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통 품은 음성향교의 고요한 배움터

500년 전통 품은 음성향교의 고요한 배움터

500년 전통 품은 음성향교의 고요한 배움터


도시의 소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얕은 오르막길을 오르면 붉은 홍살문 너머로 묵직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음성향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1560년 조선 명종 시절 처음 세워져 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유서 깊은 배움의 터입니다.


화려함보다는 유교 특유의 절제미와 담백한 정취가 깃든 음성향교는 전통과 예(禮)의 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입니다. 방문 당시 향교 돌담 앞에 걸린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는데, 2026년 공자 탄강 2577년을 맞아 향교의 가장 깊숙한 공간인 대성전에서 ‘추기 석전’이 엄숙하게 봉행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석전’은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높은 뜻과 학덕을 기리며 제사를 올리는 유교의 오랜 전통 의식입니다. 전통 제례복을 갖춰 입고 정성스레 술잔과 제물을 올리는 석전대제의 날이면 평소 고요하던 향교 경내에는 묵직한 엄숙함이 자리합니다. 500여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옛 성현들의 가르침과 예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뜻깊은 순간입니다.


현수막에는 “인류의 스승 『공자 탄신일(9월 28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강력히 촉구합니다!”라는 문구가 또렷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음성향교와 유림들이 공자 탄신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길 염원하는 이유는 각박해져 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상호 존중과 인간다움이라는 근본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향교 입구 길목에는 음성 지역을 다스렸던 관찰사, 현감, 군수 등 옛 목민관들의 치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선정비와 송덕비가 나란히 줄지어 서 있습니다. 원래 음성군 곳곳에 흩어져 있던 비석들을 문화재 훼손을 막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향교 앞 도로변으로 모아 조성한 것입니다.


음성향교는 본래 일반에 개방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거닐며 옛 유교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방문한 날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잠시 서운한 마음도 들었으나 낮게 둘러쳐진 돌담 너머로 명륜당의 단정한 처마선과 그 뒤편 대성전의 모습이 조용히 자리해 있어 오히려 고요한 시간 속에 잠긴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음성향교 주변에는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들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교에서 은행나무는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강학 공간인 ‘행단’을 상징하여 전국 향교마다 빠지지 않고 심어졌습니다.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을 자아냅니다.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선현들의 지혜와 가르침을 이어온 배움의 터, 음성향교.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하루를 돌아보고 싶을 때, 이곳에서 따뜻한 배움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음성향교 위치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중앙로 223

500년 전통 품은 음성향교의 고요한 배움터
500년 전통 품은 음성향교의 고요한 배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