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첫 오토캠핑을 간다며 장비 목록을 보여줬는데, 솔직히 절반은 안 가져가도 되는 물건이었습니다. 테이블만 세 개, 랜턴은 네 개, 조리도구는 집 부엌을 통째로 옮기는 수준이더군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차에 실리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다 넣었는데, 캠핑장 도착해서 꺼내고 접고 다시 싣는 데 진이 빠졌습니다.
오토캠핑은 차가 옆에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그런데 그 장점 때문에 짐이 무한정 늘어납니다. 좋은 캠핑은 장비가 많은 캠핑이 아니라, 도착해서 30분 안에 앉을 자리가 만들어지고 밤에 춥지 않고 아침에 커피 한 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캠핑입니다.
오토캠핑 준비는 인원과 계절부터 잡아야 합니다
초보가 제일 많이 실수하는 게 장비부터 고르는 겁니다. 텐트 브랜드, 화로대 크기, 감성 랜턴부터 봅니다. 그런데 먼저 볼 건 인원과 계절입니다. 성인 2명인지, 아이가 있는 4인 가족인지, 봄가을 위주인지 겨울까지 갈 건지에 따라 필요한 장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성인 2명이 봄부터 가을까지 다닌다면 3~4인용 돔텐트나 리빙쉘 작은 사이즈면 충분합니다. 가족 4명이면 이너텐트 폭이 최소 240cm는 되는 게 편합니다. 매트 폭도 중요합니다. 1인당 60cm로 계산하면 딱 붙어 자는 느낌이고, 70cm 정도는 돼야 밤에 뒤척여도 덜 불편합니다.
겨울 오토캠핑까지 생각한다면 난방과 환기가 따라옵니다. 난로만 사면 끝이 아닙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2개, 충분한 환기구, 난로 주변 안전거리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저는 겨울 초보에게 첫 시즌부터 장박이나 혹한기 캠핑은 권하지 않습니다. 5도 안팎의 늦가을부터 몸으로 감을 잡는 게 낫습니다.
처음부터 다 사지 말고 1박 기준으로 줄여야 합니다
오토캠핑 기본 장비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잠잘 장비, 앉을 장비, 먹을 장비, 밝힐 장비, 안전 장비. 이 다섯 묶음이면 됩니다. 여기에 감성 소품이 붙기 시작하면 비용과 부피가 확 늘어납니다.
- 잠자리: 텐트, 팩, 망치, 그라운드시트, 매트, 침낭 또는 이불
- 생활: 의자, 테이블, 랜턴, 멀티탭, 쓰레기봉투
- 취사: 버너, 코펠 또는 냄비, 식기, 칼, 집게, 도마, 아이스박스
- 안전: 구급파우치, 장갑, 소화 스프레이 또는 소화기, 일산화탄소 경보기
- 기타: 여벌 옷, 세면도구, 보조배터리, 우천 대비 타프나 우비
가격대는 초보라면 중간급이 제일 낫습니다. 텐트는 20만~50만 원대에서도 충분히 쓸 만한 게 많고, 의자는 3만~8만 원대면 허리 불편하지 않은 제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싼 매트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캠핑 만족도는 의외로 텐트보다 잠자리에서 갈립니다. 바닥 냉기 올라오고 허리 배기면 다음 날 운전도 힘듭니다.
저라면 첫 구매에서 감성 랜턴, 양념통 세트, 우드 쉘프, 대형 워터저그는 뒤로 미룹니다. 있으면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없어도 캠핑은 됩니다. 먼저 2~3번 다녀보고 본인 동선에 필요한 물건만 추가하는 쪽이 창고를 덜 채웁니다.
캠핑장은 시설보다 진입로와 소음을 봐야 합니다
초보는 캠핑장 사진을 보고 예약합니다. 잔디 좋고 개수대 깨끗하고 사이트 넓어 보이면 마음이 가죠.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진입로 경사, 사이트 간격, 밤 소음, 화장실 거리입니다.
