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수업 자료를 준비하다가 ‘코넬대 윈스턴 리’라는 검색어가 한국어권 온라인에서 빠르게 번지는 것을 봤습니다. 이런 사안은 이름이 먼저 퍼지고, 절차와 사실관계는 뒤늦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느 단계까지 확인됐는지 차분히 나누는 일입니다.
왜 이름이 주목받고 있나
윈스턴 리는 2026년 9월 뉴욕주 법원에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피고로 이름이 오른 7명 중 한 명입니다. 공개된 소장에는 그가 사건 당시 코넬대 학부생이자 Chi Phi, 즉 카이 파이 프래터니티의 Xi 챕터 구성원이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원고 측 소장의 주장입니다.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판단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이 이름이 더 크게 확산된 이유는 일부 매체가 그를 한국 국적 또는 한인 학생으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적, 병역, 현재 소재지처럼 온라인에서 떠도는 정보는 공식 절차로 확인된 내용과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개인 신상 추적은 사건 이해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사실 검증을 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건의 시간표는 어떻게 이어졌나
민사소장 기준으로 사건의 중심 시점은 2024년 10월 19일 밤부터 10월 20일 새벽입니다. 원고는 당시 20세였고, 코넬대 학생이었습니다. 소장에는 원고가 여학생 사교단체 행사와 인근 술집을 거친 뒤 카이 파이 하우스로 갔고, 그곳에서 케타민으로 주장되는 물질과 술, 대마 사용을 강요받은 뒤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피고로 이름이 오른 학생은 7명입니다. 매슈 잉걸스, 조너선 뉴웰, 윈스턴 리, 질리오 로페스, 디에고 사라비아, 스콧 노리스, 스콧 크레츠슈마입니다. 소장은 이들 개인뿐 아니라 코넬대, 카이 파이 관련 단체, 델타 델타 델타 관련 단체, 지역 술집 등도 함께 상대로 삼고 있습니다. 쟁점이 개인의 행위만이 아니라 대학과 단체의 관리 책임까지 넓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 2024년 10월 19~20일: 원고가 카이 파이 하우스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
- 2024년 11월 8일 전후: 원고가 코넬대 경찰에 신고했고, 카이 파이 챕터와 일부 학생에 임시 조치가 내려졌다고 소장에 기재
- 2025년: 코넬대가 캠퍼스 성폭력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
- 2026년 3월: 해당 태스크포스가 권고안을 발표
- 2026년 9월 14일: 뉴욕주 법원에 민사소송 문서 날짜가 기재
- 2026년 9월 28일: 톰킨스카운티 검찰이 형사 수사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힘
- 2026년 9월 29일: 뉴욕주지사가 코넬대 대응에 대한 외부 검토 필요성을 언급
민사소송과 형사수사는 다르다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손해배상과 책임 문제를 다투는 절차입니다. 형사사건은 국가가 범죄 혐의를 기소해 처벌 여부를 묻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민사소장에 강한 표현이 들어 있어도, 그것이 곧 형사 유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공개 보도 기준으로는 2024년 최초 검토 당시 형사기소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톰킨스카운티 검사장은 2026년 9월 민사소장 내용이 2024년 경찰 진술과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고, 새 증거나 추가 진술이 있는지 다시 보겠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원고 측 변호인은 초기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성폭력 피해 진술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반박했습니다.
대배심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미국 형사절차에서 대배심은 유죄를 판단하는 곳이 아니라 기소할 만큼의 근거가 있는지를 살피는 절차입니다. 대배심으로 간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기소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코넬대와 학생 징계 쟁점
코넬대는 별도로 Title IX 조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Title IX는 미국 교육기관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성희롱 문제를 다루는 연방법 체계입니다. 학교 안 징계 절차이기 때문에 형사재판과 기준도, 목적도 다릅니다.
코넬대는 조사와 청문 절차를 거쳐 정학과 퇴학을 포함한 제재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연방 개인정보 보호 규정 때문에 개별 학생에게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반면 원고 측 소장에는 일부 학생들이 에세이 제출로 징계를 완화할 기회를 받았다는 주장이 들어 있습니다. 이 대목 때문에 ‘에세이 처벌’ 논란이 커졌고, 코넬대는 에세이 작성이 유일한 처분이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AP 보도에 따르면 코넬대의 2025년 조사에서 학부 여성의 35%, 학부 남성의 8%가 재학 중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수치도 언급됐습니다. 이 숫자는 개별 사건의 유죄 여부를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학 캠퍼스의 예방·신고·사후 대응 체계가 왜 공적 관심사가 되는지는 보여줍니다.
지금 읽어야 할 지점
이 사안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구분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소장에 적힌 주장은 재판에서 다퉈질 내용입니다. 둘째, 형사기소 여부는 검찰과 대배심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셋째,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국적·병역·소재지 이야기는 사건의 법적 판단과 별개이며,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솔직히 이런 사건은 분노가 먼저 앞서기 쉽습니다. 그 감정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사 문제로 읽을 때는 이름 하나에 모든 관심을 모으기보다, 대학의 책임 범위, 프래터니티 문화, 미성년 음주 관리, 성폭력 신고 절차, 형사와 민사의 증거 기준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래야 ‘누가 나쁜가’에서 멈추지 않고, 어떤 제도가 어디서 작동하지 않았는지까지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단계에서 윈스턴 리는 민사소송의 피고이자 형사 재검토 대상 사건에 언급된 인물입니다. 아직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읽는 가장 단단한 태도는 피해 주장과 절차적 권리를 동시에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한쪽을 지우지 않아야 다른 한쪽도 제대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