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계약서 한 줄 때문에 보증금 날릴 뻔한 날, 제가 그 뒤로 꼭 보는 것들

상가 계약서 한 줄 때문에 보증금 날릴 뻔한 날, 제가 그 뒤로 꼭 보는 것들

얼마 전 경매로 넘어온 근린상가를 보러 갔는데, 기존 임차인이 들고 나온 계약서 한 장 때문에 현장에서 분위기가 확 바뀐 적이 있습니다. 보증금 3천만 원, 월세 180만 원짜리 작은 점포였는데 계약서에는 관리비 포함이라고 적혀 있고, 실제로는 공용전기료, 냉난방비, 간판 전기료가 따로 붙고 있었습니다. 초보 때는 월세 숫자만 크게 보입니다. 그런데 10년 넘게 법원 입찰장과 명도 현장을 다니다 보니, 돈은 대개 작은 글씨와 빈칸에서 새어나갑니다.

상가 계약서는 월세보다 빈칸이 먼저입니다

부동산 상가 계약서를 볼 때 제일 먼저 보는 건 보증금과 월세가 맞는지입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봅니다. 문제는 그 옆에 있는 부가세, 관리비, 주차비, 간판 사용료, 원상복구, 업종 제한 같은 항목입니다. 임대료 200만 원이라고 들었는데 계약서에는 부가세 별도라고 적혀 있으면 실제 현금 유출은 달라집니다. 관리비가 월 20만 원이라고 했는데 전기 증설비나 공용수선비가 별도라면 장사 시작도 전에 계산이 틀어집니다.

상가는 주택보다 변수가 많습니다. 같은 1층이라도 전면 폭, 출입구 위치, 화장실 사용 방식, 배기 시설, 전기 용량에 따라 업종이 갈립니다. 분식집을 하려는데 배기 덕트가 안 되고, 미용실을 하려는데 급배수가 부족하면 월세가 싸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단순히 목적물을 몇 호로 적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실제 사용 가능한 범위를 같이 남겨야 합니다.

  • 보증금, 월세, 부가세 별도 여부를 숫자로 분명히 적습니다.
  • 관리비에 포함되는 항목과 별도로 부담할 항목을 나눕니다.
  • 전기 용량, 수도, 배기, 간판, 주차 사용 조건을 확인합니다.
  • 렌트프리나 인테리어 공사 기간이 있다면 시작일과 종료일을 날짜로 적습니다.

등기부와 계약 당사자가 어긋나면 일단 멈춥니다

현장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좋은 자리라는 말에 급해져서 소유자 확인을 대충 넘기는 겁니다. 상가 임대인이 등기부상 소유자와 같은지, 공동소유라면 전원이 동의했는지, 법인 소유라면 대표 권한과 인감 서류가 맞는지 봐야 합니다. 대리인이 나온 계약이라면 위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확인은 기본입니다. 이 절차를 까다롭게 보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돈을 지키는 쪽이 먼저입니다.

등기부에서는 근저당, 압류, 가압류, 가처분, 신탁 여부를 봅니다. 특히 신탁 등기가 있는 상가는 조심해야 합니다. 위탁자가 실제 건물주처럼 말해도 계약 권한은 신탁원부와 동의 조건을 봐야 합니다. 경매판에서 신탁 물건을 여러 번 봤는데, 말로는 다 된다고 했다가 서류에서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건축물대장도 같이 봅니다. 상가 표시, 면적, 위반건축물 여부, 용도는 계약서와 맞아야 합니다. 음식점, 학원, 병원, 미용실처럼 인허가가 걸리는 업종은 더 예민합니다. 계약금을 넣고 나서 영업신고가 안 된다는 걸 알면, 그때부터는 협상이 아니라 사고 수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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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약은 예쁜 문장이 아니라 책임표입니다

제가 특약을 볼 때 기준은 간단합니다. 누가, 언제까지, 얼마를, 어떤 상태로 책임지는지가 보여야 합니다. 좋은 말로 넓게 적은 특약은 분쟁 때 힘이 약합니다. 예를 들어 시설물 고장은 임차인이 알아서 한다고만 쓰면, 입점 전부터 고장 난 냉난방기까지 떠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입점 전 시설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주요 설비의 수리 책임을 나누면 싸움이 줄어듭니다.

