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 맛있게 고르는 방법, 향이 비지 않으려면 이렇게 보세요

디카페인 커피 맛있게 고르는 방법, 향이 비지 않으려면 이렇게 보세요

얼마 전 매장에 단골 손님이 늦은 오후에 들러서 디카페인 커피를 찾았습니다. 예전에는 디카페인이라고 하면 임산부나 카페인에 민감한 분들이 어쩔 수 없이 고르는 메뉴처럼 여겨졌는데, 요즘은 다릅니다. 밤에도 커피 향은 즐기고 싶고, 다음 날 컨디션은 망치고 싶지 않은 분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고르기가 조금 까다롭습니다.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향 성분도 일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두 이름만 보고 사면 밋밋하거나 종이 같은 맛이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리 방식, 로스팅 날짜, 분쇄도만 잘 맞추면 집에서도 꽤 만족스러운 잔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완전히 없는 커피가 아닙니다

먼저 알아둘 게 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0mg인 커피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생두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대부분을 제거한 커피입니다. 나라와 기준에 따라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보통 97% 이상 제거된 원두를 디카페인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일반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인이 80~150mg 정도 들어간다면, 디카페인 커피는 같은 양에서도 대략 2~15mg 안팎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두 양, 추출 방식, 브랜드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도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설친다는 분들에게는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집니다.

근데 카페인만 빠졌다고 맛이 자동으로 부드러워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처리가 거칠거나 오래된 디카페인 원두는 향이 납작하고, 식으면 보리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매장에서 디카페인 원두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도 산미나 바디보다 처리 방식과 로스팅 후 경과일입니다.

처리 방식에 따라 맛의 선명도가 달라집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생두 상태에서 카페인을 줄입니다. 대표적으로 물을 이용한 방식,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방식, 용매를 이용한 방식이 있습니다. 이름만 보면 복잡하지만 맛으로 보면 꽤 단순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워터 프로세스 계열: 단맛이 비교적 둥글고 깔끔합니다. 향이 아주 화려하진 않아도 집에서 마시기 편합니다.
  • 이산화탄소 방식: 생두의 개성을 꽤 잘 남기는 편입니다. 산미가 있는 원두에서도 향이 덜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 용매 방식: 비용 효율이 좋아 상업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잘 처리된 원두는 무난하지만, 품질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제가 홈카페용으로 추천하는 쪽은 워터 프로세스나 이산화탄소 방식입니다. 특히 처음 디카페인을 사는 분이라면 산미가 강한 원두보다 견과류, 카카오, 캐러멜 쪽으로 설명된 원두가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디카페인 처리 후에는 꽃향이나 밝은 과일향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원래부터 단맛과 고소함이 좋은 생두가 더 안정적입니다.

제품 설명에서 “초콜릿”, “브라운슈가”, “아몬드”, “구운 견과” 같은 표현이 보이면 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모두 편하게 맞추기 좋습니다. 반대로 “라임”, “자스민”, “청포도”처럼 아주 섬세한 향을 기대한다면 일반 커피보다 조금 낮은 기대치로 접근하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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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날짜는 일반 원두보다 더 민감하게 보세요

디카페인 커피는 로스팅 후 향이 빠지는 속도가 체감상 조금 빠릅니다. 같은 날짜에 볶은 일반 원두와 디카페인 원두를 나란히 두고 마셔보면, 3주가 지난 뒤 디카페인 쪽이 먼저 밋밋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가정에서는 로스팅 후 5~20일 사이를 가장 편하게 봅니다. 드립이라면 5일째부터 향이 열리고, 2주 안쪽에서 단맛이 좋습니다. 에스프레소용이라면 가스가 조금 빠진 7~21일 사이가 다루기 쉽습니다. 물론 포장 상태가 좋고 질소 충전이 되어 있으면 더 오래 버티지만, 개봉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개봉한 디카페인 원두는 2주 안에 쓰는 게 좋습니다. 200g을 사서 하루 한 잔씩 마시면 대략 12~14일 정도 걸립니다. 혼자 마신다면 500g 대용량보다 200g 단위가 낫습니다. 가격만 보면 큰 봉투가 좋아 보이지만, 마지막 100g에서 향이 죽으면 결국 비싼 원두를 싱겁게 마시는 셈입니다.

