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11번가에서 윈도우 최적화 프로그램을 사도 되냐고 물어봤습니다. 가격이 1년에 몇 만 원짜리인데, 설명을 보니 제가 10년 동안 무료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던 기능들이 거의 그대로 적혀 있더군요. 파일 정리, 시작 프로그램 관리, 중복 파일 찾기, 압축, 화면 캡처, PDF 변환 같은 것들 말입니다.
솔직히 11번가는 잘 쓰면 싸게 살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쪽은 조금 깐깐하게 봐야 합니다. 물건처럼 박스가 오는 것도 아니고, 다운로드 링크나 제품 키 하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애매한 판매 페이지가 섞여 있습니다. 저는 이런 쪽에 돈 쓰기 전에 늘 무료 대안부터 확인합니다.
1. 프로그램 이름보다 기능을 먼저 본다
유료 프로그램 광고는 보통 이름이 그럴듯합니다. PC 속도 향상, 프리미엄 보안, 전문 PDF 편집, 올인원 관리 같은 표현이 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필요한 기능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 압축 파일 풀기: 7-Zip 같은 무료 도구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 이미지 편집: 간단한 보정은 GIMP나 Krita까지 갈 필요 없이 기본 사진 앱으로도 됩니다.
- 문서 작성: LibreOffice로 웬만한 개인 문서는 처리됩니다.
- 화면 녹화: OBS Studio는 무료인데 기능은 과할 정도로 많습니다.
- PDF 읽기와 간단한 처리: 브라우저와 무료 PDF 도구 조합이면 꽤 버팁니다.
11번가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봤다면 제품명만 검색하지 말고, 그 프로그램이 해준다는 기능을 따로 적어보는 게 좋습니다. 기능을 쪼개면 돈을 내야 할 이유가 확 줄어듭니다.
2. 너무 싼 라이선스는 오히려 의심한다
제가 가장 조심하는 건 정상가보다 터무니없이 싼 소프트웨어 키입니다. 물론 할인 자체는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설명의 투명성입니다. 개인용인지, 기업용인지, 구독형인지, 영구 사용인지, 설치 가능한 기기 수가 몇 대인지가 흐릿하면 저는 일단 멈춥니다.
특히 메일로 키만 보내준다거나, 별도 계정으로 로그인하라고 하거나, 원격으로 설치해준다는 식이면 더 조심합니다. 정품처럼 보여도 나중에 인증이 풀리거나 계정 문제가 생기면 사용자가 떠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싼 가격에 혹해서 샀다가 반년 뒤 다시 결제하는 게 제일 아깝습니다.
유료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면 판매자 정보, 구매 후기의 날짜, 환불 조건, 라이선스 설명을 같이 봐야 합니다. 후기 숫자가 많아도 같은 문장이 반복되면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소프트웨어는 박스보다 권한을 사는 물건이라, 설명이 짧을수록 위험합니다.
3. 무료 대안은 공식 배포처 이름으로 확인한다
무료 프로그램을 찾을 때도 함정은 있습니다. 검색하다 보면 광고 설치 프로그램, 번들 프로그램, 이름만 비슷한 가짜 다운로드 페이지가 꽤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11번가에서 유료 프로그램을 보기 전에 먼저 무료 대안의 공식 배포처 이름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OBS Studio, VLC media player, LibreOffice, Audacity, Blender, GIMP 같은 유명 오픈소스 프로그램은 각 프로젝트나 공식 배포 채널에서 받는 게 가장 낫습니다. 중간 다운로드 사이트를 거치면 설치 파일에 광고성 구성 요소가 붙는 경우가 있어요. 무료라고 아무 데서나 받으면 결국 시간과 신뢰를 잃습니다.
설치할 때도 다음 버튼만 연타하면 안 됩니다. 제휴 프로그램 설치 체크박스, 브라우저 시작 페이지 변경, 보안 프로그램 추가 설치 같은 항목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무료 프로그램은 돈 대신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4. 11번가에서 사도 되는 경우는 따로 있다
그렇다고 11번가에서 소프트웨어를 전부 피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하드웨어와 묶인 정품 패키지, 공식 판매처가 명확한 제품, 실물 배송이나 제조사 등록 절차가 확실한 상품은 비교 대상으로 봅니다. 특히 백신, 폰트, 회계 프로그램, 전문 편집 도구처럼 업무에 직접 연결되는 프로그램은 무료 대안만 고집하다가 시간이 더 깨질 수 있습니다.
다만 기준은 분명해야 합니다. 하루에 여러 번 쓰는지, 무료 대안으로 처리했을 때 오류나 호환 문제가 반복되는지, 파일을 주고받는 상대가 특정 프로그램을 요구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쓰는 기능 때문에 연간 구독을 거는 건 대체로 낭비입니다.
저는 보통 2주 정도 무료 대안을 써보고 판단합니다. 그 기간 동안 불편한 점이 계속 반복되면 유료 구매를 고려합니다. 반대로 처음 하루만 불편하고 손에 익으면 해결되는 문제라면 굳이 결제하지 않습니다.
5. 구매 전 체크리스트 7개만 보면 실수를 줄인다
- 무료 대안으로 같은 작업이 가능한가?
- 라이선스가 개인용인지 업무용인지 분명한가?
- 구독형인지 영구 사용인지 적혀 있는가?
- 설치 가능한 기기 수가 명확한가?
- 공식 판매처 또는 제조사 등록 방식이 확인되는가?
- 후기 날짜가 최근에만 몰려 있지 않은가?
- 환불과 인증 오류 대응 방식이 설명되어 있는가?
이 7개 중 2개 이상이 흐릿하면 저는 구매를 미룹니다. 급하게 필요한 프로그램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급할 때 결제하면 판단이 무너지고, 나중에 보면 무료 도구 조합으로 충분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11번가는 가격 비교용으로는 꽤 쓸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싸다고 바로 좋은 상품이 아닙니다. 무료 대안을 먼저 써보고, 정말 시간을 아껴주는 유료 제품만 사는 쪽이 오래 봤을 때 훨씬 덜 피곤합니다. 저는 아직도 새 프로그램을 결제하기 전에 무료 도구부터 깔아봅니다. 그 습관 하나로 안 쓴 돈이 생각보다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