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께 지원받는 돈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묻더라고요. 가족끼리 주고받는 돈이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금액이 커지니 증여세면제한도부터 신고기한까지 따져볼 게 꽤 많았습니다.
증여세면제한도는 공제 한도라고 보면 편합니다
많이들 증여세면제한도라고 부르지만, 세법에서는 보통 증여재산공제라고 표현합니다. 받은 돈 전체가 무조건 세금 없는 돈이 되는 게 아니라, 가족 관계별로 정해진 금액만큼 과세가액에서 빼주는 방식입니다.
국세청 기준으로 이 한도는 받는 사람 기준, 10년 누계 기준으로 봅니다. 그래서 올해 조금 받고 3년 뒤 또 받았다면 따로따로 보는 게 아니라 같은 기간 안의 증여 내역을 이어서 계산합니다.
관계별 한도는 이렇게 나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돈인지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경우와 배우자끼리 주는 경우는 한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 배우자에게 받는 경우: 10년간 6억원
- 부모,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받는 경우: 성년은 5천만원, 미성년자는 2천만원
- 자녀, 손자녀 등 직계비속에게 받는 경우: 5천만원
- 형제자매, 사위, 며느리 등 기타 친족에게 받는 경우: 1천만원
- 친족이 아닌 사람에게 받는 경우: 기본 공제 없음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부분이 부모님입니다. 성년 자녀가 아버지에게 5천만원, 어머니에게 5천만원을 받으면 총 1억원까지 괜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반적인 직계존속 공제 한도는 10년간 5천만원으로 봐야 합니다.
10년 합산을 놓치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성년 자녀가 부모에게 처음으로 7천만원을 받는다고 해볼게요. 직계존속 공제 5천만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2천만원입니다. 1억원 이하 구간은 세율 10%라 산출세액은 200만원이고, 기한 안에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받아 실제 납부액은 약 194만원 수준이 됩니다.
반대로 9년 전에 이미 3천만원을 받았고 올해 4천만원을 더 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0년 안에 받은 금액이 7천만원이 되기 때문에, 남은 공제는 2천만원뿐입니다. 그래서 올해 받은 4천만원 중 2천만원은 과세 대상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가족 간 계좌이체도 날짜, 금액, 보낸 사람, 받은 사람을 간단히라도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나중에 설명해야 할 때 기억보다 기록이 훨씬 힘이 셉니다.
혼인·출산 공제는 따로 챙겨볼 만합니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집이라면 혼인·출산 증여재산 공제도 같이 봐야 합니다. 거주자가 부모나 조부모 같은 직계존속에게 받는 경우,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또는 자녀 출생일·입양일부터 2년 이내라면 1억원까지 별도로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하는 성년 자녀가 부모에게 돈을 받는다면 기본 직계존속 공제 5천만원에 혼인 공제 1억원을 더해 최대 1억5천만원까지 세 부담이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혼인 공제와 출산 공제는 각각 1억원씩 따로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라 통산 1억원 한도로 보는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실수 줄이는 계산 순서
증여세는 계산 순서를 단순하게 잡으면 훨씬 덜 복잡합니다. 먼저 최근 10년 동안 같은 관계에서 받은 돈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이번에 받는 금액을 더합니다.
- 최근 10년 증여 내역을 먼저 적습니다.
- 증여자와의 관계에 맞는 공제 한도를 확인합니다.
- 현금이 아닌 부동산, 주식은 증여일 현재의 시가 기준을 따집니다.
- 공제 후 남은 금액에 10~50% 누진세율을 적용합니다.
-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신고기한을 확인합니다.
또 하나 조심할 점은 세금을 대신 내주는 경우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주고, 그 증여세까지 부모가 대신 내주면 대신 낸 세금도 다시 증여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처리했다가 계산이 꼬이는 경우가 여기서 생깁니다.
가족끼리일수록 기록이 편합니다
증여세면제한도는 단순히 얼마까지 괜찮다는 숫자보다 10년, 관계, 받는 사람 기준이라는 세 가지를 같이 봐야 제대로 이해됩니다. 특히 자녀 주택자금, 결혼자금, 창업자금처럼 금액이 커지는 순간에는 작은 착각이 수백만원 차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 사이에 계약서나 메모를 남기는 게 처음엔 조금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오간 이유와 날짜를 남겨두면 오히려 나중에 서로 설명할 일이 줄어듭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주는 돈일수록 숫자는 차분하게 남겨두는 게 저는 더 편한 방식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