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실에서 60대 부부가 만기 된 예금 1억 5천만원을 들고 오셨습니다. 앱에는 연 3.7% 상품이 보이는데, 창구에서는 연 3.4% 상품을 권했다며 어느 쪽이 맞느냐고 물으셨죠. 사실 정기예금은 금리 숫자 하나만 보고 고르면 꽤 자주 손해를 봅니다. 세금, 우대조건, 예금자보호, 중도해지, 만기 후 금리까지 같이 봐야 실제 손에 남는 돈이 보입니다.
1. 최고금리보다 기본금리부터 봐야 합니다
정기예금 광고에는 보통 최고 연 3.8%, 최고 연 4.0%처럼 큰 숫자가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상담 현장에서 보면 실제 적용받는 금리는 그보다 0.2~0.6%포인트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급여이체, 카드 실적, 마케팅 동의, 첫 거래, 자동이체 같은 조건을 모두 채워야 최고금리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5천만원을 1년 맡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연 3.8%와 연 3.4%의 이자 차이는 세전 20만원입니다. 세후로는 이자소득세 15.4%를 빼면 약 16만9천원 차이입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 16만9천원을 받기 위해 카드 실적을 억지로 만들거나 급여계좌를 옮겨야 한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 기본금리: 조건 없이 적용되는 금리
- 우대금리: 특정 조건을 채워야 붙는 금리
- 최고금리: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합친 광고용 숫자
저라면 먼저 기본금리를 확인합니다. 그다음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거래로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지만 봅니다. 새로 소비를 만들어야 받는 우대금리라면, 그건 이자가 아니라 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2. 세후 이자를 계산해야 진짜 비교가 됩니다
정기예금 1억원을 연 3.5%에 1년 넣으면 세전 이자는 350만원입니다. 여기서 일반과세 기준 이자소득세 15.4%를 빼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약 296만1천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24만6천원 정도죠.
반대로 연 3.8%라면 세전 이자는 380만원, 세후 이자는 약 321만5천원입니다. 두 상품의 광고금리 차이는 0.3%포인트지만, 실제 1년 차이는 약 25만4천원입니다. 이 정도면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가입 경로가 복잡하거나 중도해지 가능성이 높다면 25만원보다 유동성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세후 계산법
일반과세라면 세전 이자에 0.846을 곱하면 대략 세후 이자가 나옵니다. 200만원 이자라면 169만2천원, 300만원 이자라면 253만8천원입니다. 비과세종합저축 대상자라면 세금 차이가 훨씬 커지니 먼저 한도와 자격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3. 예금자보호 1억원은 원금만 뜻하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안내 기준으로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보호한도는 금융회사별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해 최고 1억원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실수합니다. 1억원을 예금하면 이자까지 전부 보호된다고 생각하는데, 보호한도는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입니다.
예를 들어 한 은행에 1억원을 연 3.5%로 넣으면 1년 뒤 세전 이자가 350만원입니다. 보호한도만 놓고 보면 원리금 합계가 1억350만원이 되므로 1억원 초과분이 생깁니다. 물론 일반 시중은행에서 곧바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보호한도를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관리하려면 원금을 9천6백만원 안팎으로 낮추거나 금융회사를 나누는 방식이 더 깔끔합니다.
- 보호 기준: 계좌별이 아니라 금융회사별 합산
- 포함 금액: 원금과 약정 이자
- 주의할 점: 같은 은행의 여러 지점에 나눠도 같은 금융회사면 합산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정기예금을 볼 때는 금리만큼 이 부분을 같이 봐야 합니다. 0.2%포인트 더 받자고 한 금융회사에 원리금 기준 1억원을 훌쩍 넘겨두는 건 제 가족에게도 권하지 않습니다.
4. 3개월, 6개월, 12개월 중 만기는 돈 쓸 날짜로 정해야 합니다
요즘은 금리 방향을 맞히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PB 현장에서 오래 상담해보면, 금리 예측보다 중요한 건 돈 쓸 날짜입니다. 8개월 뒤 전세 보증금이 필요할 돈을 12개월 예금에 넣었다가 중도해지하면, 처음 봤던 연 3.6%는 내 금리가 아닙니다.
중도해지 금리는 보통 약정금리보다 크게 낮습니다. 가입 후 2~3개월 만에 깨면 연 0.1~1%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1억원을 연 3.5% 상품에 넣어도 6개월 만에 해지하면서 낮은 중도해지율을 적용받으면 기대했던 이자의 상당 부분이 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나눕니다
생활비 3~6개월치는 파킹통장이나 입출금식 통장에 둡니다. 6개월 안에 쓸 돈은 3개월 또는 6개월 예금으로 짧게 가져갑니다. 1년 이상 쓸 계획이 없는 돈만 12개월 정기예금으로 묶습니다. 금리가 조금 낮아도 깨지 않을 상품이 결국 더 좋은 상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만기 후 금리와 자동재예치를 그냥 넘기면 손해가 납니다
정기예금 만기일을 지나 그대로 두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문제는 만기 후 금리입니다. 만기 후에는 약정금리가 계속 적용되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별 만기 후 이율이 적용됩니다. 이 금리는 상당히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연 3.5% 예금이 만기 후에는 연 0.1~1%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1억원을 만기 후 한 달 방치했다고 해보죠. 연 3.5%라면 한 달 세전 이자는 약 29만원입니다. 그런데 만기 후 이율이 연 0.5%라면 약 4만1천원입니다. 한 달 차이만 해도 세전 기준 25만원 가까이 벌어집니다. 바빠서 놓친 비용치고는 제법 큽니다.
- 만기 알림은 최소 2개 이상 설정
- 자동재예치 여부와 적용금리 확인
- 만기일 전후로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한눈에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비교
- 비대면 전용 상품과 창구 상품 금리 차이 확인
정기예금은 화려한 상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숫자에 솔직합니다. 내가 받을 수 없는 우대금리, 중간에 깰 가능성이 높은 만기, 보호한도를 넘긴 예치금, 만기 후 방치가 수익을 갉아먹습니다. 저는 정기예금을 고를 때 최고금리보다 세후 이자와 돈 쓸 날짜를 먼저 봅니다. 조금 덜 멋있어 보여도, 실제 통장에 남는 돈은 그런 선택에서 갈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