓰는 순간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실제 이득은 적립률, 사용처, 전월실적, 적립 제외, 연회비를 같이 봐야 나옵니다. 이 다섯 가지를 따로 보면 답이 안 나옵니다.
1. 1마일 가치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마일리지 카드를 볼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적립률이 아니라 1마일의 가치를 정하는 겁니다. 보통 항공권으로 잘 쓰면 1마일을 15원 안팎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좌석 승급이나 장거리 노선에 잘 맞추면 더 높게 잡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마일리지몰, 제휴 쿠폰, 단거리 항공권처럼 효율이 낮은 곳에 쓰면 1마일 가치가 8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천 원당 1마일 적립 카드라면 명목 적립률은 0.1%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마일을 15원으로 보면 1천 원 쓸 때 15원 적립, 즉 1.5% 혜택입니다. 1마일을 10원으로 보면 1.0%입니다. 같은 카드라도 사용자가 마일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집니다.
솔직히 마일을 쌓아놓고 몇 년 동안 쓰지 못하는 사람은 1마일 15원으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항공권 발권에 관심이 없고, 성수기 좌석 찾는 것도 귀찮고, 가족 일정 때문에 날짜 선택 폭이 좁다면 보수적으로 10원 정도로 놓고 계산하는 편이 맞습니다. 이 숫자를 낮게 잡아도 이득이면 그 카드는 꽤 괜찮은 카드입니다.
2. 전월실적은 카드가 이득을 주기 전의 문턱입니다
마일리지 카드에서 전월실적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조건은 그냥 안내 문구가 아닙니다. 그 문턱을 넘기지 못하면 적립률이 낮아지거나 부가 서비스가 빠집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보는 월 사용액과 카드사가 인정하는 실적 금액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보통 세금, 공과금, 아파트관리비, 상품권, 선불충전, 보험료 일부, 대학등록금, 수수료성 결제는 실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드마다 다르지만 이런 항목은 마일리지 카드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월 100만 원 썼다고 생각했는데 실적 인정액이 62만 원이면 혜택 구간이 달라집니다.
월 100만 원 소비자의 실제 계산
- 일반 쇼핑·외식·교통: 55만 원
- 관리비·통신비·보험료: 30만 원
- 온라인 간편결제: 15만 원
- 실적 제외 또는 적립 제외 가능성이 있는 금액: 30만 원 이상
이 소비자는 월 카드값은 100만 원이지만, 카드 약관 기준 실적은 70만 원 이하일 수 있습니다. 만약 주요 혜택이 전월실적 100만 원 이상부터 열린다면 혜택표에 적힌 숫자는 내 얘기가 아닙니다. 카드 혜택은 결제금액이 아니라 인정금액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3. 통합한도는 화려한 적립률을 잘라내는 칼입니다
마일리지 카드 중에는 특정 업종에서 2배, 3배 적립을 내세우는 상품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월 적립한도나 통합한도가 붙습니다. 이 한도가 작으면 고적립 문구는 앞부분만 화려하고 뒤쪽은 평범해집니다.
예를 들어 기본 적립 1천 원당 1마일, 특정 업종 1천 원당 2마일 카드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월 특별적립 한도가 2천 마일이라면 특별업종에서 200만 원을 쓰는 순간 더 받을 수 있는 추가 마일은 막힙니다. 그 이후 결제는 기본 적립만 됩니다. 월 300만 원 쓰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월 70만 원 쓰는 사람에게는 한도가 넉넉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카드 설명서의 고적립 구간을 거의 온전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마일리지 카드는 많이 쓰는 사람이 무조건 유리한 상품이 아닙니다. 소비액이 한도에 딱 맞는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
4. 연회비는 마일리지로 먼저 갚아야 하는 비용입니다
마일리지 카드는 연회비가 높은 편입니다. 국내전용보다 해외겸용이 높고, 프리미엄 카드로 갈수록 10만 원, 20만 원, 그 이상도 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연회비를 혜택에서 먼저 빼고 보는 겁니다.
연회비 10만 원짜리 카드가 1천 원당 1마일을 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마일 가치를 15원으로 보면 연회비 10만 원을 회수하려면 약 6,667마일이 필요합니다. 기본 적립만으로는 약 667만 원을 써야 합니다. 월평균으로는 56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적립 제외가 있으면 필요한 결제액은 더 올라갑니다.
연회비가 20만 원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조건이면 약 1만3,334마일이 필요하고, 기본 적립 기준 소비액은 약 1,334만 원입니다. 월 111만 원 이상을 꾸준히 써야 연회비를 마일로 겨우 회수합니다. 라운지, 무료수하물, 발레파킹 같은 부가 혜택을 실제로 쓰지 않는다면 높은 연회비 카드는 계산상 불리해지기 쉽습니다.
5. 이런 사람에게는 마일리지 카드가 맞고, 이런 사람에게는 안 맞습니다
마일리지 카드가 맞는 사람은 꽤 분명합니다. 첫째, 항공권을 직접 발권해본 경험이 있거나 날짜를 유연하게 맞출 수 있는 사람입니다. 둘째, 월 소비가 전월실적 구간을 안정적으로 넘고, 그 소비가 실적 제외 항목에 많이 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셋째, 연회비를 내고도 라운지나 여행 관련 혜택을 실제로 쓰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마일리지 카드가 안 맞는 사람도 분명합니다. 여행을 자주 가지 않거나, 마일 사용처를 매번 찾기 귀찮거나, 가족 여행처럼 날짜와 노선 선택이 좁은 사람입니다. 월 소비 대부분이 관리비, 세금, 보험료, 상품권, 충전식 결제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카드값은 큰데 적립 인정액은 작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보는 최소 기준
- 월 인정 소비액이 70만 원 이상이면 일반 마일리지 카드 검토 가능
- 월 인정 소비액이 120만 원 이상이고 해외여행이 연 1회 이상이면 프리미엄 카드 검토 가능
- 마일을 2년 안에 쓸 계획이 없다면 캐시백 카드와 비교 필요
- 연회비 회수 계산 후 남는 금액이 연 5만 원 미만이면 굳이 바꿀 이유가 약함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인정 소비로 쓰고, 1천 원당 1마일을 받는다면 1년 적립은 1만2천 마일입니다. 1마일을 15원으로 보면 18만 원 가치입니다. 연회비가 10만 원이면 순이득은 8만 원입니다. 나쁘진 않습니다. 그런데 1마일을 10원으로 보면 12만 원 가치이고, 연회비 차감 후 2만 원만 남습니다. 이 정도면 무실적 1% 캐시백 카드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마일리지 카드는 감성 상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산 상품입니다. 혜택표의 큰 숫자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 마일을 얼마짜리로 쓸 수 있느냐입니다. 저는 마일을 잘 쓰는 사람에게는 마일리지 카드가 여전히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다만 쓰지 못한 마일은 혜택이 아니라 숫자 장식에 가깝습니다. 카드가 좋은지보다 내 소비와 여행 습관이 그 카드를 감당하는지가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