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초보 캠퍼 한 팀이랑 계곡 캠핑을 갔는데, 장비는 꽤 좋았습니다. 텐트도 새것, 의자도 멀쩡하고 랜턴도 밝았죠. 그런데 밤 11시쯤부터 일이 꼬였습니다. 바닥 습기가 올라오고, 모기는 계속 달려들고, 아이스박스 얼음은 생각보다 빨리 녹았습니다. 여름캠핑은 장비가 많다고 편해지는 계절이 아닙니다. 더위, 습기, 벌레, 음식 상함 이 네 가지를 얼마나 잘 막느냐가 거의 전부입니다.
여름캠핑 준비물은 시원함보다 건조함이 먼저입니다
여름엔 다들 선풍기부터 챙깁니다. 물론 필요합니다. 근데 실제로 밤에 고생하는 건 더위보다 바닥 습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낮에는 땅이 뜨겁고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텐트 안쪽에 습기가 찹니다. 계곡, 강가, 잔디 사이트는 특히 심합니다.
저는 여름에도 그라운드시트를 꼭 깝니다. 텐트 바닥보다 살짝 작게 접어서 물이 안으로 말려 들어오지 않게 깔아야 합니다. 초보 때는 바닥보다 크게 깔았다가 비가 오니 시트 위로 물이 고이고, 그 물이 텐트 밑으로 들어와 밤새 축축하게 잔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무조건 텐트 바닥 안쪽 선보다 작게 맞춥니다.
- 그라운드시트: 텐트 바닥보다 약간 작게 사용
- 얇은 발포매트: 습기 차단용으로 가볍고 막 쓰기 좋음
- 침낭 대신 여름용 블랭킷: 통풍이 잘되고 말리기 쉬운 것
- 마른 수건 2장 이상: 땀 닦는 용도와 결로 닦는 용도를 따로
- 방수팩 또는 지퍼백: 젖으면 곤란한 옷, 배터리, 약 보관
비싼 에어매트 하나보다 얇은 매트와 방수 관리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1박 2일 짧은 캠핑이면 장비를 거창하게 늘리기보다 젖지 않게 나누어 담는 습관이 훨씬 편합니다.
더위 대책은 전기 사용 가능 여부부터 봐야 합니다
여름캠핑 준비물 중 선풍기는 거의 필수에 가깝습니다. 다만 캠핑장마다 전기 사용 조건이 다릅니다. 어떤 곳은 사이트당 600W 제한을 두고, 어떤 곳은 릴선 길이나 전열기 사용을 따로 제한합니다. 에어컨, 전기포트, 전기그릴까지 한꺼번에 쓰면 차단기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토캠핑이면 충전식 서큘레이터 1대와 작은 선풍기 1대를 나눠 쓰는 편이 좋습니다. 큰 선풍기 하나를 텐트 입구에 두는 것보다, 하나는 타프 아래에 두고 하나는 잠자리 쪽에 두는 게 체감이 낫습니다. 백패킹이면 200g 안팎의 작은 충전 선풍기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신 배터리 용량을 믿고 과하게 쓰면 새벽에 멈춥니다.
그늘 장비는 타프 모양보다 설치 방향이 중요합니다
타프는 렉타, 헥사, 실타프 뭐든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여름엔 이름보다 방향이 먼저입니다. 오후 햇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보고 낮은 쪽을 서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멋있게 높게 쳐놓으면 바람은 잘 통하지만, 오후 3시부터 햇빛이 그대로 들어와 식탁과 아이스박스가 달아오릅니다.
- 오토캠핑: 타프, 사이드월 1장, 충전식 선풍기
- 차박: 창문 모기장, 햇빛 가림막, 루프 환기 대책
- 백패킹: 경량 타프 또는 우산, 팔토시, 챙 넓은 모자
- 공통: 냉감 용품보다 물, 그늘, 통풍이 우선
냉감 타월도 쓸 만합니다. 다만 습한 날엔 금방 미지근해집니다. 물에 적셔 목에 두르는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고, 이걸로 더위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보면 실망합니다.
음식 준비는 아이스박스 성능보다 포장이 반입니다
여름엔 음식이 제일 무섭습니다. 고기, 해산물, 유제품은 낮 기온 30도 넘는 날 차 안에 오래 두면 금방 상태가 나빠집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내에서도 여름철 식중독 예방을 위해 보관 온도와 조리 위생을 계속 강조합니다. 캠핑장에서는 냉장고가 내 마음대로 있는 게 아니니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고기는 집에서 1회분씩 나눠 진공팩이나 지퍼백에 넣고, 출발 전날 냉동해 둡니다. 아이스박스 맨 아래엔 얼린 생수병을 깔고, 그 위에 고기, 맨 위에 채소와 바로 먹을 음료를 둡니다. 자주 꺼내는 음료와 식재료를 같은 박스에 넣으면 문을 계속 열게 돼서 냉기가 빨리 빠집니다. 가능하면 음료용 작은 쿨러를 따로 두는 게 낫습니다.