차박이나 오토캠핑은 차량 접근이 편해야 합니다. 비포장 경사가 심한 곳은 비 오는 날 빠질 수 있고, 낮은 승용차는 하부를 긁기도 합니다. 특히 밤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면 진입로가 좁은 산길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초보에게 첫 캠핑장으로 집에서 1시간 30분 이내, 매점이 있고 관리자가 상주하는 곳을 권합니다.
소음도 생각보다 큽니다. 계곡 옆은 물소리가 낭만적이지만 밤새 크게 들릴 수 있고, 도로 가까운 캠핑장은 새벽 화물차 소리가 들어옵니다. 반대로 너무 조용한 곳은 아이 동반 가족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캠핑장 후기를 볼 때는 화장실 사진보다 밤 분위기 이야기를 더 챙겨 보는 게 실전에 가깝습니다.
오토캠핑 짐 싣는 순서도 기술입니다
차에 싣는 순서만 바꿔도 캠핑 피로가 줄어듭니다. 먼저 꺼낼 물건은 나중에 실어야 합니다. 캠핑장 도착하면 보통 텐트, 그라운드시트, 팩망치, 의자, 테이블 순서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이스박스와 침낭이 위에 있으면 시작부터 차를 다 뒤집게 됩니다.
제 기준으로는 무거운 박스와 물통은 트렁크 안쪽 아래, 텐트와 타프는 입구 쪽, 의자와 테이블은 가장 마지막에 싣습니다. 랜턴, 장갑, 팩망치 같은 작은 물건은 별도 공구가방 하나에 몰아둡니다. 이 가방이 흩어지면 설치 시간이 바로 늘어납니다.
짐은 박스 수를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같은 종류끼리 묶는 게 더 중요합니다. 취사 박스, 조명 박스, 공구 박스처럼 나누면 철수할 때 빠진 물건을 찾기 쉽습니다. 투명 리빙박스가 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안이 보이면 캠핑장에서 불필요하게 뒤질 일이 줄어듭니다.
초보 오토캠핑에서 안전은 과하다 싶을 만큼 챙깁니다
캠핑은 밖에서 자는 일입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별일 아닌 것도 캠핑장에서는 사고가 됩니다. 바람, 불, 비, 추위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불은 익숙해질수록 방심합니다. 화로대는 텐트와 최소 3m 이상 떨어뜨리고, 재는 완전히 꺼진 뒤 지정 장소에 버려야 합니다. 숯이 겉으로 꺼져 보여도 안쪽 열은 오래 갑니다.
전기 사용도 조심해야 합니다. 캠핑장 전기 용량은 보통 사이트당 제한이 있습니다. 전기장판, 전기히터, 밥솥, 드라이어를 한꺼번에 쓰면 차단기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릴선은 전부 풀어서 쓰는 게 좋습니다. 감긴 상태로 고출력 제품을 오래 쓰면 열이 쌓입니다.
비 예보가 있으면 배수 방향을 봐야 합니다. 낮은 곳, 물길이 지나간 흔적이 있는 곳, 흙이 푹 꺼진 자리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텐트 입구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지 않게 돌리고, 팩은 대충 꽂지 말고 45도 정도로 깊게 박아야 버팁니다. 바람 센 날 타프는 멋보다 안전이 먼저입니다. 불안하면 접는 게 맞습니다.
오토캠핑은 장비를 많이 싣고 떠나는 여행처럼 보이지만, 막상 오래 다녀보면 남는 건 단순한 세팅입니다. 편하게 자고, 따뜻하게 먹고, 주변 사람에게 피해 안 주고, 철수할 때 쓰레기 하나 안 남기는 것. 그 정도만 지켜도 꽤 괜찮은 캠퍼입니다. 비싼 장비는 나중 문제고, 내 몸에 맞는 방식부터 찾는 게 오래 가는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