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순두부찌개를 같이 끓였는데, 같은 양념을 넣고도 어떤 냄비는 깊은 맛이 나고 어떤 냄비는 밍밍하더라고요.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물을 조금 많이 잡았고, 양념을 볶기 전에 순두부부터 넣은 순서 차이였어요. 순두부찌개는 재료가 화려해야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양념을 기름에 먼저 깨우고 물을 적게 넣어 끓이는 음식입니다.
제가 주방에서 오래 하며 느낀 건, 순두부찌개는 ‘간을 세게’ 하는 찌개가 아니라 ‘국물을 진하게’ 만드는 찌개라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물을 많이 잡으면 나중에 국간장이나 소금을 더 넣어도 짠맛만 올라오고 구수한 맛은 잘 안 납니다. 오늘 알려드리는 양은 2인분 기준이고, 집 냄비에서 실패가 적은 쪽으로 맞췄습니다.
2인분 재료와 대체 재료
순두부찌개는 기본 재료만 있어도 충분히 맛이 납니다. 해물, 고기, 바지락을 다 넣어야 하는 찌개가 아니에요. 하나만 선택해서 감칠맛을 내면 됩니다.
- 순두부 1봉, 보통 350g
- 돼지고기 다짐육 80g 또는 바지락 120g 또는 새우 6마리
- 양파 1/4개, 약 50g
- 대파 1/2대
- 애호박 1/5개, 없으면 생략 가능
- 김치 60g, 넣으면 칼칼하고 익숙한 맛이 납니다
- 달걀 1개
- 물 250ml, 바지락을 쓰면 220ml부터 시작
양념은 고춧가루 1큰술 반,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 1큰술, 참치액 1작은술, 소금 약간, 식용유 1큰술, 참기름 1작은술을 씁니다. 참치액이 없으면 멸치액젓 1작은술로 바꾸면 되고, 둘 다 없으면 국간장을 1/2큰술 더 넣되 마지막 소금은 아주 조금만 잡으세요. 고춧가루는 고운 것만 쓰면 색은 예쁜데 맛이 가볍고, 굵은 것만 쓰면 국물이 거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굵은 고춧가루 1큰술에 고운 고춧가루 1/2큰술을 섞는 게 좋습니다.
양념을 먼저 볶아야 국물이 진해집니다
냄비를 중약불에 올리고 식용유 1큰술, 참기름 1작은술을 넣습니다. 여기에 대파 흰 부분과 다진 마늘을 먼저 넣고 40초 정도 볶아 향을 냅니다. 불이 세면 마늘이 금방 갈색으로 타고, 그러면 찌개 끝맛이 씁니다. 지글지글 소리가 나되 마늘이 튀지 않는 정도가 딱 좋아요.
그다음 돼지고기 다짐육을 넣고 색이 반쯤 변할 때까지 볶습니다. 고기를 쓰지 않고 바지락이나 새우를 쓴다면 이 단계에서는 양파와 김치를 먼저 볶으면 됩니다. 김치를 넣는 경우에는 김치 국물 1큰술까지 같이 넣고 1분 정도 볶아야 맛이 풀립니다. 그냥 물에 김치를 넣고 끓이면 김칫국 맛이 따로 놀 때가 많아요.
고춧가루는 고기나 김치가 어느 정도 볶아진 뒤 넣습니다. 여기서 불을 약불로 낮추고 30초만 볶으세요. 고춧가루가 기름을 먹으면서 색이 붉게 올라오면 충분합니다. 제가 예전에 바쁜 점심 장사 때 이 단계를 센 불로 밀어붙였다가, 찌개가 맵기만 하고 탄 냄새가 살짝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고춧가루는 오래 볶는 재료가 아니라 짧게 향만 내는 재료입니다.
물은 적게, 순두부는 크게 넣습니다
양념이 볶아지면 물 250ml를 붓습니다. 뚝배기라면 물이 빨리 졸기 때문에 270ml까지 괜찮고, 일반 작은 냄비라면 240~250ml가 좋습니다. 순두부에서 물이 또 나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넉넉히 넣으면 맛이 흐려집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국간장 1큰술, 참치액 1작은술을 넣고 2분 정도 먼저 끓입니다. 이 시간이 있어야 양념 맛이 국물에 붙습니다. 그 뒤 순두부 봉지를 반으로 갈라 큼직하게 밀어 넣고, 숟가락으로 4~5등분만 나눕니다. 너무 잘게 부수면 보기에도 탁하고 식감도 사라집니다. 순두부찌개는 숟가락에 부드러운 덩어리가 올라와야 맛있어요.
애호박과 양파를 넣었다면 순두부 넣기 전에 넣어 2분 정도 익히고, 순두부를 넣은 뒤에는 센 불로 확 끓이지 말고 중불에서 3분만 끓입니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바지락이나 새우를 쓴다면 순두부 넣기 직전에 넣으면 됩니다. 해물은 오래 끓이면 질겨지고 국물에 비린 향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간 맞추기와 실패했을 때 수습법
마지막 간은 소금으로 맞추는 게 깔끔합니다. 국간장만 계속 넣으면 색이 어두워지고 간장 향이 도드라질 수 있어요.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식힌 뒤 맛을 보세요. 뜨거울 때는 짠맛이 둔하게 느껴져서 자꾸 더 넣게 됩니다.
- 싱거우면 소금 1꼬집을 넣고 30초 끓인 뒤 다시 봅니다
- 국물이 묽으면 뚜껑을 열고 중불에서 2분 더 끓입니다
- 너무 짜면 물을 붓기보다 순두부 1/3봉이나 달걀 1개를 추가합니다
- 탄 맛이 나면 바닥을 긁지 말고 윗국물만 다른 냄비로 옮깁니다
- 비린 맛이 나면 다진 마늘 1/2작은술과 대파 초록 부분을 조금 더 넣습니다
달걀은 불을 끄기 1분 전에 넣는 게 좋습니다. 노른자를 살리고 싶으면 가운데에 조심히 깨 넣고 젓지 마세요. 완전히 풀어진 달걀을 좋아하면 넣자마자 두 번만 크게 저으면 됩니다. 여러 번 저으면 국물이 지저분해집니다.
집 냄비에서 맛있게 끓이는 순서
순서를 한 번에 잡아두면 다음부터 훨씬 편합니다. 중약불에서 기름, 대파, 마늘을 볶고 고기나 김치를 넣습니다. 약불로 낮춰 고춧가루를 짧게 볶습니다. 물을 붓고 양념을 넣어 2분 끓입니다. 채소를 넣고 익힌 뒤 순두부를 큼직하게 넣습니다. 마지막에 달걀과 대파를 올리고 간을 봅니다.
상에 낼 때는 밥보다 찌개를 먼저 한 숟가락 맛보는 게 좋아요. 순두부찌개는 냄비 안에서 계속 잔열로 익어서 처음엔 살짝 부드럽고, 2~3분 지나면 간이 더 또렷해집니다. 그래서 불 위에서 완벽하게 짜게 맞추면 식탁에서는 조금 과해질 수 있습니다.
순두부찌개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양념 종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물을 많이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간으로만 고치려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 250ml, 고춧가루 약불 30초, 순두부는 큼직하게.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집에서도 꽤 안정적으로 맛이 납니다. 저도 수업에서 가장 자주 말하는 게 이 부분이에요. 찌개는 재료가 아니라 타이밍이 맛을 잡아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