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V리그 새 시즌 일정을 보다가 SOOP 수퍼스 첫 경기 상대가 흥국생명이라는 점에서 눈이 멈췄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름이 레베카 라셈이었다. 5년 전엔 아쉬운 퇴장을 경험했고, 지난 시즌엔 흥국생명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처럼 돌아온 공격수. 그래서 SOOP과 레베카의 재회 가능성은 단순한 이적설보다 더 흥미롭다. 기록, 계약, 팀 사정이 한꺼번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레베카는 이미 ‘검증된 재도전’의 얼굴이었다
레베카 라셈은 2021-22시즌 IBK기업은행에서 14경기 199득점에 그치며 중도 교체됐다. 당시 평가는 냉정했다. 190cm 장신인데도 결정력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았고, V리그의 수비 밀도와 긴 랠리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2025-26시즌 흥국생명 복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정규리그 36경기 전 경기에 나서 746득점, 공격 성공률 41.19%, 오픈 공격 성공률 39.52%, 퀵오픈 성공률 49.46%를 찍었다. 단순히 많이 때린 선수가 아니라, 팀 공격 구조 안에서 버틴 선수였다. 4라운드 MVP까지 받았으니 ‘예전 라셈’이라는 꼬리표는 꽤 지워졌다고 봐야 한다.
SOOP 입장에서 당장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
2026년 9월 말 기준으로 보면, 단기 재회 가능성은 낮은 쪽에 가깝다. SOOP 수퍼스는 페퍼저축은행 구단을 인수해 새 출발했고, 김세진 감독 체제로 창단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외국인 선수로 198cm 아포짓 오드리아나 피츠모리스를, 아시아쿼터로 192cm 미들블로커 이즈 쉬에를 등록했다.
여기서 레베카가 들어오려면 사실상 외국인 선수 슬롯이 비어야 한다. 그런데 창단팀이 개막도 하기 전에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선택은 꽤 부담스럽다. 피츠모리스는 유럽 리그와 미국 LOVB 경험이 있고, SOOP이 높이와 공격 옵션을 보고 고른 카드다. 시즌 전 구상 단계에서 바로 흔들 이유는 크지 않다.
- SOOP은 10월 3일 창단식을 앞두고 있다.
- 2026-27 V리그는 10월 31일 개막한다.
- SOOP의 첫 경기는 11월 1일 흥국생명 원정이다.
- 레베카는 2026년 6월 튀르키예 괴즈테페 SK 입단 소식이 전해졌다.
그래도 ‘0%’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선수 시장은 늘 시즌 중 변수가 있다. 부상, 리그 적응 실패, 리시브 라인 붕괴, 세터와의 호흡 문제 하나만 생겨도 구단은 빠르게 대체 후보 리스트를 열어본다. 그때 레베카의 이름은 현실적인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다. 이미 V리그 풀시즌을 뛰었고, 한국 배구의 느린 템포와 긴 랠리, 집요한 목적타를 몸으로 겪어봤기 때문이다.
특히 SOOP처럼 새 간판을 단 팀은 초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창단 첫 시즌은 성적만의 문제가 아니다. 홈 팬을 붙잡고, 경기력의 기준선을 만들고, 구단 이미지를 세워야 한다. 레베카는 기록과 서사가 같이 있는 선수다. 한국계 3세라는 배경, IBK 시절의 아쉬움, 흥국생명에서의 반등까지 팬들이 따라가기 쉬운 이야기선을 갖고 있다.
기록상 매력은 분명하다
36경기 746득점이면 경기당 평균 20점이 넘는다. 창단팀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공격이 아예 막히는 날인데, 레베카는 최소한 어려운 공을 많이 처리해본 경험이 있다. 오픈 공격 성공률 39.52%도 의미가 있다. 완벽한 리시브에서만 빛난 선수가 아니라, 흔들린 볼을 책임지는 장면이 꽤 있었다는 뜻이다.
걸림돌은 체력과 계약, 그리고 팀 방향성
다만 레베카 재회론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도 바로 기록 안에 있다. 흥국생명과 재계약이 이어지지 않은 배경으로는 기복과 체력 문제가 계속 언급됐다. 36경기 풀출전은 장점이면서 동시에 부담의 흔적이다. SOOP이 피츠모리스를 선택한 이유가 장기적인 높이와 새 공격 구조라면, 레베카는 안정성 카드이면서도 체력 관리라는 숙제를 함께 가져오는 선택이다.
또 하나는 계약이다. 레베카는 튀르키예 리그로 향했다. 시즌 중 한국 복귀가 가능하려면 현 소속팀 상황, 계약 해지 조건, KOVO 등록 시점이 모두 맞아야 한다. 팬들이 보기엔 “한국 경험도 있고, SOOP에 딱 맞지 않나?” 싶어도 실제 구단 실무는 훨씬 복잡하다.
그래서 지금 시점의 온도를 굳이 숫자로 표현하면, 개막 전 합류 가능성은 낮고 시즌 중 대체 외국인 카드로 거론될 가능성은 중간 정도라고 본다. 피츠모리스가 빠르게 적응하면 이야기는 잠잠해질 것이다. 반대로 SOOP의 사이드아웃이 흔들리고 외국인 공격 비중에서 답이 안 나오면, 레베카 같은 ‘한국 무대 검증형’ 이름은 다시 팬들 입에 오를 수밖에 없다.
첫 재회는 코트 반대편에서 먼저 온다
흥미로운 건 SOOP의 첫 V리그 상대가 흥국생명이라는 점이다. 레베카가 지금 SOOP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SOOP이라는 새 팀의 출발선에는 이미 레베카의 지난 시즌 흔적이 묘하게 겹쳐 있다. 흥국생명은 레베카 이후 킨델란으로 새 외국인 공격을 준비하고, SOOP은 피츠모리스로 창단 시즌의 첫 해답을 찾는다.
팬 입장에선 이게 꽤 맛있는 관전 포인트다. 레베카의 746득점은 끝난 기록이 아니라, 2026-27시즌 외국인 선수 평가의 기준선처럼 남아 있다. SOOP이 그 기준선을 넘길 수 있을지, 아니면 시즌 중 익숙한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될지. 지금은 기다리는 쪽이 맞다. 다만 배구판에서 한 번 증명한 공격수의 이름은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