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등록, 고혈압·당뇨가 있다면 꼭 해야 할까요?

만성질환관리등록, 고혈압·당뇨가 있다면 꼭 해야 할까요?

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온 분들이 의외로 담담하게 말씀하십니다. “약 먹을 정도는 아니죠?”, “바빠서 다음에 가볼게요.” 그런데 병동에서는 그 ‘다음’이 늦어져서 뇌졸중, 협심증,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분들을 자주 봤습니다. 만성질환관리등록은 겁을 주는 제도가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병을 혼자 버티지 않게 도와주는 관리 장치에 가깝습니다.

만성질환관리등록은 무엇인가요?

만성질환관리등록이라고 부르는 제도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하나는 동네의원에서 고혈압·당뇨병을 꾸준히 관리받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지역에서 운영하는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입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가 참여 의원에 등록해 1년 단위로 관리계획을 세우고, 진료와 검사, 교육·상담, 생활습관 점검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내 기준으로는 참여 시 관련 통합관리료, 재진진찰료, 검사료의 본인부담률이 일반 의원 외래 30%보다 낮은 20%로 적용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하는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은 주민등록상 사업지역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65세 이상은 지역에 따라 진료비와 약제비 일부 감면을 받을 수 있고, 교육센터 상담이나 진료일 알림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역별 운영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관할 보건소나 다니는 의원에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누가 등록을 생각해봐야 할까요?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병 진단을 받고 약을 먹는 분이라면 우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약은 타지만 혈압수첩이나 혈당기록이 없고, 검사 주기를 자주 놓치고, 식사·운동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혈압은 한 번 높게 나왔다고 바로 병이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집이나 병원에서 반복 측정했을 때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으로 자주 나오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거나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으로 반복 확인되는 경우도 의사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런 수치는 ‘내가 조심하면 되겠지’로 넘길 선은 아닙니다.

제가 병동에서 봤던 분들 중에는 평소 혈압이 160mmHg 안팎으로 나오는데도 두통이 없어서 괜찮다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시간이 더 깁니다. 당뇨도 마찬가지입니다. 갈증, 소변 증가, 체중 감소가 뚜렷해질 때는 이미 혈당이 꽤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광고

등록하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나요?

가장 큰 차이는 ‘약만 받아오는 진료’에서 ‘관리계획이 있는 진료’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혈압, 혈당, 체중, 흡연, 음주, 운동, 식사 습관을 같이 보고 개인별 목표를 세웁니다. 같은 당뇨라도 야간근무를 하는 분, 혼자 사는 어르신, 외식이 잦은 직장인의 관리법은 달라야 합니다.

  • 개인별 고혈압·당뇨병 관리계획 수립
  • 질환 이해와 생활습관 교육·상담
  • 전화나 메시지를 통한 상태 확인
  • 검사 주기와 진료일을 놓치지 않도록 알림 제공
  • 참여 조건에 따라 본인부담률 경감이나 건강생활실천지원금 적용

검진센터에서는 “당화혈색소 7.8%인데 약은 먹고 있으니 괜찮죠?”라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당뇨 치료는 약 복용 여부보다 조절 상태가 더 중요합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혈당 흐름을 보여주는 수치라서, 7%를 넘는 상태가 계속되면 눈, 콩팥, 신경, 심혈관 합병증 위험이 올라갑니다. 개인 목표는 나이와 동반질환에 따라 달라지므로 주치의와 정해야 합니다.

등록보다 더 중요한 건 계속 다니는 일입니다

만성질환은 한 번 검사하고 끝나는 병이 아닙니다. 고혈압은 혈압만 보는 게 아니라 콩팥 기능, 전해질, 심전도, 지질 수치도 같이 봐야 합니다. 당뇨병은 당화혈색소뿐 아니라 소변 미세알부민, 신장 기능, 눈 검사, 발 감각 확인이 필요합니다.

약을 먹다가 수치가 좋아졌다고 스스로 끊는 분들도 많습니다. 근데 혈압약이나 당뇨약은 ‘수치가 좋아졌으니 끝’이라는 의미보다, 약과 생활관리 덕분에 조절되고 있다는 의미일 때가 많습니다. 임의로 중단하면 몇 달은 괜찮아 보여도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대로 약을 먹는데 어지럽거나 손 떨림, 식은땀, 심한 피로감이 생기면 참지 말고 상담해야 합니다. 당뇨약 복용 중 저혈당이 생길 수 있고, 혈압약도 몸 상태나 탈수, 다른 약과의 관계에 따라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약이 맞지 않는다고 혼자 끊기보다 처방한 의료진에게 증상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광고

이럴 땐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진료를 받으세요

만성질환관리등록은 꾸준한 관리를 돕는 제도지만, 급한 증상을 대신 판단해주지는 않습니다. 아래 증상은 예약일을 기다리지 말고 진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갑자기 생긴 증상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 혈압이 180/120mmHg 이상으로 반복 측정되거나 가슴통증, 호흡곤란, 한쪽 마비, 말이 어눌해짐이 동반될 때
  • 공복혈당이 250mg/dL 이상으로 자주 나오거나 심한 갈증, 구토, 탈수감이 있을 때
  • 혈당이 70mg/dL 미만이면서 식은땀, 손 떨림, 의식저하가 있을 때
  •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거나 발 상처가 잘 낫지 않을 때
  • 약을 바꾼 뒤 심한 어지럼, 부종, 두근거림, 발진이 생길 때

만성질환관리등록은 특별한 사람만 받는 관리가 아닙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평생 겁내며 살아야 하는 병이라기보다, 기준을 알고 꾸준히 확인하면 합병증을 많이 늦출 수 있는 병입니다. 병원에서 오래 일하며 느낀 건 하나입니다. 수치가 조금 높을 때 움직이는 분들이 결국 입원까지 가는 일을 훨씬 덜 겪습니다. 지금 약을 먹고 있거나 검진에서 반복해서 이상 수치가 나온다면, 다니는 동네의원이나 보건소에서 만성질환관리등록 가능 여부를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만성질환관리등록, 고혈압·당뇨가 있다면 꼭 해야 할까요?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