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솥뚜껑 닭볶음탕을 같이 만들었는데, 같은 양념장을 넣고도 어떤 조는 국물이 흥건하고 어떤 조는 닭이 퍽퍽해졌어요. 레시피가 틀린 게 아니라 불 세기와 물 양, 그리고 양념 넣는 순서가 조금씩 달랐던 거예요. 솥뚜껑은 넓고 열이 세게 올라와서 일반 냄비보다 맛은 빨리 붙지만, 방심하면 바닥이 먼저 눌어붙습니다.
제가 주방에서 닭볶음탕을 오래 만들며 느낀 건, 닭볶음탕은 양념이 진해야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닭에서 나온 육즙과 양념이 같이 졸아야 맛있는 음식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솥뚜껑 닭볶음탕은 물을 많이 잡으면 매운 닭국처럼 되고, 너무 적게 잡으면 감자 익기 전에 양념이 탑니다. 오늘 양은 3~4명이 밥이랑 먹기 좋은 기준으로 적을게요.
솥뚜껑 닭볶음탕 재료와 대체 재료
닭은 볶음탕용 1kg 한 팩이면 좋습니다. 닭다리살만 쓰면 부드럽고, 토막닭을 쓰면 뼈에서 맛이 나와 국물이 더 좋습니다. 저는 집에서는 토막닭을 더 자주 씁니다. 손님상은 살 발라 먹기 편하게 닭다리살과 닭봉을 섞기도 해요.
- 볶음탕용 닭 1kg
- 감자 2개, 약 300g
- 양파 1개, 약 200g
- 대파 1대
- 당근 1/3개, 없으면 생략 가능
- 청양고추 2개, 매운맛 약하게 하려면 1개
- 물 550ml
- 식용유 1큰술
양념은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3큰술, 진간장 5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후추 약간입니다. 단맛이 싫으면 올리고당은 마지막에 맛보고 넣어도 됩니다. 고추장이 없으면 고춧가루를 1큰술 늘리고 간장을 1큰술 줄여 주세요. 고추장만 많이 넣으면 텁텁해지고 바닥에 잘 눌어요.
닭 손질은 잡내보다 식감 때문에 합니다
닭은 찬물에 5분 정도 담갔다가 뼛가루와 핏물을 씻어냅니다. 오래 담가두면 닭맛까지 빠지니 5분이면 충분합니다. 특히 뼈 사이에 까만 핏덩이가 있으면 손으로 빼 주세요. 이게 익으면서 비린내처럼 올라옵니다.
끓는 물에 닭을 2분만 데치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다만 솥뚜껑에서 바로 볶아 맛을 붙이고 싶다면 데치지 않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는 쪽이 더 고소합니다. 초보라면 데치는 쪽이 실패가 적어요. 데친 닭은 찬물에 헹군 뒤 체에 밭쳐 10분 정도 물기를 빼면 양념이 겉돌지 않습니다.
감자는 큼직하게 4등분합니다. 너무 작게 썰면 졸이는 동안 부서져 국물이 탁해져요. 양파는 두껍게 채 썰고, 대파는 길게 어슷하게 썹니다. 당근은 감자보다 얇게 썰어야 익는 속도가 맞습니다. 떡을 넣고 싶으면 떡볶이떡 150g 정도가 적당하고, 물에 10분 담갔다가 마지막 8분 전에 넣으면 됩니다.
솥뚜껑에서는 처음 5분이 맛을 만듭니다
솥뚜껑을 중강불로 2분 예열한 뒤 식용유 1큰술을 두릅니다. 닭 껍질 쪽이 아래로 가게 놓고 3분 정도 굽습니다. 이때 완전히 익히는 게 아니라 겉면에 구운 맛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닭이 자꾸 달라붙으면 아직 덜 익어서 그런 경우가 많으니 억지로 뒤집지 말고 30초만 더 기다리세요.
