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2026년 06월 09일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경기를 다시 기록으로 훑어봤는데, 스코어 6-4라는 숫자보다 더 오래 남는 장면이 있었다. KIA가 초반에 차곡차곡 점수를 쌓고, 김도영이 4회에 크게 한 방을 날렸고, 한화는 8회말 홈런 두 방으로 다시 관중석을 끓게 만들었다. 그냥 이긴 경기, 진 경기로만 넘기기엔 꽤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초반부터 KIA가 흐름을 잡은 경기
이날 경기는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렸고, KIA가 한화를 6-4로 눌렀다. 공식 기록 기준 KIA는 8안타 7볼넷, 한화는 7안타 1볼넷이었다. 점수는 두 점 차였지만 출루 구조를 보면 KIA 쪽이 훨씬 꾸준히 압박했다. 특히 한화 선발 왕옌청이 3과 3분의 2이닝 동안 89구를 던지며 6실점, 그중 자책은 4점이었다는 점이 경기의 결을 잘 보여준다.
1회초부터 분위기가 움직였다. 2사 뒤 김도영이 내야안타로 살아 나갔고, 아데를린 로드리게스가 좌중간 2루타를 때리며 선취점을 만들었다. 시작부터 중심 타순이 연결됐다는 점이 컸다. KIA 입장에서는 단순한 1점이 아니라, 한화 선발에게 바로 부담을 얹은 1점이었다.
2회초에는 기록지에 실책 두 개가 찍혔다. 한준수 볼넷, 김호령 번트 안타성 타구 뒤 왕옌청 송구 실책, 이어 박민의 땅볼 상황에서 2루수 실책까지 겹쳤다. KIA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두 점을 보탰다. 안타를 몰아쳐 만든 빅이닝은 아니었지만, 야구에서 이런 점수는 은근히 아프다. 상대가 공짜로 준 베이스를 제대로 득점으로 바꾸면 경기 온도가 확 달라진다.
김도영의 4회 스리런, 숫자보다 강했던 타이밍
한화도 3회말 이도윤의 2루타와 진루타, 오재원의 땅볼 타점으로 1점을 따라붙었다. 3-1. 여기서 한화가 한 번 더 붙었다면 경기는 전혀 다른 모양이 됐을 수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 KIA 공격에서 승부의 무게가 크게 기울었다.
4회초 2사 1, 2루. 타석에는 김도영이었다. 왕옌청의 146km 투심을 받아친 타구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시즌 19호 홈런이자 3점 홈런. 스코어는 순식간에 6-1이 됐다. 이 장면이 강했던 이유는 단순히 홈런이라서가 아니다. 2사 이후 볼넷과 연결로 만들어진 찬스에서, 경기 중반 이전에 점수 차를 5점까지 벌렸기 때문이다.
김도영의 이날 타격 기록은 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2득점 1볼넷. 한 선수의 박스스코어로 보면 깔끔하지만, 흐름까지 붙이면 더 선명하다. 1회 선취 득점의 출발점이었고, 4회에는 직접 경기를 벌렸다. 야구에서 중심 타자가 가장 좋은 방식으로 경기를 지배한 날이었다.
황동하의 6이닝, KIA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공격만 보면 김도영이 먼저 보이지만, 사실 이날 KIA의 바닥을 받친 건 선발 황동하였다. 황동하는 6이닝 2피안타 1실점 1볼넷 6탈삼진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87개. 한화 타선이 8회에 몰아치기 전까지 쉽게 찬스를 만들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한화 중심 타선 쪽을 묶은 게 중요했다. 강백호가 4번 지명타자로 복귀했고, 페라자와 노시환, 김태연까지 이어지는 타선은 이름값만 봐도 가볍지 않았다. 그런데 황동하는 초반부터 헛스윙과 범타를 섞어가며 큰 타구를 피했다. 1회말 오재원이 비디오 판독 끝에 살아 나갔지만 도루 저지로 흐름이 끊겼고, 2회에는 김태연 볼넷 뒤 후속이 막혔다.
7회 등판한 곽도규도 1이닝 3탈삼진으로 강렬했다. 강백호에게 안타 하나를 맞긴 했지만, 문현빈과 노시환, 김태연을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이 7회가 은근히 컸다. 6-1에서 6-3이 되는 것과 6-1 그대로 8회로 가는 건 벤치 운영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화의 8회 추격, 그래서 더 아쉬웠던 9회 병살
그런데 야구는 늘 한 번 더 꿈틀거린다. 한화는 8회말 허인서의 안타 뒤 박정현이 좌월 투런포를 때렸다. 이 홈런은 박정현에게도 의미가 컸다. 2023년 9월 27일 이후 986일 만의 홈런이었다. 스코어는 6-3. 이어 정해영이 올라온 뒤 페라자가 우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6-4까지 좁혔다.
여기서 대전의 공기가 꽤 바뀌었을 것이다. 기록지만 봐도 그 장면은 느껴진다. 한화는 경기 내내 출루가 많지 않았는데, 8회에 장타 두 방으로 갑자기 경기를 살아 있게 만들었다. 박정현의 홈런 비거리는 120m, 페라자의 홈런은 135m로 기록됐다. 뒤늦은 폭발이었지만 파괴력은 충분했다.
다만 9회말이 아쉬웠다. 선두 강백호가 김규성의 실책으로 출루했고, 대주자 이원석이 들어갔다. 무사 1루에서 노시환 타석. 여기서 병살타가 나오며 한화의 마지막 추격 흐름이 꺾였다. 성영탁은 김태연에게 안타를 맞고도 허인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세이브를 챙겼다. KIA 입장에선 살짝 흔들렸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버틴 경기였다.
이 경기가 말해준 두 팀의 차이
이날 KIA는 6점을 냈지만 5회 1사 만루, 6회 2사 2, 3루를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완승 느낌보다는 버텨낸 승리에 가까웠다. 그래도 초반 출루를 점수로 바꿨고, 김도영이라는 확실한 장면이 있었다. 황동하의 6이닝도 있었고, 성영탁의 마지막 1이닝도 있었다.
반대로 한화는 7안타 중 홈런 두 방이 8회에 몰렸다. 장타로 분위기를 바꾸는 힘은 확인했지만, 초반 실책과 선발 난조가 너무 비쌌다. 팀 전체 볼넷이 1개뿐이었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출루가 적으면 홈런이 나와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생긴다.
- KIA 승리 포인트: 김도영의 4회 3점 홈런, 황동하의 6이닝 1실점, 초반 실책을 놓치지 않은 득점력
- 한화 아쉬운 포인트: 2회 수비 실책 2개, 왕옌청의 4볼넷, 9회 무사 1루 병살
- 경기 기록: KIA 6득점 8안타 1실책, 한화 4득점 7안타 2실책, 관중 1만7000명, 경기 시간 3시간 12분
개인적으로 이 경기는 김도영의 홈런 경기로만 기억하기엔 조금 아깝다. KIA는 초반의 작은 틈을 점수로 바꾸는 팀이었고, 한화는 뒤늦게 장타력으로 분위기를 뒤집을 뻔한 팀이었다. 6-4라는 스코어 안에 선발의 안정감, 수비의 흔들림, 중심 타자의 해결 능력, 그리고 9회 병살 하나의 무게가 전부 들어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경기는 시간이 지나도 박스스코어를 다시 열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