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28이 네고왕에 다시 나온 진짜 이야기

톤28이 네고왕에 다시 나온 진짜 이야기

얼마 전 뷰티 커뮤니티를 보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봤습니다. 누군가는 톤28 네고왕 때 샀던 새벽크림을 이제야 다 받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몇 개 더 살 걸 그랬다며 상시 가격을 보고 후회하고 있더군요. 브랜드 마케터 입장에서 이런 반응은 단순한 할인 후기보다 훨씬 흥미롭습니다. 싸게 팔아서 화제가 된 게 아니라, 싸게 팔았는데도 브랜드의 약속이 망가지지 않았는지를 소비자가 계속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고왕이 톤28에 유리했던 이유

2026년 3월 26일 공개된 달라스튜디오 네고왕 시즌 8 첫 회의 주인공은 톤28이었습니다. 보도자료 기준으로는 두 번째 참여였고, 가수 장윤정이 새 MC로 등장한 첫 방송이기도 했습니다. 이 조합은 꽤 영리했습니다. 네고왕은 원래 가격을 크게 깎는 포맷입니다. 그런데 톤28은 ‘비건’, ‘고체뷰티’, ‘신선한 바를거리’, ‘플라스틱 절감’ 같은 다소 설명이 필요한 약속을 가진 브랜드죠. 설명이 긴 브랜드는 대중 예능형 콘텐츠를 만나면 갑자기 쉬워집니다.

사실 톤28의 문제는 인지도가 없다는 쪽보다, 첫 구매 허들이 높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고체 샴푸바나 세안바는 써본 사람에게는 익숙하지만, 처음 사는 사람에게는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옵니다. 새벽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식몰에서 누적 판매 200만 병을 내세울 만큼 상징 제품이 됐지만, 처음 보는 소비자에게는 성분 철학보다 가격과 사용감이 먼저 보입니다. 네고왕은 이 허들을 한 번에 낮췄습니다.

가격을 깎았는데 브랜드가 싸 보이지 않은 이유

네고왕 톤28 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건 할인 폭이었습니다. 여러 기사와 소비자 후기를 보면 4만 원대 크림이 6,900원대에 언급됐고, 일부 품목은 최대 70%대 후반에서 80% 수준의 할인으로 퍼졌습니다. 일반적인 브랜드라면 여기서 위험해집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말하다가 갑자기 초저가로 팔면 소비자는 묻거든요. “그럼 원래 가격은 뭐였지?”

그런데 톤28은 이 질문을 어느 정도 비껴갔습니다. 이유는 제품 가격보다 먼저 쌓아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남 병풀, 직접 재배, 고체뷰티, 플라스틱 절감, 맞춤형 화장품 같은 키워드는 할인 행사 전부터 브랜드의 뼈대였습니다. 할인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정체성을 대중에게 체험시키는 입구 역할을 했습니다. 마케팅에서 이 차이는 큽니다. 가격이 브랜드를 끌고 가면 할인 후에 기억이 사라지고, 브랜드가 가격을 끌고 가면 할인 후에도 제품명이 남습니다.

광고

톤28이 판 건 제품보다 ‘한 번 써볼 명분’이었다

네고왕 같은 대형 프로모션은 매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샘플링 전략에 가깝습니다. 샘플을 작게 뿌리는 대신 정품을 파격가로 팔고, 소비자의 욕실과 화장대에 브랜드를 들여보내는 방식입니다. 특히 톤28처럼 사용감이 설명보다 중요한 브랜드에는 효과가 큽니다. 샴푸바는 광고 문구로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물에 적셨을 때 거품이 얼마나 나는지, 두피가 얼마나 개운한지, 욕실에서 무르지 않는지 직접 써봐야 판단이 섭니다.

  • 새벽크림은 브랜드의 기능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보여주는 얼굴 역할을 했습니다.
  • 샴푸바와 세안바는 톤28의 고체뷰티 철학을 가장 쉽게 경험하게 만든 제품군이었습니다.
  • 바디 제품은 향과 사용감으로 재구매 가능성을 넓히는 보조 라인이었습니다.

여기서 좋은 점은 제품군의 역할이 꽤 분명했다는 겁니다. 모든 제품을 똑같이 밀면 소비자는 뭘 사야 할지 모릅니다. 반대로 대표 제품이 있고, 입문 제품이 있고, 추가 구매 제품이 있으면 장바구니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네고왕 톤28의 검색량이 행사 직후 커진 건 할인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새벽크림은 사야 하나”, “샴푸바는 어떤 걸 골라야 하나”를 묻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 대화 안으로 들어간 순간입니다.

좋은 기획에는 늘 운영 리스크가 따라온다

다만 이런 프로모션은 성공할수록 위험해집니다. 품절, 배송 지연, 고객 응대 지연이 생기기 쉽습니다. 소비자는 할인받아 샀다고 해서 기다림까지 할인해서 받아들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첫 구매자일수록 더 예민합니다. 그들에게 톤28은 아직 믿는 브랜드가 아니라, 방금 시험대에 오른 브랜드입니다.

톤28 입장에서는 네고왕이 단기 매출보다 더 큰 숙제를 던졌을 겁니다. 싸게 들어온 고객을 어떻게 정상가 고객으로 바꿀 것인가. 할인 때 산 사람이 다음에도 새벽크림을 제값에 살 만큼 차이를 느끼게 만들 것인가. 고체 샴푸바를 처음 써본 사람이 불편함을 브랜드 탓으로 돌리지 않게 안내할 것인가. 이 세 가지가 행사 이후의 진짜 마케팅입니다.

숫자는 관심을 만들고, 반복 사용은 신뢰를 만든다

사람인 기업정보에는 톤28이 2016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소개됩니다. 직원 수는 국민연금 기준 69명, 매출액은 254억 원대로 표기돼 있습니다. 아주 작은 공방 브랜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물량과 미디어를 밀어붙일 수 있는 체급도 아닙니다. 그래서 네고왕 같은 콘텐츠는 톤28에게 양날의 칼입니다. 잘 되면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지만, 감당이 안 되면 ‘좋다더니 배송이 늦다’는 기억이 더 오래 남습니다.

제가 보기엔 톤28 네고왕의 진짜 성과는 ‘친환경 브랜드가 예쁜 말만 하는 브랜드’라는 편견을 잠깐 밀어낸 데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제 착한 브랜드라는 말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착한데 써보니 괜찮고, 괜찮은데 가격 진입장벽까지 낮아졌을 때 움직입니다. 톤28은 그 타이밍을 잡았습니다. 운도 있었습니다. 장윤정이라는 대중적인 진행자, 시즌 첫 회라는 주목도, 이미 쌓여 있던 새벽크림 후기까지 맞물렸으니까요.

브랜드는 약속을 팔고, 프로모션은 그 약속을 시험하게 만듭니다. 톤28이 네고왕으로 얻은 건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수많은 첫 사용자의 판단입니다. 이제 남는 질문은 할인 행사가 끝난 뒤에도 욕실 선반 위에 톤28이 계속 남아 있느냐입니다. 저는 거기서 이 브랜드의 다음 장면이 갈릴 거라고 봅니다.

톤28이 네고왕에 다시 나온 진짜 이야기 - 요약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