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잠실 경기 기록을 다시 보다가 고우석 이름이 LG 투수 명단에 다시 올라온 걸 보고 살짝 멈췄습니다. 처음엔 ‘복귀설’이라는 단어가 먼저 돌았는데, 흐름은 꽤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미네소타에서 방출 대기 통보를 받은 뒤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택했고, 결국 친정팀 LG로 돌아왔습니다. 소문처럼 번진 이야기가 계약과 등판 기록으로 바뀐 순간이었죠.
복귀설이 커진 이유는 타이밍이었다
고우석의 LG 복귀 이야기가 크게 번진 건 단순히 익숙한 이름이 돌아와서만은 아닙니다. LG 불펜 상황과 고우석의 미국 내 입지가 동시에 맞물렸습니다. LG는 시즌 중 유영찬 이탈, 손주영 보직 변화, 베테랑 불펜 관리라는 숙제를 안고 있었고, 고우석은 미국에서 계속 팀을 옮기며 기회를 찾는 위치였습니다.
2023년 통합 우승 뒤 포스팅으로 미국에 도전했고, 샌디에이고와 1+1년 최대 940만 달러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빅리그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이후 마이애미, 디트로이트, 미네소타를 거쳤습니다. 2026년 7월에는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전까지 치렀지만, 빅리그 성적은 4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9.00에 머물렀습니다.
계약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복귀 후 기록
LG와는 계약 기간 1년, 연봉 5억 원 규모로 합의했습니다. 시즌 중 복귀라 실제 수령액은 잔여 기간 기준으로 계산됐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뉴스의 중심은 계약처럼 보이지만, 기록을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는 복귀 후 등판 내용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KBO 기록실 기준으로 고우석은 2026년 복귀 후 9경기에서 11이닝을 던져 3승 0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0.82를 남겼습니다. WHIP 0.91, 피안타율 0.162, 탈삼진 12개와 볼넷 4개. 특히 9월 4일 삼성전 복귀 첫 등판에서 1이닝 무실점 2탈삼진 세이브를 기록한 장면은 상징성이 컸습니다. 숫자로만 봐도 ‘돌아왔다’는 말에 감정만 붙은 게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고우석과 지금의 고우석은 조금 다르다
LG 팬들이 기억하는 고우석은 빠른 공으로 9회를 닫던 투수입니다. 2019년 35세이브, 2021년 30세이브, 2022년 42세이브로 리그 세이브 1위까지 찍었습니다. 그때의 이미지는 강했습니다. 짧은 이닝, 높은 구속, 정면 승부. 좋은 날엔 타자가 알고도 밀리는 공이었습니다.
근데 지금의 고우석은 그때와 똑같이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예전처럼 옆으로 크게 흐르기보다 컷 패스트볼에 가까운 형태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미국에서의 시간이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웠을 수 있지만, 공의 결이나 타자와 싸우는 방식에는 흔적을 남긴 셈입니다.
- 2019년: 35세이브, 리그 상위권 클로저로 자리 잡은 시즌
- 2022년: 42세이브, 세이브 1위 시즌
- 2026년 복귀 후: 9경기 11이닝 평균자책점 0.82
- 복귀 후 피안타율: 0.162, WHIP 0.91
LG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도 분명하다
복귀가 반갑다고 해서 모든 퍼즐이 다 맞는 건 아닙니다. 가장 큰 변수는 포스트시즌 출전 자격입니다. 국내 선수는 7월 31일까지 등록되어야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는데, 고우석의 등록은 9월이었습니다. 그래서 정규시즌 막판에는 힘이 되지만, 가장 뜨거운 무대에서는 직접 던질 수 없습니다.
이 지점이 묘합니다. 전력 보강 효과는 있는데, 시즌의 마지막 승부처에서는 카드로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LG가 고우석을 바라보는 방식도 단기 처방보다는 다음 시즌까지 포함한 투자에 가깝습니다. 불펜 과부하를 줄이고, 손주영이나 케네디 같은 자원과 역할을 나누는 효과는 당장 있습니다. 다만 가을 엔트리의 계산식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 복귀가 남긴 진짜 장면
솔직히 고우석의 미국 도전을 실패라는 단어 하나로 접는 건 너무 납작합니다. 빅리그 4경기, 마이너리그 111경기, 여러 차례 이적과 방출 대기, 그리고 다시 LG. 선수 입장에선 꽤 거친 길이었고, 팬 입장에선 그 시간이 투구에 어떤 식으로 남았는지 보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고우석 LG 복귀설이 확산됐을 때 많은 사람은 ‘다시 9회를 맡을 수 있나’부터 떠올렸을 겁니다. 그런데 기록표를 따라가 보니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그는 예전의 압도적인 클로저 이미지와 미국에서 배운 생존 방식을 함께 들고 돌아왔습니다. 당장 한 시즌의 가을 무대보다 더 흥미로운 건, 2027년 LG 불펜 구도가 이 복귀를 기준으로 얼마나 달라질지입니다. 저는 그 대목이 이번 복귀 이야기에서 제일 오래 남을 장면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