보관은 냉장고보다 밀폐 용기가 낫습니다. 냉장고 안 냄새를 잘 먹고, 꺼냈다 넣었다 할 때 생기는 온도 차도 좋지 않습니다. 햇빛 안 드는 서늘한 곳에 두고, 봉투 안 공기를 최대한 빼서 닫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맛있게 내리려면 물 온도와 분쇄도를 조금 바꿔야 합니다

디카페인 커피가 집에서 싱겁게 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일반 원두와 똑같이 내리기 때문입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조직이 조금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추출 반응이 다르게 나옵니다. 같은 분쇄도, 같은 물 온도에서도 쓴맛은 빨리 나오고 향은 덜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핸드드립 기준

저는 디카페인 드립을 내릴 때 물 온도를 88~92도로 잡습니다. 일반 라이트 로스트처럼 94도 이상을 쓰면 쓴맛과 마른 나무 느낌이 앞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배전 디카페인이라면 90도 전후가 안정적입니다.

  • 원두 15g
  • 물 240g
  • 분쇄도는 일반 드립보다 살짝 굵게
  • 뜸 30초, 총 추출 시간 2분 20초~2분 50초

맛이 싱거우면 물 온도를 올리기보다 분쇄도를 아주 조금 가늘게 조정합니다. 반대로 끝맛이 쓰고 텁텁하면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마지막 물줄기를 조금 빨리 끊는 쪽이 낫습니다. 디카페인은 끝까지 쥐어짜듯 내리면 좋은 향보다 피곤한 맛이 먼저 올라옵니다.

에스프레소 기준

에스프레소는 조금 더 예민합니다. 같은 18g 도징을 해도 디카페인 원두는 추출 속도가 빠르게 흐르거나, 반대로 갑자기 막히는 일이 있습니다. 로스팅 포인트와 보관 상태에 따라 입자가 부서지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처음 세팅은 18g 투입, 36g 추출, 28~32초 정도로 잡습니다. 너무 날카롭거나 비면 1:1.8 비율로 줄이고, 답답하고 쓰면 1:2.2 정도로 늘려봅니다. 라테용으로 쓸 때는 추출량을 32~34g 정도로 조금 짧게 잡으면 우유 속에서도 초콜릿 같은 단맛이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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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산다면 이런 원두부터 고르면 편합니다

처음 디카페인 커피를 고를 때는 산지 이름보다 맛 설명을 먼저 보는 게 좋습니다. 콜롬비아 디카페인은 대체로 단맛과 균형이 좋아 입문용으로 편하고, 브라질 계열은 고소함과 바디가 안정적입니다. 에티오피아 디카페인은 잘 볶으면 향이 매력적이지만, 품질 차이가 커서 처음부터 고르기엔 약간 까다롭습니다.

로스팅 정도는 중약배전에서 중배전 사이가 무난합니다. 너무 밝게 볶은 디카페인은 산미가 예쁘게 열리기보다 덜 익은 곡물처럼 느껴질 수 있고, 너무 강하게 볶으면 처리 과정의 빈 맛을 탄맛으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 블랙커피 위주: 콜롬비아 워터 프로세스, 중약배전
  • 라테 위주: 브라질 또는 콜롬비아, 중배전
  • 고소한 맛 선호: 견과류, 카카오, 흑설탕 표현이 있는 원두
  • 산뜻한 맛 선호: 오렌지, 사과, 꿀 표현이 있는 원두

가격은 200g 기준으로 너무 낮은 제품만 피하면 됩니다. 디카페인 처리는 원가가 더 들어가서 같은 품질이라면 일반 원두보다 조금 비쌉니다. 그런데 비싸다고 무조건 맛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처리 방식이 명확하고, 로스팅 날짜가 표시되어 있고, 맛 설명이 과장되지 않은 원두를 더 믿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을 뺀 대체품이 아니라, 마시는 시간대를 넓혀주는 커피에 가깝습니다. 밤 9시에 책을 읽으면서 따뜻한 머그잔을 들고 싶을 때, 혹은 오후 두 잔째 커피가 부담스러울 때 꽤 좋은 선택이 됩니다. 다만 일반 원두보다 조금 더 신선하게 사고, 조금 더 낮은 온도로 내리고, 끝까지 욕심내서 추출하지 않는 것. 그 정도만 지켜도 디카페인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디카페인 커피 맛있게 고르는 방법, 향이 비지 않으려면 이렇게 보세요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