닭 겉면이 하얗게 변하고 군데군데 노릇해지면 설탕 1큰술을 먼저 넣고 30초만 볶습니다. 설탕을 먼저 넣으면 단맛이 닭 겉면에 붙고 양념 색도 빨리 납니다. 그다음 고춧가루 3큰술을 넣어 20초 정도만 볶습니다. 여기서 오래 볶으면 고춧가루가 타서 쓴맛이 납니다. 불이 세다 싶으면 잠깐 약불로 낮춰도 됩니다.
이제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맛술을 넣고 닭에 양념을 묻힌 뒤 물 550ml를 붓습니다. 물은 한 번에 다 붓는 게 좋습니다. 중간에 자꾸 물을 보태면 양념 농도가 흐려지고 감자가 부서지기 쉽습니다. 물을 붓고 바닥을 주걱으로 긁어 양념 눌은 부분을 풀어 주세요. 이 부분이 국물 맛을 진하게 만듭니다.
불 조절과 졸이는 시간, 여기서 실패가 갈립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감자와 당근을 넣고 뚜껑이 있다면 12분 덮어 끓입니다. 솥뚜껑에 맞는 뚜껑이 없으면 큰 스테인리스 볼을 덮어도 됩니다. 이때 불은 중불입니다. 가장자리만 보글보글 끓고 가운데가 살짝 움직이는 정도가 좋아요. 전체가 거칠게 끓으면 닭은 질겨지고 감자는 겉만 부서집니다.
12분 뒤 양파를 넣고 뚜껑 없이 8~10분 졸입니다. 양파를 처음부터 넣으면 단맛은 잘 나오지만 형태가 사라지고 국물이 물러집니다. 저는 중간에 넣는 걸 좋아합니다. 양파가 익으면서 자연스럽게 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물을 추가하지 않는 편이 맛이 진합니다.
마지막 5분에는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센불로 올려 국물을 끼얹어가며 졸입니다. 국물이 처음 양의 절반 정도로 줄고, 주걱으로 바닥을 밀었을 때 1초 정도 길이 보이면 거의 다 된 상태입니다. 너무 바짝 졸이면 식탁에 올린 뒤 잔열로 더 짜집니다. 밥에 비벼 먹을 국물이 숟가락으로 8~10번 떠질 정도는 남기는 게 좋아요.
싱겁거나 짜거나 탔을 때 수습하는 법
싱거울 때는 간장부터 붓지 말고 국물 양을 먼저 보세요. 국물이 많은 상태라면 센불로 3분 더 졸이는 게 맞습니다. 그래도 싱거우면 간장 1큰술을 넣고 1분 더 끓입니다. 간장은 마지막에 넣으면 향이 날카롭게 남을 수 있어서 꼭 한 번 끓여야 합니다.
짜졌다면 물만 붓는 것보다 감자나 양파를 추가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 100ml와 양파 반 개를 넣고 5분 끓이면 짠맛이 조금 둥글어집니다. 이미 감자가 다 익었다면 삶은 달걀 2개를 넣어도 좋습니다. 달걀이 양념을 받아줘서 밥반찬 느낌이 살아납니다.
바닥이 탔다면 절대 긁어서 섞지 마세요. 탄맛이 전체로 퍼집니다. 닭과 멀쩡한 국물만 다른 팬이나 냄비로 옮기고, 물 100ml를 더해 5분 끓입니다. 고춧가루 탄 냄새가 심하면 올리고당 1작은술과 다진 마늘 1작은술을 추가하면 쓴맛이 조금 가려집니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먹을 수 있는 선까지는 돌아옵니다.
솥뚜껑 닭볶음탕은 화려한 재료보다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닭을 먼저 굽고, 설탕과 고춧가루를 짧게 볶고, 물을 정해진 양만 넣어 졸이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집에서 만든 맛이 훨씬 안정됩니다. 저는 마지막에 국물이 약간 남아 감자 으깨 밥에 비빌 수 있는 정도가 제일 좋더라고요. 닭보다 그 국물 한 숟가락에서 오늘 불 조절이 잘됐는지 바로 티가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