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흥국생명 선수단 명단을 다시 보다가 옌시 킨델란 이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외국인 선수 한 명 들어온 뉴스로 넘기기엔, 흥국생명의 최근 흐름이 꽤 복잡하다. 김연경 은퇴 이후 공격 책임을 다시 나눠야 하는 팀이고, 정호영과 자스티스, 표승주까지 더하며 판을 크게 흔든 팀이다. 그런 팀에 2003년생 쿠바 공격수가 들어왔다면 이건 단순한 보강보다 공격 구조 실험에 가깝다.
3순위 지명, 숫자보다 메시지가 컸다
킨델란은 2026-2027 KOVO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에 전체 3순위로 지명됐다. 1순위 부키리치, 2순위 조던 윌슨 다음이었다는 흐름을 놓고 보면 흥국생명의 선택은 꽤 선명하다. 이미 V리그에서 검증된 거포를 고르는 길보다, 신체 조건과 성장 폭을 보고 새 그림을 택한 쪽에 가깝다.
흥국생명 공식 선수단 기준 킨델란은 등번호 23번, 아포짓 스파이커, 신장 188cm, 생년월일 2003년 12월 26일로 올라와 있다. 나이만 보면 아직 완성형이라고 단정하기 이르지만, 반대로 말하면 시즌 중 변화할 여지가 큰 선수다. 외국인 선수에게 흔히 기대하는 25점짜리 해결사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프로필 숫자에서 보이는 묘한 포인트
흥미로운 건 포지션 표기다. 구단 등록은 아포짓인데, 국제대회 자료에서는 킨델란이 미들블로커로 분류된 흔적도 있다. 2024년 U23 팬아메리칸컵에서는 쿠바 소속으로 두 번째 베스트 블로커에 이름을 올렸고, 2025년 세계선수권 쿠바 대표 명단에도 포함됐다. 즉 단순히 오른쪽에서 높은 공을 때리는 선수라기보다, 네트 앞에서 읽고 움직이는 경험이 있는 공격수라는 뜻이다.
팬이 먼저 체크할 기본값
- 등록 포지션은 아포짓 스파이커다.
- 공식 신장은 188cm로, 여자부 외국인 아포짓 기준에서 압도적 장신보다는 기동성과 타점 조합을 봐야 하는 체형이다.
- 2003년생이라 첫 시즌 초반 기복은 자연스러운 변수다.
- 국제대회 기록상 블로킹 감각을 보여준 이력이 있어 전위 수비 기여도도 관전 포인트다.
흥국생명 공격 분산의 퍼즐
V리그 여자부에서 외국인 아포짓은 보통 공격 점유율 30% 안팎, 경기 흐름이 막히면 40% 가까이 떠안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흥국생명이 킨델란에게 처음부터 그 역할만 맡길지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자스티스와 표승주가 리시브와 측면 밸런스를 잡아주고, 정호영이 중앙에서 블로커를 묶어주면 킨델란의 공은 단순한 하이볼이 아니라 더 좋은 타이밍의 선택지가 된다.
사실 아포짓의 성공률은 혼자 만드는 숫자가 아니다. 세터와의 높이, 리시브 품질, 중앙 공격의 위협, 반대편 윙의 득점력까지 한꺼번에 붙는다. 리시브가 흔들린 날에는 킨델란이 얼마나 어려운 공을 버텨내는지가 보이고, 리시브가 안정된 날에는 얼마나 빠르게 블로킹을 따돌리는지가 보인다. 같은 18득점이어도 의미가 달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득점보다 먼저 봐야 할 적응 지표
처음 몇 경기에서 팬들이 가장 쉽게 보는 건 득점이다. 그런데 킨델란 같은 새 외국인 선수는 득점만 보면 판단이 빨라질 수 있다. V리그는 수비 위치가 촘촘하고, 랠리 후 반격 속도가 빠르며, 블로커들이 외국인 선수의 코스를 집요하게 몰아간다. 쿠바식 탄력과 팔 스윙이 통하더라도, 두 번째와 세 번째 랠리에서 같은 힘을 반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록지에서 더 맛있는 숫자
- 공격 성공률보다 공격 효율을 같이 봐야 한다. 범실과 차단이 빠진 숫자라 실제 생산성이 더 잘 보인다.
- 블로킹 득점만큼 유효 블로킹도 중요하다. 공을 살려 반격으로 넘기는 장면이 쌓이면 팀 수비 리듬이 달라진다.
- 서브 범실과 서브 득점의 비율도 봐야 한다. 강서브가 무기가 되려면 흔들기와 관리가 같이 가야 한다.
- 5세트나 20점 이후 공격 선택이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 평가는 결국 접전 구간에서 더 날카로워진다.
흥국생명 옌시 킨델란 가세가 던지는 질문
흥국생명은 이미 이름값 있는 국내 자원들을 붙이며 새 시즌 기대치를 높여놨다. 그래서 킨델란에게 붙는 시선도 더 무겁다. 하지만 2003년생 첫 V리그 외국인 선수에게 곧장 완성형 에이스를 요구하는 건 조금 성급하다. 오히려 시즌 초반에는 세터와의 거리, 국내 블로커 상대 코스 선택, 긴 랠리 뒤 스윙 강도 같은 디테일을 보는 편이 더 재밌다.
내가 궁금한 장면은 하나다. 흥국생명이 흔들리는 리시브 뒤에도 킨델란에게 공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킨델란이 그 공을 무작정 세게 때리는 대신 코트 빈자리로 바꿔낼 수 있는지다. 그게 되면 흥국생명은 단순히 새 외국인 선수를 얻은 게 아니라, 김연경 이후 시대의 공격 해법 하나를 더 갖게 된다. 숫자는 결국 기록지에 남겠지만, 그 숫자를 만든 랠리의 표정이 이번 시즌 킨델란을 보는 진짜 재미가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