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카페 메뉴판에 넣을 작은 일러스트가 필요하다며 AI그림을 만들어봤는데, 같은 도구를 써도 결과물이 꽤 들쭉날쭉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고양이 그려줘”처럼 짧게 입력했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는데, 몇 가지 조건을 붙이니 갑자기 쓸 만한 이미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AI그림은 버튼 하나로 끝나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원하는 장면을 얼마나 또렷하게 설명하느냐가 결과를 크게 가릅니다. 그림 실력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대신 머릿속 이미지를 말로 잘 쪼개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AI그림은 설명이 반이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너무 짧게 쓰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 캐릭터”라고만 쓰면 AI는 품종, 색감, 표정, 분위기, 그림체를 스스로 추측합니다. 그러니 결과가 귀엽긴 한데 어딘가 내 생각과 다른 그림이 나오기 쉽습니다.
조금만 바꿔보면 차이가 큽니다. “흰색 말티즈 강아지가 노란 우비를 입고 비 오는 골목을 걷는 장면, 따뜻한 동화책 일러스트 느낌, 부드러운 파스텔 색감”처럼 쓰면 방향이 훨씬 뚜렷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길게 쓰는 것보다 빠뜨리지 않는 겁니다.
- 대상: 사람, 동물, 사물, 장소
- 행동: 앉아 있음, 달리는 중, 웃고 있음
- 분위기: 따뜻함, 차분함, 미래적, 빈티지
- 스타일: 사진풍, 수채화, 3D 캐릭터, 포스터
- 구도: 정면, 측면, 클로즈업, 넓은 풍경
이 다섯 가지를 넣으면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듭니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은 특별한 문장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그림을 작은 조건으로 나눠 말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긴 문장보다 틀을 쓰는 게 편하다
처음부터 멋진 문장을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막힙니다. 저는 보통 “무엇을, 어디에서, 어떤 분위기로, 어떤 스타일로”라는 틀을 씁니다. 이 틀만 있어도 블로그 썸네일, 상품 소개 이미지, 캐릭터 시안 정도는 꽤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쓸 수 있는 기본 틀
“[대상]이 [장소]에서 [행동]하는 장면, [분위기], [그림 스타일], [색감], [구도]”처럼 쓰면 됩니다. 예를 들어 “20대 여성이 책상 앞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장면, 집중하는 분위기, 깔끔한 디지털 일러스트, 민트와 흰색 중심의 색감, 살짝 위에서 내려다본 구도”처럼요.
사진 같은 이미지를 원한다면 조명과 카메라 느낌을 더하면 좋습니다. “자연광”, “실내 조명”, “얕은 심도”, “제품 촬영 느낌” 같은 표현이 제법 잘 먹힙니다. 반대로 블로그나 카드뉴스용이면 글자가 들어갈 빈 공간도 생각해야 합니다. “왼쪽에는 여백”, “중앙 피사체”, “배경은 단순하게” 같은 요청이 실제 활용도를 높여줍니다.
원하지 않는 것도 같이 말해야 한다
AI그림을 만들다 보면 손가락이 이상하거나, 글자가 엉뚱하게 들어가거나, 배경이 너무 복잡해지는 일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원하는 것만 쓰지 말고 피하고 싶은 요소도 함께 적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썸네일용 이미지를 만든다면 “복잡한 배경 제외, 읽기 어려운 글자 제외, 과한 장식 제외, 얼굴 왜곡 제외”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모든 도구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진 않지만, 방향을 잡아주는 데는 꽤 효과적입니다.
- 제품 이미지: 로고 왜곡, 이상한 문자, 과한 반사광을 피하기
- 인물 이미지: 손가락 오류, 과한 보정,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피하기
- 블로그 썸네일: 배경 과밀, 작은 글자, 흐릿한 중심 대상을 피하기
- 캐릭터 이미지: 복장 불일치, 비율 변화, 스타일 흔들림을 피하기
근데 너무 많은 금지 조건을 한 번에 넣으면 이미지가 딱딱해질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3개 정도만 넣고 결과를 보면서 하나씩 조절하는 게 편합니다.
용도에 따라 프롬프트를 다르게 잡기
AI그림은 어디에 쓸지에 따라 작성법이 달라집니다. 블로그 대표 이미지라면 한눈에 주제가 보여야 하고, 쇼핑몰 상품 컷이라면 제품이 정확해야 합니다. 개인 프로필용이라면 분위기와 인상이 더 중요하겠죠.
블로그 썸네일은 배경을 단순하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모바일 화면에서는 이미지가 작게 보이기 때문에 요소가 많으면 바로 답답해집니다. “중앙에 큰 피사체, 단순한 배경, 선명한 색 대비” 정도만 넣어도 클릭 전에 주제가 잘 보입니다.
반면 상세페이지나 소개 자료에 넣을 이미지는 정보 전달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건강식품 이미지를 만든다면 “깨끗한 주방 조리대 위에 놓인 제품, 자연광, 흰색과 연두색 중심, 신뢰감 있는 분위기”처럼 실제 구매자가 떠올릴 장면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SNS용 이미지는 조금 더 강한 인상이 필요합니다. 색 대비를 키우고, 피사체를 크게 두고, 배경을 과감하게 비우면 작은 화면에서도 잘 보입니다. 다만 너무 자극적으로 만들면 내용보다 이미지가 튀어서 오히려 신뢰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 만든 그림을 그대로 쓰지 말고 한 번 더 고치기
AI그림은 첫 결과물이 완성본이라기보다 초안에 가깝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나눠서 다시 요청하면 품질이 확 올라갑니다. “분위기는 좋은데 배경을 더 단순하게”, “인물은 유지하고 색감을 더 밝게”, “제품을 더 크게 보이게”처럼 말하면 됩니다.
실제로 같은 프롬프트라도 3~5번 정도 다시 만들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블로그 썸네일을 만들 때 보통 첫 이미지는 방향 확인용으로 보고, 두 번째부터 비율과 여백을 맞춥니다. 세 번째쯤 되면 글자 넣을 공간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상업적으로 쓸 이미지라면 저작권, 초상권, 브랜드 로고 문제도 확인해야 합니다. 유명 캐릭터나 특정 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넣는 방식은 피하는 게 안전합니다. “귀여운 동화풍”, “차분한 수채화 느낌”처럼 넓은 스타일 표현을 쓰는 편이 활용하기 좋습니다.
AI그림은 운 좋게 한 번에 예쁜 그림을 뽑는 기술이라기보다, 원하는 장면을 말로 좁혀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몇 번만 고쳐보면 내가 어떤 단어를 넣었을 때 결과가 좋아지는지 감이 생깁니다. 그때부터는 그림을 맡긴다는 느낌보다, 같이 시안을 잡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꽤 재미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