- 얼린 생수병: 얼음팩 겸 식수로 사용 가능
- 고기류: 1회 조리분씩 소분 후 냉동
- 채소류: 씻어서 물기 제거 후 보관
- 도마: 육류용과 채소용을 나누면 좋음
- 손 세정제와 키친타월: 물이 멀 때 꽤 중요함
초보 때 많이 하는 실수가 먹을 걸 너무 많이 챙기는 겁니다. 더운 날엔 입맛도 줄고, 남은 음식 처리가 골칫거리입니다. 2인 1박이면 고기 600g에 간단한 탄수화물, 아침용 라면이나 빵 정도면 대체로 충분합니다. 캠핑은 냉장고 비우러 가는 여행이 아닙니다.
벌레와 안전 장비는 귀찮아도 따로 챙겨야 합니다
여름캠핑에서 벌레는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물가, 숲속, 가로등 가까운 사이트는 모기와 날벌레가 많습니다. 모기향 하나만 믿으면 부족합니다. 피부에 쓰는 기피제, 텐트 주변에 두는 모기향, 랜턴 위치 조절을 같이 해야 그나마 편합니다.
랜턴은 식탁 바로 위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 밝은 걸 하나 두는 게 좋습니다. 벌레가 빛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테이블 위에는 낮은 밝기의 랜턴을 두고, 메인 랜턴은 3~5m 정도 떨어진 곳에 걸어두면 식사할 때 훨씬 낫습니다. 이건 돈 안 드는 요령인데 효과가 꽤 큽니다.
응급 준비물은 작게라도 꼭 넣습니다
여름엔 베임보다 벌레 물림, 화상, 탈수, 배탈이 많습니다. 저는 작은 파우치에 기본 약을 넣어둡니다. 소독솜, 밴드, 화상 연고, 벌레 물림 약, 지사제, 개인 복용약 정도입니다. 아이가 있으면 해열제와 체온계도 따로 챙깁니다. 무게로 따지면 얼마 안 되는데, 없을 때는 캠핑장 전체를 뒤지게 됩니다.
- 모기 기피제: 피부용과 공간용을 구분
- 긴팔 얇은 옷: 해가 진 뒤 벌레와 체온 저하에 유리
- 응급 파우치: 소독, 밴드, 화상, 배탈 약 중심
- 헤드랜턴: 밤에 화장실 갈 때 손이 자유로움
- 쓰레기봉투: 음식물 냄새 차단용으로 여분 필요
그리고 여름엔 술 마시고 물놀이하는 걸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얕은 계곡도 미끄럽고, 밤에는 깊이 감각이 흐려집니다. 장비보다 먼저 사람 컨디션을 봐야 합니다. 피곤하면 물가 가까운 곳에 오래 있지 않는 게 낫습니다.
초보자는 이 정도만 챙겨도 여름캠핑이 훨씬 편합니다
처음부터 장비를 다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다시 초보로 돌아간다면 여름캠핑 준비물은 세 묶음으로 나눌 겁니다. 첫째, 잠자리 습기 막는 것. 둘째, 음식 상하지 않게 하는 것. 셋째, 벌레와 더위를 줄이는 것. 이 세 가지가 잡히면 나머지는 조금 불편해도 버틸 만합니다.
가격대로 보면 5만 원 안쪽에선 그라운드시트, 벌레 기피제, 응급 파우치, 얼린 생수병 준비가 제일 효율이 좋습니다. 10만 원 안팎이면 충전식 선풍기와 괜찮은 쿨러백을 더할 수 있습니다. 20만 원 이상 쓸 생각이면 아이스박스나 타프를 보되, 본인 캠핑 스타일을 먼저 봐야 합니다. 차박 위주인지, 가족 오토캠핑인지, 배낭 메고 걷는 백패킹인지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솔직히 여름캠핑은 낭만만 보고 가면 고생합니다. 땀 나고, 벌레 있고, 음식 신경 쓰이고, 비도 갑자기 옵니다. 그런데 준비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여름밤 바람은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장비를 많이 사는 것보다 젖지 않게, 상하지 않게, 물리지 않게 챙기는 쪽이 오래 다니는 사람들의 방식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