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과 함께 완성한 수원화성
수원화성 완공 2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백성과 함께 이룬 만년대업, 수원화성’이 2026년 9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성곽의 웅장한 외형을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정조의 구상과 신하들의 협력, 백성의 기술과 노동이 어떻게 하나의 성곽으로 이어졌는지 살피면서 수원화성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대정신을 조명한다.
수원화성은 정조가 기획 단계부터 완공까지 관여한 국가적 사업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지시만으로 세워진 성곽은 아니었다. 여러 신하가 계획과 관리를 맡았고, 수많은 장인이 각자의 기술을 보탰으며, 백성의 땀과 지혜가 공사 현장을 채웠다. 전시 제목에 담긴 ‘백성과 함께’라는 표현은 이러한 축성 과정의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전시장에서는 백성에게도 방안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그 아래에는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된 내용이 제시된다. 수원부 백성 가운데에도 계책을 제시하고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정조의 인식이 담긴 대목이다.
봉건시대의 군주가 대규모 국가사업을 추진하며 백성의 의견과 능력을 인정한 점은 전시의 중요한 맥락이다. 정조는 백성을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백성 가운데 지혜와 기술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을 사업을 함께 완성할 주체로 바라봤다. 수원화성은 왕의 구상과 행정 체계, 현장의 기술, 백성의 참여가 맞물려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정조의 구상에서 완공까지
전시 1부는 정조의 축성 계획이 실제 공사로 이어지고 성곽이 완공되기까지의 시간을 펼쳐 보인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을 바탕으로 수원에 새로운 도시를 조성하려 했다. 이곳을 정치와 경제, 군사에 관한 구상을 실현할 거점으로 삼고자 했으며, 성곽 건설에는 당시의 축성 기술과 과학적 지식, 실용적인 설계가 폭넓게 동원됐다.
기획부터 완공까지 정조가 전 과정에 지시를 내렸다는 점도 소개된다.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흉년이 들거나 더위와 추위가 극심할 때에는 현장에서 일하는 백성의 어려움을 고려해 작업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동시에 체계적인 관리와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공사를 이어갔고, 수원화성은 34개월 만에 완성됐다.
이 대목은 수원화성이 단순한 방어시설을 넘어 계획도시의 중심이자 당대의 기술과 운영 역량이 집약된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성곽을 세우는 목표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살피는 태도가 축성 과정에 함께 놓여 있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기록에 남은 축성의 주역들
전시 2부에서는 수원화성 축성에 참여한 공로자들을 만날 수 있다. 총책임자와 관리자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발휘한 장인들까지 기록에 남았다는 점이 중심 내용이다. 특별 전담 기구인 ‘화성성역소’의 편성표를 통해 대규모 공사가 어떤 조직과 역할 분담 아래 운영됐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총책임자인 총리대신은 채제공이 맡았다. 그 아래에는 감동당상 조심태와 현장 관리 책임자 이유경 등이 배치됐다. 다시 축성 기술과 축성 관리 분야로 역할이 나뉘며 담당자들의 명단이 이어진다. 공사에는 22종의 분야에서 모두 1,821명의 장인이 동원됐다는 기록도 전시돼 있다.
이러한 자료는 수원화성의 완성을 특정 인물만의 업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지휘와 행정, 현장 관리, 분야별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성곽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조직과 인원 기록으로 보여준다. 이름이 기록된 책임자부터 각 분야의 장인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어두운 조명이 유지되는 전시장에서는 채제공과 조심태의 초상화가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유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명이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고, 관람객은 축성 사업을 이끌었던 인물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게 된다. 두 사람은 정조의 신임을 받은 신하로서 축성 과정에서 정조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며 공사를 이끌었다.
노고를 위로한 잔치
전시 3부의 주제는 위로와 격려, 그리고 함께한 잔치다. 수원화성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정조가 공사 참여자들의 수고를 어떻게 위로했는지를 관련 기록과 그림을 통해 소개한다.
