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삼성 라인업을 확인하다가 전병우와 이재현 이름이 동시에 빠진 장면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야구는 한두 명 빠졌다고 바로 무너지는 종목은 아니지만, 빠진 자리가 3루와 유격수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라인업에서 동시에 빠진 두 이름
당시 전병우와 이재현의 동시 이탈은 장기 부상자 명단 같은 거대한 사건이라기보다, 컨디션과 통증 관리가 선발 라인업을 흔든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5월 17일 KIA전에서 둘이 나란히 쉬어 갔고, 5월 19일 포항 KT전에는 전병우가 6번 3루수, 이재현이 7번 유격수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삼성은 10-2로 이기며 일단 불안을 눌렀죠.
그런데 팬 입장에서 찝찝했던 건 결과보다 구조였습니다. 전병우는 삼성 타선에서 하위와 중심을 잇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이재현은 유격수 포지션에서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둘이 동시에 빠지면 단순히 두 타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야 수비, 타순 연결, 대타 카드까지 한꺼번에 얇아집니다.
숫자로 보면 공백의 결이 다르다
KBO 기록실 누적 흐름을 보면 전병우는 타율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선수입니다. 111경기, 391타석에서 타율 0.238, 11홈런, 52타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404, OPS 0.760을 기록했습니다. 타율은 화려하지 않아도 볼넷 42개와 몸에 맞는 공 19개가 보입니다. 쉽게 말해 그냥 지나가는 6번, 7번 타자가 아니라 투수에게 공을 던지게 만드는 타자입니다.
- 전병우: 3루 수비와 우타 장타, 출루 버티기가 같이 있는 카드
- 이재현: 유격수 포지션에서 15홈런을 만든 장타형 내야수
- 동시 결장 시 영향: 하위 타순 출루, 내야 안정감, 경기 후반 대타 폭이 함께 줄어듦
이재현은 74경기에서 타율 0.224, 15홈런, 37타점, 출루율 0.337, 장타율 0.457을 남겼습니다. 안타 49개 중 홈런이 15개라는 건, 맞는 순간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타구가 꽤 많았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유격수에게 이 정도 장타 기대값이 붙으면 감독 입장에서는 쉽게 빼기 어렵습니다.
유격수와 3루수는 타석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야의 왼쪽 라인은 투수에게 심리적 보험입니다. 유격수의 첫 스텝이 늦거나 3루 강습 타구 처리가 불안하면, 투수는 같은 코스에도 더 예민해집니다. 삼성처럼 상위권 경쟁을 하는 팀은 이런 미세한 흔들림이 1점 승부에서 크게 보입니다. 특히 접전 후반에는 대타를 쓸지, 수비를 지킬지, 대주자를 넣을지 선택지가 많아야 하는데 동시 이탈은 그 선택지를 줄입니다.
삼성 타선의 연결이 어디서 끊기나
삼성 타선은 구자욱, 르윈 디아즈, 최형우처럼 무게감 있는 축이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두 명이 빠져도 버틸 수 있어 보입니다. 근데 야구는 중심 타선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5번 이후에서 출루가 끊기면 중심 타선 앞 주자 수가 줄고, 상대 배터리는 더 과감하게 승부합니다.
전병우가 해주던 역할은 바로 그 지점입니다. 홈런 11개도 중요하지만, 출루율 0.356이라는 숫자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출루율은 기다릴 줄 알고, 몸쪽 공도 감수하고, 쉽게 아웃 카운트를 헌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재현은 반대로 한 방의 질이 다릅니다. 타율이 낮아도 장타율 0.457이면 상대 투수는 하위 타순이라고 마음을 놓기 어렵습니다.
기다림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
이재현의 경우 이후 허리 골타박 문제가 다시 커졌고, 6월에는 1군 엔트리에서 빠져 2주 안정 후 재검사 계획까지 나왔습니다. 허리는 야구 선수에게 까다롭습니다. 타격 회전, 송구, 수비 자세 전환이 모두 허리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통증이 줄었다고 바로 풀타임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닙니다.
전병우와 이재현의 동시 이탈을 보며 느낀 건 삼성의 진짜 과제가 대체 선수 한 명을 찾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류지혁, 박계범, 김상준, 양우현 같은 카드들을 어떤 순서로 쓰고, 전병우와 이재현의 체력 곡선을 어디서 끊어 줄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시즌은 결국 좋은 선수를 많이 가진 팀보다, 좋은 선수를 오래 쓸 줄 아는 팀 쪽으로 기웁니다. 삼성 팬이라면 복귀 날짜만 기다리기보다 두 선수가 돌아온 뒤 타순과 수비 이닝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보는 재미가 꽤 클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