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2026 금강대기 결승 기록을 다시 보다가, 이 대회는 단순히 우승팀 하나로 끝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2라는 스코어만 보면 박빙의 결승이었지만, 앞뒤 흐름을 붙여 보면 영등포공고가 왜 다시 금강대기의 중심에 섰는지가 꽤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11-0으로 시작해 연장 3-2까지 간 팀
2026 금강대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는 5월 10일부터 24일까지 강릉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1996년 창설 이후 31회째를 맞은 대회였고, 고학년부 39팀과 저학년부 34팀이 참가한 큰 무대였습니다. 예선 조별리그는 5월 10일부터 15일까지, 본선 토너먼트는 16일부터 24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영등포공고의 출발은 꽤 강렬했습니다. 조별리그 10조 1차전에서 구리고를 11-0으로 눌렀습니다. 박은준이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홍준제·금동하·박준헌 등 여러 선수가 득점에 얽혔습니다. 이런 경기는 흔히 ‘상대가 약했다’는 말로 지나가기 쉬운데, 사실 전국대회 첫 경기에서 11골을 넣는 건 집중력의 문제입니다. 대회 초반부터 득점 루트가 여러 갈래였다는 점이 더 중요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한 우승 루트
영등포공고는 조별리그를 2전 전승, 승점 6으로 통과했습니다. 이후 16강에서 춘천시민축구단U18을 9-0으로 꺾었고, 8강에서는 강릉중앙고를 1-0으로 잡았습니다. 준결승 대구공고전도 1-0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토너먼트 후반으로 갈수록 점수 차는 줄었지만, 승리 방식은 더 단단해졌다는 점입니다.
- 조별리그: 2전 전승, 10조 1위
- 16강: 춘천시민축구단U18전 9-0 승
- 8강: 강릉중앙고전 1-0 승
- 4강: 대구공고전 1-0 승
- 결승: 서울중경고전 3-2 연장 승
대량 득점으로 출발한 팀이 꼭 우승까지 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토너먼트에서는 1골 싸움, 세트피스, 교체 카드, 경기 막판 버티는 힘이 더 크게 작동합니다. 영등포공고는 그 두 얼굴을 모두 보여줬습니다. 초반에는 화력, 후반에는 경기 관리와 한 방이었습니다.
결승 흐름은 세트피스와 교체 카드가 갈랐다
결승 상대였던 서울중경고도 만만한 팀이 아니었습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부천SCU18을 6-0으로 꺾었고, 8강에서는 고양고를 4-0으로 제압했습니다. 준결승에서는 화성시U18과 0-0으로 맞선 뒤 승부차기 4-3으로 결승 티켓을 잡았습니다. 흐름만 놓고 보면 중경고도 충분히 우승을 노릴 만한 팀이었습니다.
결승은 강릉 강남축구공원1구장에서 열렸고, 영등포공고가 중경고를 3-2로 꺾었습니다. 전반 중반 박은준의 선제골로 영등포공고가 앞서갔지만, 후반 들어 중경고가 정규연과 강민석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완전히 중경고 쪽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경기 후반 막판 조수환의 헤더가 골문으로 들어가면서 승부가 다시 원점이 됐습니다. 그리고 연장 후반, 조승우의 롱 스로인에서 이어진 장면을 박준헌이 머리로 마무리했습니다. 3-2. 스코어만 보면 극적인 역전승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준비된 세트피스와 교체 자원의 힘이 만든 장면이었습니다. 큰 경기에서 이런 골은 우연처럼 보여도, 대개 반복 훈련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개인상도 팀 컬러를 말해준다
시상 내역을 보면 영등포공고의 우승이 한두 명의 폭발력에만 기대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최우수선수상은 금동하가 받았고, 득점상은 박은준, 공격상은 홍준제, 수비상은 신주환, 베스트 영플레이어상은 박상효에게 돌아갔습니다. 공격·수비·미래 자원까지 여러 이름이 분산돼 있습니다.
중경고에서도 조정연이 우수선수상, 홍승형이 골키퍼상을 받았습니다. 준우승팀에서 개인상이 나온다는 건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의 밀도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특히 중경고는 결승에서 한때 2-1로 앞서며 영등포공고를 실제로 흔들었습니다. 이 대회가 영등포공고의 우승담인 동시에 중경고의 성장 서사로도 읽히는 이유입니다.
2026 금강대기가 남긴 장면
영등포공고는 1997년, 2016년, 2019년, 2024년에 이어 2026년에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통산 5회 우승으로 강릉중앙고와 금강대기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이뤘다는 점도 큽니다. 2년 만의 정상 탈환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닌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26 금강대기를 ‘강한 팀이 강하게 시작해서, 어려운 경기까지 이겨낸 대회’로 기억하게 됩니다. 11-0 같은 화려한 기록도 있었지만, 진짜 인상적인 건 1-0 승부를 버티고, 결승에서 뒤집힌 흐름을 다시 끌고 온 장면이었습니다. 고교 축구에서 기록은 숫자로 남지만, 그 숫자가 오래 가는 건 결국 경기 안에서 버틴 시간 때문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