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 갔는데, 옆자리 젊은 분이 감정평가서만 한참 보다가 입찰표를 쓰더군요. 표정은 꽤 자신 있어 보였는데, 제가 보기엔 그 물건은 보증금 날릴 가능성이 큰 건이었습니다. 선순위 임차인 배당 여부가 애매했고, 현황조사서와 전입세대열람 내용이 서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거든요. 그때 다시 느꼈습니다. 부동산스터디를 한다는 건 자료를 많이 보는 일이 아니라, 위험한 줄을 먼저 찾는 연습입니다.
부동산스터디, 많이 모인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스터디 인원이 많으면 좋은 줄 알았습니다. 매주 20명씩 모여서 물건 10개씩 보고, 누가 더 높은 수익률을 말하는지 분위기도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3개월 지나고 보니 실제 입찰까지 간 사람은 몇 명 안 됐고, 낙찰받은 사람 중에서도 잔금 계획이 틀어져 고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말을 조금 다르게 합니다. 예상 수익률보다 먼저 보는 게 있습니다. 말소기준권리, 대항력, 배당순위, 점유자 성격, 관리비 체납, 인도 가능성, 대출 가능 금액입니다. 이걸 빼놓고 수익률 20%를 말하면 숫자는 화려한데 발밑이 비어 있습니다.
제가 괜찮다고 보는 부동산스터디는 딱 한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누군가 좋은 물건이라고 말했을 때, 다른 사람이 왜 위험할 수도 있는지 반박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합니다. 듣기 좋은 말만 오가는 모임은 초보에게 오히려 위험합니다.
사례 하나를 끝까지 파야 입찰 감각이 생깁니다
예전에 서울 외곽 빌라 물건을 스터디에서 같이 본 적이 있습니다. 감정가는 2억 4천만 원, 최저가는 1억 6천만 원대까지 내려온 상태였습니다. 겉으로 보면 싸 보였습니다. 주변 실거래가가 2억 초반이었으니 낙찰만 받으면 몇천만 원 남는 것처럼 보였죠.
그런데 현장을 가보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골목 진입이 좁고, 같은 건물 다른 세대가 몇 달째 매물로 나와 있는데도 거래가 안 되고 있었습니다. 등기부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점유자가 전입일을 주장하는 방식이 이상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확인한 내용과 매각물건명세서의 문구를 같이 놓고 보니, 배당을 전부 못 받을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그 물건을 두고 스터디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어떤 분은 최저가 대비 싸다고 했고, 저는 초보가 들어갈 물건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낙찰받았는데, 인도까지 7개월이 걸렸고 이자와 관리비, 수리비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매각가만 보고 싸다고 판단하면 이런 비용이 뒤에서 따라옵니다.
좋은 스터디는 자료보다 질문이 날카롭습니다
제가 스터디에서 물건을 볼 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 점유자가 누구인지 문서와 현장이 같은 말을 하고 있는가
- 임차인이 배당을 다 받지 못하면 버틸 이유가 있는가
- 잔금대출이 막혔을 때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가
- 주변 거래가 실제 거래인지, 호가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 낙찰 뒤 3개월 안에 팔 수 없는 물건이면 보유 비용은 얼마인가
이 질문에 답이 흐릿하면 저는 입찰가를 낮추거나 아예 빠집니다. 경매는 놓친 물건보다 잘못 잡은 물건이 더 아픕니다. 특히 초보 때는 한 번 크게 물리면 다음 기회를 볼 마음까지 꺾입니다.
부동산스터디를 제대로 하려면 물건 하나를 보더라도 법원 서류, 등기부, 건축물대장, 전입세대 확인, 주변 실거래, 현장 사진, 점유 상태를 같이 놓고 봐야 합니다. 책상 위에서 10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1개를 끝까지 보는 편이 훨씬 남습니다.
수익률 계산에는 빠지는 돈이 없어야 합니다
초보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낙찰가와 예상 매도가만 놓고 수익을 계산합니다. 그런데 실제 돈은 더 많이 들어갑니다.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이사비 협의금, 미납 관리비 일부, 대출이자, 수리비, 중개수수료, 양도세까지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2억짜리 아파트를 1억 7천만 원에 낙찰받았다고 해도, 단순히 3천만 원 남는 구조가 아닙니다. 수리비 800만 원, 각종 비용 600만 원, 보유 중 이자 300만 원, 매도 비용과 세금까지 더하면 남는 금액은 생각보다 얇아집니다. 여기에 매도가 늦어지면 수익은 더 줄어듭니다.
저는 스터디에서 항상 보수적으로 계산합니다. 매도가는 낮게, 비용은 높게, 기간은 길게 잡습니다. 그래도 숫자가 남으면 그때 입찰을 고민합니다. 반대로 낙관적으로 계산해야만 수익이 나는 물건은 현장에서 한 번만 틀어져도 손해로 바뀝니다.
스터디보다 중요한 건 내 입찰 기준입니다
부동산스터디를 하다 보면 남의 확신에 쉽게 끌려갑니다. 누군가 이 물건은 무조건 된다고 말하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입찰 보증금은 그 사람이 내주는 게 아닙니다. 낙찰 뒤 점유자와 마주 앉는 사람도 본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일수록 자기 기준을 종이에 써두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선순위 임차인 애매한 물건은 제외, 유치권 주장 물건은 제외, 불법 증축 의심 물건은 제외, 대출 없으면 잔금 못 치르는 물건은 제외. 이런 식으로 못 들어갈 물건을 먼저 정해두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집니다.
실력은 많이 맞히는 데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안 들어가야 할 물건을 걸러내는 데서 더 빨리 늡니다. 저도 10년 넘게 하면서 돈 번 물건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건, 들어갔으면 크게 다쳤을 물건을 피한 경험입니다.
부동산스터디는 혼자 보던 눈을 넓혀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다만 그 안에서 박수받는 숫자보다, 실제 내 통장에서 빠져나갈 돈과 내가 감당할 시간을 먼저 봐야 합니다. 경매장은 조용합니다. 입찰봉투 하나 넣는 순간부터는 말보다 계산이 남고, 그 계산이 틀리면 현장이 바로 가르쳐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