관리비와 미납금

상가에서 관리비는 작은 월세처럼 굴러갑니다. 잔금일 기준 미납 관리비, 전기료, 수도료, 공용수선비를 누가 부담하는지 적어야 합니다. 경매 물건에서는 전 점유자가 남긴 체납금이 뒤늦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리사무소 말만 듣지 말고 고지서, 납부내역, 공용부분 수선 예정까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원상복구와 권리금

원상복구는 계약 끝날 때 터지는 폭탄입니다. 바닥, 천장, 칸막이, 간판, 배기 시설, 전기 증설분을 어디까지 철거할지 계약서에 없으면 서로 기억이 달라집니다. 권리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리금 계약은 임대차계약과 별개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신규 임차인 주선, 업종 제한, 시설 양도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뒤탈이 적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 기회와 계약갱신요구권은 중요한 보호 장치지만, 요건과 예외가 있으니 문장 하나만 믿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경매 물건의 상가 계약서는 더 의심해야 합니다

경매 상가를 볼 때 기존 임차인의 계약서는 낙찰가를 깎거나 입찰을 포기하게 만드는 자료가 됩니다. 상가 임차인은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 시점이 대항력 판단에 중요하고, 확정일자는 배당에서 보증금 우선순위와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와 생활법령정보에서 확인되는 기준도 결국 날짜 싸움입니다. 계약서 작성일, 실제 점유일, 사업자등록일, 확정일자가 서로 다르면 그 차이를 끝까지 따라가야 합니다.

제가 초보자에게 위험하다고 말하는 물건은 임차인이 많아서 복잡한 물건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계약서가 너무 깨끗한데 현장이 지저분한 물건이 더 찜찜합니다. 계약서에는 101호 전체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창고를 다른 사람이 쓰고 있거나, 무상 사용자가 있거나, 간판은 남의 명의인 경우도 있습니다. 종이와 현장이 맞지 않으면 현장을 믿고 다시 확인합니다.

  • 계약서상 임차인과 실제 영업자가 같은지 봅니다.
  • 사업자등록 상태와 영업 중단 여부를 확인합니다.
  • 보증금 지급 흔적, 월세 입금 내역, 확정일자 유무를 같이 봅니다.
  • 점유 공간이 계약서 표시와 일치하는지 현장에서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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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명 전 현장에서 보는 순서

첫째, 등기부와 건축물대장부터 맞춥니다. 둘째, 현장에 가서 출입구, 간판, 화장실, 전기함, 누수 흔적, 공실률을 봅니다. 셋째, 주변 월세를 최소 세 군데 이상 비교합니다. 같은 건물의 위층, 옆 건물의 1층, 맞은편 이면도로까지 봐야 숫자가 잡힙니다. 넷째, 계약서의 특약을 말로 읽어봅니다. 읽었을 때 책임자가 안 보이면 다시 써야 합니다.

상가 매매계약이라면 임대차 승계 조건, 보증금 인수, 부가세 처리, 포괄양수도 여부, 잔금 전 신규 권리 발생 금지를 봅니다. 임대차계약이라면 영업허가 가능성, 시설물 상태, 권리금, 원상복구, 관리비를 봅니다. 같은 상가 계약서라도 매수자와 임차인이 보는 포인트가 다릅니다. 자기 위치를 착각하면 남의 리스크를 대신 안게 됩니다.

저도 초보 때는 좋은 자리라는 말에 마음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좋은 상가일수록 계약서가 차갑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사람 말은 부드러워도 되고, 계약서는 딱딱해야 합니다. 그 딱딱함이 나중에 보증금과 권리금, 그리고 몇 달 치 월세를 지켜줍니다.

상가 계약서 한 줄 때문에 보증금 날릴 뻔한 날, 제가 그 뒤로 꼭 보는 것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