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캠핑은 장비보다 몸 상태가 먼저입니다
얼마 전 초보 팀이랑 1박 백패킹을 다녀왔는데, 텐트는 좋은 걸 가져왔는데 물을 1리터밖에 안 챙긴 분이 있었습니다. 여름엔 이런 실수가 제일 위험합니다. 텐트가 조금 불편한 건 참아도, 탈수나 열사병은 참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저도 예전엔 여름 캠핑 준비물 리스트를 만들면 타프, 의자, 랜턴 같은 장비부터 적었습니다. 근데 20년쯤 다니다 보니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첫째는 물, 둘째는 그늘, 셋째는 벌레, 넷째가 잠자리입니다. 이 네 가지만 제대로 잡아도 여름 캠핑은 절반 이상 편해집니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날이 많습니다. 캠핑장 바닥은 아스팔트나 자갈, 데크 열까지 더해져 체감은 더 올라갑니다. 그래서 여름 캠핑 준비물은 ‘있으면 좋은 것’보다 ‘없으면 곤란한 것’ 위주로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기본 준비물은 가볍게, 대신 빠뜨리면 안 됩니다
오토캠핑이든 차박이든 백패킹이든 기본은 비슷합니다. 다만 무게와 부피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여름엔 두꺼운 침낭이나 대형 난로 같은 겨울 장비가 빠지니 짐이 줄어들 것 같지만, 물과 냉장 장비, 벌레 대책 때문에 생각보다 부피가 늘어납니다.
잠자리와 사이트 장비
- 통풍 좋은 텐트 또는 메쉬 이너 텐트
- 타프 또는 그늘막
- 얇은 침낭, 침낭 라이너, 여름용 블랭킷
- 매트 또는 야전침대
- 팩, 스트링, 망치, 여분 스토퍼
- 랜턴, 헤드랜턴, 여분 배터리
여름 텐트는 방수만 보고 고르면 답답합니다. 저는 여름엔 전실이 넓은 텐트보다 바람길이 좋은 텐트를 더 높게 봅니다. 문이 앞뒤로 열리고, 옆면에 벤틸레이션이 있는 모델이 확실히 낫습니다. 데크 사이트라면 팩이 안 박힐 수 있으니 데크팩도 챙기는 게 좋고요.
타프는 초보일수록 어렵게 생각하는데, 여름엔 거의 필수입니다. 낮에 텐트 안에 들어가면 찜통이 됩니다. 타프 아래에 의자 놓고 앉아야 밥도 먹고 쉬기도 합니다. 단, 바람이 강한 계곡이나 해변 쪽에서는 무조건 낮게 치는 게 안전합니다. 멋보다 버티는 게 먼저입니다.
더위 대책은 물, 그늘, 통풍 순서로 챙깁니다
여름 캠핑에서 제일 많이 보는 실수가 물을 적게 가져오는 겁니다. 성인 기준으로 하루 최소 2리터는 마실 물로 잡고, 조리와 세척까지 생각하면 1인당 3리터 이상이 편합니다. 캠핑장에 수도가 있어도 사이트에서 멀면 은근히 귀찮고, 밤에는 더 그렇습니다.
- 개인 물병 또는 하이드레이션 백
- 대용량 물통 10리터 이상
- 이온음료 분말 또는 전해질 보충제
- 쿨러와 아이스팩
-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 쿨토시, 챙 넓은 모자, 얇은 긴팔
쿨러는 비싼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1박이면 중간급 하드쿨러나 괜찮은 소프트쿨러로도 충분합니다. 대신 여는 횟수를 줄여야 합니다. 음료용 쿨러와 식재료용 쿨러를 나누면 얼음이 훨씬 오래 갑니다. 이건 제가 여러 번 실패하고 배운 겁니다. 아이들이 있는 캠핑에서는 음료 찾느라 쿨러를 계속 열거든요.
휴대용 선풍기는 작아도 쓸모가 큽니다. 다만 텐트 안에서 밤새 틀 거라면 배터리 용량을 봐야 합니다. 10000mAh 보조배터리 하나로는 선풍기, 휴대폰, 랜턴까지 다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최소 20000mAh 하나, 가족 캠핑이면 두 개 정도가 편합니다.
