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시장 앞에 세워진 EV5를 가까이서 봤는데, 사진으로 보던 느낌보다 훨씬 반듯하고 단단해 보였습니다. EV6처럼 낮게 깔린 전기차라기보다, 쏘렌토보다 살짝 작은 전기 패밀리 SUV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기아 EV5 시승기를 볼 때도 가속감 하나만 보지 말고 공간, 승차감, 충전 패턴, 가격까지 같이 봐야 판단이 빨라집니다.
EV5 시승 전 제원부터 잡는 방법
EV5의 차체 크기는 전장 4,610mm, 전폭 1,875mm, 축거 2,750mm입니다. 숫자만 보면 준중형과 중형 SUV 사이에 걸쳐 있지만, 실내 체감은 전기차 전용 구조 덕분에 꽤 넉넉한 편입니다. 특히 2열 바닥이 비교적 평평하고, 2열 6:4 폴드 앤 다이브 시트로 풀플랫에 가깝게 접히는 점은 캠핑이나 장거리 짐 적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 매력적입니다.
배터리는 스탠다드 60.3kWh, 롱레인지 81.4kWh로 나뉩니다. 정부 신고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스탠다드 2WD 18인치가 복합 351km, 롱레인지 2WD가 복합 460km입니다. 롱레인지 4WD는 18인치 기준 420km, 19인치 기준 406km로 내려갑니다. 사실 시승 때 10분 몰아서는 전비를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 숫자를 기준으로 본인 생활권을 대입하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주행감은 부드럽지만 무게감이 있다
EV5는 빠른 차라기보다 편하게 밀어주는 차에 가깝습니다. 스탠다드 2WD는 최고출력 156마력, 롱레인지 2WD는 217마력, 롱레인지 4WD는 265마력입니다. 도심 출발, 합류, 추월 가속에서는 롱레인지 2WD만 돼도 답답함이 크지 않습니다. 다만 공차중량이 2톤 안팎이라 급격한 차선 변경이나 연속 코너에서는 차체가 가볍게 날아다니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차의 장점은 조용함과 안정감입니다. 윈드쉴드와 1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가 적용되고, 전기차 특유의 진동 없는 출발이 더해져 출퇴근길 피로가 적습니다. 근데 스포츠 모드에서 강하게 몰아붙이는 재미를 기대하면 조금 심심할 수 있습니다. EV5는 가족을 태우고 편하게 이동하는 쪽에 성격이 맞춰져 있습니다.
공간과 편의사양은 패밀리카 성격이 강하다
실내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입니다. 12.3인치 클러스터,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 12.3인치 내비게이션이 이어지는 구성이라 최신 기아차를 타본 사람이라면 금방 적응합니다. 컬럼식 변속 레버 덕분에 센터 공간도 여유롭고, 확장형 센터콘솔은 지갑, 휴대폰, 작은 가방을 놓기 편합니다.
패밀리카로 보면 2열 활용성이 꽤 중요합니다. EV5는 2열 리클라이닝, 리모트 폴딩 레버, C타입 충전 단자, 2열 에어벤트 같은 기본기가 잘 챙겨져 있습니다. 옵션에 따라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3존 공조, 시트백 테이블, 헤드업 디스플레이, 하만카돈 사운드까지 고를 수 있어 장거리 이동 만족도를 올리기 쉽습니다. 솔직히 아이가 있거나 부모님을 자주 태우는 집이라면 가속 성능보다 이런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스탠다드와 롱레인지 고르는 방법
가격은 2026년 10월 기아 가격표 기준으로 에어 스탠다드가 세제혜택 후 4,155만 원, 에어 롱레인지가 4,575만 원입니다. 롱레인지 2WD의 서울시 보조금 적용 예시는 에어 기준 3,858만 원으로 안내되어 있지만, 실제 금액은 등록 지역과 예산 잔여분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매 직전에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과 지자체 공고를 같이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출퇴근 왕복 50km 안팎이고 집밥 충전이 가능하면 스탠다드도 충분히 현실적입니다.
- 주말 장거리, 겨울철 난방, 고속도로 이용이 잦다면 롱레인지 2WD가 가장 무난합니다.
- 눈길, 산길, 비포장 진입이 많거나 즉각적인 가속감을 원하면 롱레인지 4WD가 맞습니다.
- 19인치 휠은 보기 좋지만 일부 사양에서 주행거리와 승차감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어 롱레인지 2WD에 필요한 옵션을 고르는 조합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81.4kWh 배터리와 복합 460km 주행거리 덕분에 전기차 초보자가 느끼는 거리 불안이 줄고, 4WD보다 가격과 효율 면에서도 부담이 덜합니다.
시승할 때 꼭 느껴봐야 할 부분
EV5를 시승한다면 가속 페달 반응보다 회생제동 감각을 먼저 봐야 합니다. 도심에서는 회생제동 패들 조작이 자연스러운지, 정차 직전 울컥거림이 거슬리지 않는지가 일상 만족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또 방지턱을 넘을 때 2열이 튀는지, 고속에서 풍절음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지도 꼭 체크할 만합니다.
충전은 기아 브로셔에서 초고속 충전 30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충전 속도는 충전기 출력, 배터리 온도, 잔량 구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기차는 제원표보다 생활 패턴이 더 중요합니다. 집이나 회사에서 완속 충전이 가능하면 EV5의 만족도는 꽤 높아지고, 공용 급속 충전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주행거리보다 충전 동선이 더 큰 변수가 됩니다.
기아 EV5 시승기를 여러 개 비교해도 결국 판단 기준은 비슷합니다. 조용하고 넓은 전기 SUV가 필요하고, EV6보다 높은 시야와 실용적인 적재공간을 원한다면 EV5는 꽤 진지하게 볼 만합니다. 반대로 운전 재미와 초고속 충전 성능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다른 전기차와 나란히 타본 뒤 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제 취향으로는 화려하게 튀는 차는 아니지만, 매일 타는 차로 오래 곁에 두기 좋은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