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시장 근처에서 폴스타4 시승차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진보다 차가 훨씬 낮고 넓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SUV라고 부르기엔 자세가 낮고, 세단이라고 하기엔 실내 높이와 적재 공간이 여유롭습니다. 그래서 폴스타4는 단순히 예쁜 전기차라기보다, 쿠페형 SUV를 전기차 방식으로 다시 해석한 차에 가깝습니다.
국내 기준으로 폴스타4는 리어 모터와 듀얼 모터가 판매되고, 폴스타코리아 기준 판매 시작가는 6,690만 원부터입니다. 리어 모터는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 511km, 듀얼 모터는 20·21인치 휠 기준 455km로 안내됩니다. 숫자만 보면 리어 모터가 효율형, 듀얼 모터가 성능형으로 나뉘지만 실제 선택은 생각보다 조금 더 섬세하게 봐야 합니다.
첫 인상은 낮고 넓은 전기 쿠페 SUV
폴스타4의 비율은 꽤 독특합니다. 전장이 길고 루프 라인이 뒤로 갈수록 매끈하게 떨어지는데, 바닥에 배터리를 깐 전기차 특유의 묵직함이 자세를 잡아줍니다. 차체가 커 보이지만 디자인이 과하게 부풀어 있지는 않아서, 도심에서 봐도 부담스러운 대형 SUV 느낌은 덜합니다.
실내에 앉으면 스웨덴 브랜드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먼저 들어옵니다. 버튼을 많이 늘어놓기보다 중앙 디스플레이와 간결한 조작계에 의존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물리 버튼이 조금 더 있었으면 싶다가도, 메뉴 구성이 익숙해지면 복잡하게 흩어진 차보다 오히려 덜 피곤합니다. 티맵과 음성 제어가 들어간 점도 국내 운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부분입니다.
주행감은 빠른데 성격은 의외로 차분하다
전기차를 시승할 때 가속감만 보면 판단이 흔들립니다. 듀얼 모터는 최고출력 400kW에 0-100km/h 가속 3.8초로, 수치만 놓고 보면 스포츠카에 가까운 반응을 냅니다. 그런데 폴스타4가 재미있는 점은 무작정 자극적으로 튀어나가는 차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페달을 깊게 밟으면 확실히 빠르지만, 평소 주행에서는 힘을 차분하게 풀어내는 쪽에 가깝습니다.
차체 무게는 리어 모터 기준 2.23톤, 듀얼 모터 기준 2.355톤 수준입니다. 가벼운 차는 아닙니다. 대신 배터리가 낮게 깔리면서 코너에서 차가 기우는 느낌을 꽤 잘 억제합니다. 고속도로 진입로나 긴 곡선 구간에서 차체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적고, 스티어링 반응도 지나치게 가볍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족용 전기 SUV로만 보기엔 섀시 완성도가 꽤 진지합니다.
뒷유리 없는 구조는 꼭 직접 봐야 한다
폴스타4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릴 부분은 후면 유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신 리어뷰 HD 카메라가 실내 미러 역할을 합니다. 처음 앉으면 어색합니다. 우리가 평소 룸미러에서 기대하는 거리감과 카메라 화면의 거리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데 10분 정도 지나면 시야 자체는 꽤 넓게 느껴집니다.
다만 모든 운전자에게 같은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야간, 비 오는 날, 지하주차장처럼 밝기 차이가 큰 상황에서 눈이 얼마나 편한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안경을 쓰거나 카메라 미러에 예민한 분이라면 짧은 시승만으로 넘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 부분은 제원표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 카메라 미러의 밝기와 눈부심이 편한지 확인
- 후진 시 360도 화면과 센서 반응이 자연스러운지 확인
- 2열 동승자가 개방감을 어떻게 느끼는지 확인
- 트렁크 적재 높이와 유모차, 골프백 수납을 직접 확인
싱글모터와 듀얼모터 고르는 방법
출퇴근과 장거리 효율을 우선하면 리어 모터
리어 모터는 숫자상으로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복합 511km 주행거리와 4.6km/kWh 복합 전비는 장거리 운행이 잦은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전기차는 겨울철, 고속 주행, 공조 사용에 따라 체감 주행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증 주행거리가 긴 모델이 심리적으로도 편합니다.
또 후륜구동 전기차 특유의 매끈한 가속감이 있어서 일상 주행에서는 출력 부족을 크게 느끼기 어렵습니다. 가족과 함께 타고, 주말 장거리도 가고, 충전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다면 리어 모터가 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가속감과 사륜 안정감을 원하면 듀얼 모터
듀얼 모터는 성격이 다릅니다. 3.8초 가속 성능은 단순한 수치 자랑이 아니라 추월, 합류, 언덕길에서 여유로 이어집니다. 눈길이나 젖은 노면에서 네 바퀴를 굴리는 안정감도 장점입니다. 다만 복합 주행거리는 455km이고, 퍼포먼스 패키지의 22인치 휠을 선택하면 395km까지 낮아집니다. 멋과 성능을 얻는 대신 효율을 내주는 구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듀얼 모터를 고르더라도 22인치 휠은 꼭 시승 후 판단하는 쪽을 권하고 싶습니다. 큰 휠은 자세가 살아나지만, 노면 충격과 타이어 비용에서 체감 차이가 납니다. 전기차는 차체가 무거운 만큼 타이어 선택이 유지비와 승차감에 꽤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시승할 때 꼭 확인할 부분
폴스타4는 짧게 타면 디자인과 가속감에 먼저 설득되는 차입니다. 그래서 시승 코스를 조금 다르게 잡는 게 좋습니다. 매끈한 대로만 달리면 장점만 보입니다. 과속방지턱, 거친 포장도로, 지하주차장 진입로, 고속화도로 합류 구간을 섞어 보면 이 차가 내 생활권에 맞는지 훨씬 선명해집니다.
- 저속 방지턱에서 앞뒤 흔들림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보기
- 고속 주행 중 풍절음과 타이어 소음이 거슬리는지 듣기
- 중앙 디스플레이 메뉴 접근이 운전 중 편한지 만져보기
- 2열 등받이 각도와 머리 공간이 가족에게 맞는지 앉혀보기
- 충전 습관 기준으로 10-80% 급속 충전 약 30분이 현실적인지 계산하기
폴스타4는 모두에게 가볍게 추천할 차는 아닙니다. 뒷유리 없는 구조, 디스플레이 중심 조작, 낮고 넓은 차체 같은 개성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개성이 취향에 맞는 사람에게는 꽤 강하게 꽂히는 차입니다. 효율까지 생각하면 리어 모터가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고, 운전 재미와 사륜구동을 중시한다면 듀얼 모터가 더 매력적입니다. 시승을 앞두고 있다면 가속 한 번에 마음을 정하기보다, 내 주차장과 내 출퇴근길에 이 차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어오는지를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판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