벌레와 위생 준비를 가볍게 보면 밤이 피곤합니다
여름 캠핑은 벌레와 같이 간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모기만 문제가 아닙니다. 개미, 날파리, 진드기, 벌까지 있습니다. 특히 풀 많은 사이트나 계곡 옆 사이트는 해 질 무렵부터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 모기 기피제
- 모기향 또는 전자 모기 퇴치기
-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 긴팔, 긴바지, 얇은 양말
- 쓰레기봉투와 밀폐용 음식 보관통
- 물티슈, 손소독제, 휴지
- 상비약, 밴드, 소독솜
저는 여름엔 반바지보다 얇은 긴바지를 더 자주 입습니다. 덥긴 한데, 벌레 물리고 긁느라 잠 못 자는 것보다 낫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벌레 물린 자리를 계속 긁어서 상처가 나기 쉽습니다. 기피제는 피부에 쓰는 것과 옷이나 주변에 뿌리는 제품을 구분해서 쓰는 게 좋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밤에 밖에 그냥 두면 안 됩니다. 냄새가 벌레를 부르고, 캠핑장에 따라 고양이나 야생동물이 접근하기도 합니다. 작은 밀폐통 하나만 있어도 훨씬 깔끔합니다. 솔직히 캠핑 고수는 장비 브랜드보다 쓰레기 처리에서 티가 납니다.
음식 준비는 덜 가져가는 쪽이 오히려 편합니다
여름에는 식재료가 빨리 상합니다. 고기, 해산물, 유제품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여름 1박 캠핑이면 첫 끼에 고기류를 먹고, 다음 날 아침은 상온 보관이 쉬운 음식으로 잡습니다. 괜히 이것저것 많이 가져가면 쿨러 자리만 차지하고 남아서 다시 들고 옵니다.
- 첫날 바로 먹을 고기나 밀키트
- 햇반, 라면, 즉석국, 통조림
- 간단한 과일과 견과류
- 소금, 후추, 기름 등 작은 양념통
- 버너, 가스, 라이터
- 코펠, 컵, 수저, 집게, 칼, 도마
- 설거지망, 수세미, 친환경 세제
초보 때는 캠핑 가면 꼭 거창하게 먹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더운 날 불 앞에 오래 서 있으면 밥 먹기도 전에 지칩니다. 여름엔 조리 시간이 짧은 음식이 최고입니다. 고기도 두꺼운 스테이크보다 빨리 익는 목살이나 양념육이 편하고, 채소도 미리 씻어서 물기 빼고 가져가면 현장에서 일이 줄어듭니다.
가스는 여름이라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직사광선 아래 차 안에 두면 위험합니다. 부탄가스나 이소가스는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둬야 합니다. 캠핑장 안전 안내에서도 가스와 화기 관리는 늘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차박과 백패킹은 리스트를 다르게 봐야 합니다
차박은 차가 창고 역할을 해주니 짐을 넉넉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대신 환기가 문제입니다. 모기장, 창문 가림막, 배터리 선풍기는 차박에서 만족도가 큽니다. 밤에 차 문을 완전히 닫고 자면 답답하고 습기가 찹니다. 창문을 조금 열 수 있게 세팅하는 게 중요합니다.
백패킹은 반대로 ‘쓸 수도 있는 물건’을 빼야 합니다. 여름 백패킹 기준으로 저는 물 포함 10kg 안쪽을 목표로 잡습니다. 초보라면 12kg을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15kg 넘어가면 산행이 아니라 짐과 싸우는 시간이 됩니다.
- 차박: 모기장, 창문 가림막, 차량용 매트, 휴대용 전원, 선풍기
- 백패킹: 경량 텐트, 여름 침낭, 40리터 전후 배낭, 정수 필터, 헤드랜턴
- 공통: 물, 상비약, 비상식, 우비, 보조배터리
백패킹에서 여름 침낭은 너무 두꺼우면 짐만 됩니다. 해발이 높지 않은 곳이면 침낭 라이너와 얇은 블랭킷으로 충분한 날도 많습니다. 다만 산은 밤 기온이 생각보다 떨어질 수 있으니 바람막이 하나는 꼭 넣습니다. 저는 여름에도 얇은 패딩 조끼를 아주 가끔 챙기는데, 해발 높은 능선 박지에서는 그게 살 때가 있습니다.
여름 캠핑 준비물 리스트는 결국 내 캠핑 방식에 맞춰 줄이고 더하는 작업입니다. 가족 오토캠핑이면 편의 장비가 만족도를 올리고, 백패킹이면 100g 줄이는 게 다음 날 무릎을 살립니다. 남들이 좋다는 장비보다 내가 실제로 쓰는 장비가 진짜 장비입니다. 여름엔 특히 그렇습니다. 더위 앞에서는 비싼 로고보다 물 한 병, 그늘 한 장, 바람 통하는 텐트가 훨씬 든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