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가 훗카이도 여행을 준비한다며 지도를 펼쳐놓고는 “삿포로랑 비에이, 하코다테를 이틀 만에 보면 되지?”라고 묻더라고요. 그때 바로 든 생각은 하나였어요. 훗카이도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일본 여행이라고 해서 도쿄, 오사카처럼 도시 간 이동을 가볍게 잡으면 일정이 금방 꼬일 수 있어요.
홋카이도 공식 관광 안내에서도 이 지역이 일본 전체 면적의 20%가 넘는다고 소개합니다. 삿포로에서 구시로까지는 대략 300km 안팎이라, 차나 기차로도 4시간 정도를 잡는 편이 현실적이에요. 그래서 훗카이도 여행은 “어디를 많이 갈까”보다 “이번 여행에서 어떤 계절을 느낄까”로 시작하는 게 훨씬 편합니다.
1. 계절부터 고르면 절반은 편해집니다
훗카이도는 계절마다 분위기가 확 갈립니다. 봄은 벚꽃이 늦게 피고, 여름은 습도가 낮아 걷기 좋고, 가을은 단풍과 먹거리가 강하고, 겨울은 눈과 온천, 스키가 중심이 됩니다. 일본정부관광국 안내를 보면 홋카이도는 겨울 파우더 스노와 여름의 선선한 기후로 특히 많이 알려져 있어요.
보통 꽃밭과 드라이브를 원하면 6월 말부터 8월, 눈 축제와 설경을 원하면 1월부터 2월이 인기가 많습니다. 다만 인기 시기에는 숙소 가격도 올라가고 렌터카 예약도 빨리 차는 편이에요. 사람 많은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면 5월, 6월, 10월처럼 살짝 비껴가는 달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 4월 말~5월: 늦은 벚꽃, 비교적 차분한 여행
- 6월~8월: 라벤더, 푸른 언덕, 시원한 여름
- 9월~10월: 단풍, 수확철 먹거리, 드라이브
- 12월~2월: 눈, 온천, 스키, 삿포로 겨울 분위기
2. 처음이라면 삿포로 중심으로 잡는 게 무난해요
처음 가는 훗카이도 여행이라면 삿포로를 베이스로 잡는 코스가 제일 부담이 적습니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접근이 좋고, 오타루와 조잔케이 온천도 당일치기로 묶기 쉬워요. 삿포로 시내에서는 라멘, 징기스칸, 맥주, 시장 해산물까지 먹거리 선택지도 많습니다.
3박 4일 기준이라면 삿포로 2일, 오타루 반나절~1일, 비에이나 후라노 1일 정도가 적당합니다. 여기에 하코다테까지 넣고 싶어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동 시간이 길어서 실제 체감은 꽤 빡빡해요. 하코다테는 야경과 항구 분위기가 좋아서 따로 남부 코스로 잡는 편이 더 좋았습니다.
초보자에게 편한 3박 4일 예시
- 1일차: 신치토세공항 도착, 삿포로 시내 산책, 라멘 또는 징기스칸
- 2일차: 오타루 운하, 유리공예 거리, 해산물 식사
- 3일차: 비에이·후라노 당일 여행 또는 조잔케이 온천
- 4일차: 니조시장, 카페, 공항 이동
3. 렌터카는 편하지만 겨울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훗카이도 여행 후기를 보면 렌터카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옵니다. 실제로 여름과 가을에는 렌터카가 있으면 비에이, 후라노, 도야호 같은 곳을 훨씬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요. 길이 넓고 풍경이 좋아서 운전 자체가 여행이 되는 구간도 많습니다.
그런데 겨울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삿포로 공식 관광 안내에서도 매년 겨울 많은 눈이 내린다고 설명하는데, 현지 눈길 운전에 익숙하지 않다면 긴 구간 이동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특히 12월부터 2월은 해가 짧고 도로 상태가 빠르게 바뀔 수 있어요. 겨울 초보 여행자는 JR, 버스, 투어 상품을 섞는 방식이 마음 편합니다.
- 여름·가을: 렌터카 만족도가 높은 편
- 겨울: 눈길 운전 경험이 없다면 대중교통 위주 추천
- 비에이·후라노: 계절에 따라 관광버스나 일일 투어도 실용적
- 하코다테·구시로: 이동 거리가 길어 숙박을 나눠 잡는 편이 좋음
4. 옷차림은 “일본이라 괜찮겠지”가 잘 안 통합니다
훗카이도는 같은 일본이어도 기온 감각이 꽤 다릅니다. 여름 삿포로는 다른 지역보다 덜 습하고 선선한 편이라 낮에는 반팔이 편해도, 저녁에는 얇은 겉옷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반대로 겨울은 도시 안에서도 체감이 강합니다. 눈길을 오래 걷게 되니 두꺼운 외투만큼이나 미끄럼 방지 신발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겨울 훗카이도에서 장갑을 대충 챙겼다가 사진 몇 장 찍고 손이 얼얼했던 기억이 있어요. 목도리, 장갑, 방수 되는 신발, 핫팩은 과하다고 느껴져도 막상 현지에서는 제값을 합니다. 여름에는 선크림, 얇은 바람막이, 접이식 우산 정도면 꽤 든든하고요.
계절별로 챙기면 좋은 것
- 봄: 얇은 패딩이나 코트, 아침저녁용 겉옷
- 여름: 반팔, 얇은 긴팔, 선크림, 편한 운동화
- 가을: 니트나 가벼운 점퍼, 단풍 산책용 신발
- 겨울: 방한 외투, 장갑, 목도리, 방수 신발, 핫팩
5. 먹거리는 지역별로 나눠 먹는 재미가 있어요
훗카이도는 음식 때문에 다시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삿포로는 미소라멘과 징기스칸, 오타루와 하코다테는 해산물, 후라노와 비에이는 우유·치즈·디저트 쪽이 강해요. 구시로 쪽으로 가면 로바타야키나 해산물 덮밥도 많이 찾습니다.
여기서 작은 팁을 하나 더하면, 유명 식당만 따라다니기보다 동선 가까운 시장이나 로컬 식당을 섞는 게 좋습니다. 훗카이도는 이동 시간이 길어서 식당 하나 때문에 왕복 1시간을 쓰면 은근히 피곤해져요. 숙소 근처에서 따뜻한 라멘 한 그릇 먹고 눈길을 걷는 시간이 오히려 오래 기억날 때도 있습니다.
훗카이도는 한 번에 다 보려는 여행지라기보다 계절 하나를 골라 천천히 맛보는 곳에 가깝습니다. 첫 여행이라면 삿포로와 근교만 잡아도 충분히 풍성하고, 두 번째부터 하코다테, 도야호, 구시로, 시레토코처럼 방향을 넓혀가면 훨씬 덜 지칩니다. 여행은 욕심을 조금 덜어낼수록 그 장소가 더 선명하게 남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