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이직을 앞두고 퇴직금계산기에 숫자를 넣어봤는데, 회사가 알려준 금액과 80만 원 넘게 차이가 난다고 하더군요. 주식도 실적 숫자 하나를 잘못 넣으면 밸류에이션이 완전히 달라지듯, 퇴직금도 입사일·퇴직일·최근 3개월 임금 중 하나만 흔들려도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퇴직금은 감으로 보는 돈이 아닙니다. 공식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값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계산기를 쓰기 전에 무엇을 입력해야 하는지부터 잡아두는 게 좋습니다.
1. 퇴직금계산기의 기본 공식은 단순하다
2026년 현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기준으로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계산식은 이렇게 봅니다.
퇴직금 = 1일 평균임금 × 30일 × 재직일수 ÷ 365
예를 들어 1일 평균임금이 10만 원이고 재직일수가 1,095일, 즉 대략 3년이라면 계산상 퇴직금은 약 900만 원입니다. 10만 원 × 30일 × 1,095 ÷ 365로 계산한 값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연봉 총액이 아니라 퇴직 직전의 평균임금입니다. 주가가 과거 10년 평균보다 최근 분기 실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듯, 퇴직금도 마지막 3개월 임금 구조가 큰 영향을 줍니다.
2.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을 기준으로 본다
평균임금은 퇴직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입니다. 월급이 300만 원으로 같아 보여도 3개월이 89일인지 92일인지에 따라 1일 평균임금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최근 3개월 임금 총액이 900만 원이고 해당 기간이 92일이면 1일 평균임금은 약 9만7,826원입니다. 같은 900만 원이라도 기간이 89일이면 약 10만1,124원이 됩니다. 계산기마다 날짜 입력을 정확히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넣어야 할 임금과 헷갈리는 금액
- 기본급, 직책수당,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은 보통 임금 총액에 포함됩니다.
- 상여금은 지급 방식과 정기성에 따라 반영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실비 변상 성격의 금액은 임금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으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보는 구조가 적용됩니다.
사실 여기서 분쟁이 자주 생깁니다. 회사는 복리후생비라고 보고, 근로자는 사실상 매달 고정적으로 받은 임금이라고 보는 식입니다. 퇴직금계산기 결과가 회사 산정액과 다르다면 금액 자체보다 어떤 항목을 임금에 넣었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3. 재직일수는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 정확히 잡아야 한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게 발생합니다. 또 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지도 중요합니다. 아르바이트나 단시간 근로자라고 해서 무조건 제외되는 것은 아니고, 근속기간과 근로시간 요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입사일이 2021년 3월 1일이고 퇴직일이 2026년 2월 28일이라면 단순히 5년이라고 말하기 쉽지만, 계산기는 실제 재직일수를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중간에 육아휴직, 출산전후휴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업 같은 기간이 있었다면 계속근로기간에는 포함되는 경우가 많고, 평균임금 산정에서는 제외되는 기간이 따로 생길 수 있습니다.
근데 이 부분은 사람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휴직이 있었거나 임금이 크게 줄었던 기간이 있었다면 단순 계산기 숫자만 믿기보다 고용노동부 안내 기준에 맞춰 제외 기간을 따져보는 편이 낫습니다.
4. 퇴직금계산기에서 자주 틀리는 5가지
- 퇴직일을 마지막 근무일로 넣는 경우: 실무에서는 마지막 근무일 다음 날을 퇴직일로 보는 방식이 자주 쓰입니다.
- 세전 월급이 아니라 실수령액을 넣는 경우: 퇴직금 계산은 보통 세전 임금 기준으로 접근합니다.
- 상여금과 연차수당을 아예 빼는 경우: 산입 대상이면 퇴직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최근 3개월에 무급휴직이나 육아휴직이 있었는데 그대로 나누는 경우: 평균임금 산정 제외 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 DC형 퇴직연금과 법정 퇴직금을 같은 방식으로 비교하는 경우: 제도 구조가 달라 체감 금액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실수령액 입력은 꽤 흔한 오류입니다. 월급 300만 원을 받는다고 말할 때 누군가는 세전 300만 원을 뜻하고, 누군가는 통장에 찍히는 270만 원 안팎을 떠올립니다. 계산기에는 기준이 되는 임금 총액을 넣어야 하므로 이 차이를 놓치면 처음부터 결과가 낮게 나옵니다.
5. 실제 계산 예시로 감을 잡아보면 쉽다
가령 2022년 1월 1일 입사, 2026년 1월 1일 퇴직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재직일수는 대략 1,461일입니다. 퇴직 전 3개월 임금 총액이 1,050만 원이고 해당 기간 총일수가 92일이면 1일 평균임금은 약 11만4,130원입니다.
이 경우 퇴직금은 11만4,130원 × 30일 × 1,461 ÷ 365로 계산해 약 1,370만 원 수준이 됩니다. 여기에 산입 대상 상여금이나 미사용 연차수당이 추가되면 금액은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근 3개월에 임금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면 통상임금과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퇴직금은 퇴직 후 14일 이내 지급이 원칙입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고 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지급기일이 연장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단순한 회사 내부 일정 문제가 아니라 법정 지급기한과 연결되는 문제라서 날짜를 분명히 확인해야 합니다.
퇴직금계산기는 답보다 검산 도구에 가깝다
저는 퇴직금계산기를 주식의 적정가 계산표와 비슷하게 봅니다. 숫자를 넣으면 결과는 바로 나오지만, 그 숫자가 맞는지 판단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합니다. 입사일, 퇴직일, 세전 임금, 상여금, 연차수당, 휴직 기간까지 맞춰 넣어야 계산 결과가 현실과 가까워집니다.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 산정표가 있다면 계산기 결과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는 게 좋습니다. 차이가 난다면 재직일수부터 보고, 다음은 평균임금에 포함된 항목을 보면 됩니다. 시장에서 가격보다 가정을 먼저 확인하듯, 퇴직금도 최종 금액보다 계산의 전제를 보는 습관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