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1796년 8월 19일에는 동장대에서 축성에 관여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자리가 열렸다. 장기간 공사에 힘을 쏟은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행사였다. 당시 잔치에 2,700명이 참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대규모 축성의 완성이 지휘자와 관리자의 성과에만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일한 모든 사람의 수고와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1796년 수원화성 완공을 기념한 연회 장면도 전시에서 다뤄진다. 이 기록은 《뎡니의궤》에 수록돼 있다. 연회는 화성행궁 건물 가운데 가장 넓은 공간인 낙남헌에서 열렸다. 이곳에는 대형 차일과 임시 무대인 계보가 설치됐다. 그림으로 전해진 연회 장면에는 성곽 완공의 기쁨을 함께 나누던 당시의 상황이 담겨 있다.
공사 참여자를 위해 음식을 마련하고 완공의 기쁨을 함께 나눈 기록은 수원화성 축성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계획과 기술뿐 아니라 참여자의 노고를 기억하고 격려하는 과정까지도 기록으로 남아 오늘의 관람객에게 전달되고 있다.
훼손을 딛고 되찾은 모습
전시 4부는 ‘위대한 업적의 계승자들’을 주제로 수원화성이 완공된 이후 겪은 수난과 복원의 과정을 조명한다. 수원화성은 일제강점기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전쟁 때에는 폭격으로 여러 곳이 훼손됐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성곽 곳곳에 상처가 남았지만,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1970년대에는 복원과 정화를 위한 계획 등이 수립됐다. 1996년에는 수원문화원을 중심으로 수원 지역 인사들이 모여 축성 200주년 기념사업회를 구성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추진됐고, 수원화성은 점차 오늘날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전시장에서는 팔달산 아래 자리한 수원화성의 모습과 수원의 지명을 기록한 수원부 지도도 확인할 수 있다. 성곽만 따로 떼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화성이 어떤 자리를 차지했는지를 함께 살피도록 구성됐다.
완공 당시 축성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과 훼손된 문화유산을 복원한 후대의 헌신은 서로 다른 시대에 놓여 있지만, 수원화성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성곽의 완성이 1796년 한 시점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보존과 복원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록이 뒷받침한 세계유산
수원화성에는 축성 과정을 집대성한 《화성성역의궤》가 남아 있다. 이 기록은 공사의 계획과 과정, 참여자와 기술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소개된다. 성곽이 훼손되더라도 기록을 근거로 원형을 확인하고 복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원화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을 당시에는 성곽 곳곳이 훼손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에서 등재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수원 출신 사학자 이종학은 개인 비용으로 《화성성역의궤》 영인본을 제작했고, 심재덕 수원시장은 이 책을 가지고 프랑스로 가 기록에 근거한 원형 복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후 수원화성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 과정은 꼼꼼한 기록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곽의 현재 모습만이 아니라 축성 당시의 과정과 구조가 문헌으로 남았기 때문에 훼손된 부분의 원형을 되살릴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는 세계유산 등재 과정과 인증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성곽에 새겨진 사람들의 흔적
전시는 정조와 여러 신하, 이름이 알려진 책임자, 각 분야의 장인과 수많은 백성이 함께 수원화성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성곽을 이루는 돌과 문루, 포루의 구조에는 당대 사람들의 기술과 지혜, 노동이 축적돼 있다. 완공 이후에는 훼손된 유산을 지키고 복원하려는 후대의 노력까지 더해졌다.
수원화성이 오랜 세월을 지나 세계인이 찾는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가치뿐 아니라 사람들의 참여와 기록, 복원의 역사가 자리한다. 전시장을 따라가면 축성 계획을 세운 정조부터 공사를 관리한 신하, 현장을 지킨 장인, 훼손된 성곽을 복원한 후대 사람들까지 시대를 달리하는 주역들이 차례로 드러난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수원화성을 한 왕이 세운 성곽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수많은 사람이 지혜와 힘을 모아 완성하고 지켜낸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이해하도록 이끈다. 완공 230주년이라는 시간은 과거의 성과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까지 이어진 보존과 계승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전시 관람 정보
| 전시명 | 수원화성 완공 23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백성과 함께 이룬 만년대업, 수원화성’ |
|---|---|
| 기간 | 2026년 9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
| 장소 | 수원화성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
| 관람 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매표 마감 | 오후 5시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 소재지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 21 수원화성박물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