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20년 비혼 공동체 비비의 삶과 기록
전주에서 20년 넘게 이어져 온 비혼 여성들의 주거·돌봄 공동체 '비비(비혼들의 비행)'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어 주목받고 있다. 출판사 낮은산에서 펴낸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2003년 30대 비혼 여성 6명이 소모임으로 시작한 비비의 지난 20년간의 기록과 변화를 담았다.
저자 봄봄은 책에서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내성적이고 까칠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비비는 거창한 대의명분보다는 '관계' 자체에 집중하며, 소모임에서 공동체로, 다시 생활 네트워크로 확장해왔다. 주거 독립뿐 아니라 병원 동행, 이사 도움, 반려동식물 보살핌, 음식 나눔, 부모 간병 공부 등 구체적인 일상 돌봄으로 진화해왔다.
책은 비혼 여성들이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힘을 '비혼력'이라 명명하며, 이 힘이 비비 공동체에서 만난 여성들에게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비혼력은 사회적 시선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을 깊이 이해하며 건강을 돌보는 능력으로, 혈연이 아닌 새로운 울타리와 소속감을 제공한다.
비비 구성원들은 전주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으로 하나둘 이주하며 1인 가구 주거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형성했다. 그러나 각자의 프라이버시와 개별성을 존중하며 억지로 함께하기를 강요하지 않는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인정하고, 위급할 때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비비가 2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공동체 내 갈등 해결은 우정과 신뢰, 그리고 긴 시간 쌓아온 다양한 경험에 기반한다. 공부와 돌봄을 축으로 삼아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조율하며, 개인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차이를 기꺼이 감수하며 균형을 맞추는 태도가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50대 중년을 맞은 비비 구성원들에게 '나이 듦'과 '돌봄'은 중요한 화두다. 비혼 여성들은 부모 간병 등 돌봄의 부담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돌봄은 빚이 아닌 고마움을 쌓아가는 빛으로 인식된다. 최근에는 건강 변화와 질병에 대해 솔직히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완경 선언과 같은 주제를 함께 공부한다.
비비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는 매일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꾸준히 주거공동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1인 가구 시대에 '누구와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역 공동체 안에서 찾아가고 있다. 혈연을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곁을 지키는 삶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비비의 이야기는 전주 지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이번 책 출간과 함께 전주의 동네 책방 토닥토닥에서 열린 북토크에서는 저자 봄봄이 직접 참석해 비혼의 삶과 공동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비의 20년 여정을 담은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비혼 여성뿐 아니라 1인 가구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