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주차장 접촉 사고 영상을 커뮤니티에 올릴 뻔한 적이 있습니다. 상대 차 번호판은 가렸는데, 말투가 좀 격했어요. “이 사람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식으로 쓰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운전 14년 하다 보니 억울한 일도 많고 화나는 순간도 많은데, 온라인에 올리는 순간 내 말이 증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김희영 명예훼손 승소 소식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유명인 이야기라 멀게 보일 수 있지만, 구조는 우리 일상하고 꽤 닮았습니다. 주차장 CCTV, 블랙박스, 아파트 단톡방, 지역 카페, 유튜브 댓글까지. ‘들은 말’과 ‘확인한 사실’을 섞어 쓰는 순간 일이 커질 수 있습니다.
김희영 명예훼손 승소, 뭐가 문제였나
보도된 내용을 보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는 유튜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2026년 9월 8일 서울서부지법은 한 유튜버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습니다. 김 이사가 청구한 금액은 약 3000만 원이었고, 법원은 그중 일부를 인정한 겁니다.
쟁점은 영상 속 표현이었습니다. 해당 유튜버는 2024년 6월 김 이사의 학력, 기부 활동, 가족관계 등을 다룬 영상을 올렸다고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보는 사람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정적인 표현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유튜버 쪽이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내지 못했고, 사실 확인을 위한 별도 조사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2026년 4월 21일 서울서부지법은 다른 유튜버에게 2000만 원 배상 판결을 했습니다. 당시 영상은 2024년 8월 두 차례 올라왔고, 조회수는 합쳐 약 48만 회였다고 보도됐습니다. 재판부는 인터넷 명예훼손이 빠르게 퍼지고, 채널 구독자와 조회수 증가로 수익을 얻은 사정도 봤습니다.
운전자 입장에서 더 무서운 지점
사실 우리는 매일 작은 분쟁 현장을 봅니다. 이중주차, 문콕, 장애인구역 주차, 경차자리 얌체 주차, 차 빼달라는 전화 안 받는 상황. 화가 나면 사진 찍어서 올리고 싶죠. “이 차주 상습범입니다”, “일부러 막은 겁니다”, “양심 없는 사람” 같은 말도 쉽게 나옵니다.
근데 여기서 위험한 건 번호판만 가리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아파트 이름, 주차장 기둥 번호, 차량 색상, 특이한 스티커, 시간대가 같이 나오면 주변 사람은 누군지 압니다. 명예훼손은 꼭 실명이 박혀야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특정될 수 있느냐가 꽤 중요합니다.
저도 예전에 지하주차장에서 제 차 앞을 막은 차량 때문에 30분을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사진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차주가 급하게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느라 경비실에 연락처를 남겨둔 상황이었어요. 물론 주차 매너는 아쉬웠지만, 제가 그때 ‘상습 민폐 차주’라고 올렸다면 제 말이 틀린 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의혹과 사실을 나누는 방법
온라인에 글을 쓸 때 제일 먼저 나눌 건 ‘내가 직접 본 것’과 ‘내가 추측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 20분부터 8시 50분까지 차량이 출차로를 막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깝습니다. 반면 “일부러 남들 괴롭히려고 막았다”는 마음속 추측입니다. 이 둘을 한 문장에 섞으면 읽는 사람은 전부 사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김희영 명예훼손 승소 사건에서도 법원이 본 지점이 비슷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말했는지, 자료가 있었는지, 별도로 확인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유튜브든 블로그든 단톡방이든 “그렇다더라”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 사실처럼 굳어집니다. 그 굳어진 인식은 나중에 글을 지워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 차량 번호, 얼굴, 집 주소, 직장명처럼 특정 가능한 정보는 최대한 빼기
- 화난 감정 표현과 사실 설명을 분리해서 쓰기
- 들은 이야기는 들은 이야기라고 표시하고 단정하지 않기
- 분쟁 상대를 비하하는 별명이나 모욕적인 표현을 쓰지 않기
- 신고가 필요한 사안은 커뮤니티보다 관리사무소, 경찰, 지자체 민원 절차를 먼저 이용하기
승소 금액보다 더 봐야 할 부분
이번 사건을 보면 1000만 원, 2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운전자로 치면 과태료 몇 만 원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데 돈보다 더 무거운 건 ‘내가 올린 말이 법원에서 어떻게 읽히는가’입니다. 나는 답답해서 썼고,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법원은 자료와 표현 방식과 피해 정도를 봅니다.
특히 영상이나 게시글로 조회수, 구독자, 광고 수익을 얻었다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하소연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이 보게 만들었다면 파급력이 생깁니다. 주차장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 카페 글 하나가 캡처돼서 다른 단톡방으로 돌고, 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면 처음 쓴 사람 손을 떠납니다.
화나는 순간 글부터 쓰지 않는 습관
제가 운전하면서 배운 건, 사고 직후와 주차 분쟁 직후에는 글을 쓰면 말이 세진다는 겁니다. 그때는 내 억울함이 너무 선명해서 상대 사정이나 증거 부족이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과 시간만 저장해두고, 글은 몇 시간 뒤에 씁니다. 블랙박스 파일도 바로 올리지 않고 번호판과 주변 단서를 먼저 봅니다.
김희영 명예훼손 승소를 유명인 소송으로만 보면 그냥 지나갈 뉴스입니다. 그런데 내 블로그, 내 댓글, 내 단톡방 말투로 가져와 보면 꽤 실용적인 경고가 됩니다. 운전 생활에서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도 사실은 짧게, 감정은 낮게, 해결은 공식 절차로 가져가는 게 오래 봤을 때 덜 피곤합니다. 괜히 말 한 줄 때문에 주차비보다 비싼 값을 치르는 일은 피하는 게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