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고은 세터 트레이드설을 기록표로 따라가봤더니

흥국생명 이고은 세터 트레이드설을 기록표로 따라가봤더니

소문보다 먼저 보인 건 숫자였다

얼마 전 V리그 선수 등록표를 훑다가 이고은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트레이드설이 한동안 꽤 시끄러웠는데, 막상 2026-2027시즌 등록 흐름을 보면 이야기가 단순한 이적 가능성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흥국생명은 여자부 샐러리캡 21억 원과 옵션캡 6억 원, 총 27억 원 안에서 우승권 전력을 다시 짜야 했다. 이 판에서 보수 총액 3억 원대 후반의 베테랑 세터는 당연히 계산대 위에 오른다.

이고은은 2024년 6월 페퍼저축은행에서 흥국생명으로 왔다. 당시 흥국생명은 세터 이원정과 2025-2026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고, 이고은과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단순히 세터끼리 바꾼 거래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우승을 노리는 팀이 경기 운영의 기준점을 바꾼 움직임에 가까웠다.

그 선택은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2024-2025시즌 초반 개막 14연승 흐름을 탔고,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관장을 5차전 끝에 누르며 6시즌 만의 통합우승을 만들었다. 김연경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서사가 너무 컸지만, 코트 안쪽에서 공의 속도와 방향을 잡은 세터 이고은의 존재감도 작지 않았다.

왜 이고은 이름이 트레이드설에 올랐나

트레이드설이 나온 배경은 냉정하게 보면 이해가 된다. 첫째는 금액이다. 2025년 FA 시장에서 흥국생명은 이고은을 총액 3억6000만 원에 붙잡았다. 이후 2026-2027시즌 보수표에서는 이고은이 3억8000만 원 규모로 거론됐다. 여자부에서 세터가 이 정도 금액을 차지한다는 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구단 운영에서는 움직일 때 효과가 큰 카드라는 뜻도 된다.

둘째는 부상 변수다. 2025-2026시즌을 앞두고 이고은은 허리 문제로 컵대회와 시즌 초반에 빠졌고, 흥국생명은 급히 베테랑 세터 이나연을 영입했다. 세터 한 명이 빠졌을 뿐인데 팀의 공격 리듬은 꽤 크게 흔들렸다. 흥국생명은 서채현, 이나연 등을 활용하며 버텼지만, 김연경 은퇴 이후 새 판을 짜던 팀에 주전 세터 공백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셋째는 포지션 중복이다. 흥국생명은 한때 이고은, 이나연, 김다솔, 박혜진, 서채현, 김연수까지 세터 자원이 많아진 시기가 있었다. 물론 세터는 많다고 무조건 남는 포지션이 아니다. 공격수와 호흡,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의 보정 능력, 중앙 활용 타이밍까지 다 다르다. 그래도 샐러리캡을 맞춰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같은 포지션에 자원이 몰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부 시선이 붙을 수밖에 없다.

광고

흥국생명이 정말로 잃는 것

이고은을 트레이드하면 장부는 가벼워질 수 있다. 그런데 코트는 바로 가벼워지지 않는다. 세터는 득점 기록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기록지에 남는 건 세트 성공, 범실, 서브 정도지만 실제 경기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리시브가 네트에서 멀어진 공을 어느 높이로 살려주는지, 외국인 공격수에게 같은 공을 반복해서 주다가 언제 중앙으로 방향을 트는지, 20점 이후에 누구 손을 믿는지가 세터의 진짜 평가표다.

흥국생명이 2024-2025시즌 강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연경 한 명에게 몰아치는 배구가 아니라 투트쿠, 피치, 정윤주, 김수지 쪽으로 득점 루트를 나누며 상대 블로킹을 흔들었다. 이고은은 화려한 스타 세터라기보다 경기의 박자를 읽는 쪽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공격 성공률을 직접 올리는 선수는 아니지만, 공격수가 편하게 때릴 수 있는 공의 비율을 높이는 유형이다.

솔직히 세터 트레이드는 팬 입장에서도 계산이 쉽지 않다. 윙스파이커나 미들블로커는 득점과 블로킹 수치가 곧바로 보인다. 반면 세터는 팀 전체의 리듬이 무너진 뒤에야 빈자리가 크게 보인다. 흥국생명이 이미 한 시즌 동안 이고은 공백의 불편함을 겪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연봉을 비우는 카드로만 보기엔 리스크가 꽤 크다.

그래도 트레이드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그런데도 소문이 계속 도는 건 흥국생명의 전력 구성이 워낙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김연경 은퇴 이후 팀은 이다현 영입, 내부 FA 잔류, 이후 정호영 같은 대형 자원 보강까지 이어가며 중앙과 수비, 높이를 계속 보강했다. 이런 팀은 매년 우승을 목표로 돈다. 그래서 특정 포지션에 고액 자원이 겹치거나 부상 이력이 생기면 곧바로 트레이드 가능성이 붙는다.

  • 장부 관점에서는 이고은의 보수 규모가 크다.
  • 전력 관점에서는 우승 경험이 있는 국내 세터라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 시장 관점에서는 세터가 필요한 팀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 흥국생명 관점에서는 보내면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경기 운영의 기준점을 잃을 수 있다.

결국 이 트레이드설은 “이고은이 필요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하기 때문에 가치가 생겼고, 가치가 있으니 거래설이 나온다. 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묘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팀에 도움이 안 되는 선수는 좋은 대가를 만들기 어렵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야 다른 팀도 움직인다.

광고

기록표가 말하는 더 현실적인 방향

현재 흐름만 놓고 보면 이고은이 흥국생명에 남아 있는 그림이 더 자연스럽다. 2026-2027시즌 선수 등록 흐름에서도 이고은은 흥국생명 소속으로 잡혔고, 팀은 세터진을 완전히 갈아엎기보다 이고은과 이나연, 젊은 자원을 함께 두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이건 보험이 아니라 운영 방식의 다양화로 봐야 한다.

흥국생명은 이제 김연경의 팀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세터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절대적인 해결사가 있을 때는 공 하나가 막혀도 다음 선택지가 분명했다. 하지만 새 시즌의 흥국생명은 중앙, 외국인 공격수, 국내 윙 자원, 리베로 라인까지 더 촘촘하게 맞물려야 한다. 이런 팀일수록 세터는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경기 설계자에 가깝다.

흥국생명 이고은 세터 트레이드설을 기록으로 따라가면, 소문보다 팀 운영의 고민이 먼저 보인다. 3억 원대 후반 보수, 부상 공백, 세터진 중복, 우승 경험, 그리고 샐러리캡. 숫자는 이고은을 팔 수 있는 이유도 보여주지만, 동시에 왜 쉽게 팔 수 없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이적 루머보다 흥국생명이 김연경 이후 시대를 어떤 방식으로 버틸지 보여주는 작은 압축판처럼 본다.

흥국생명 이고은 세터 트레이드설을 기록표로 따라가봤더니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