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스팸볶음밥을 같이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밥이 질어지거나 간이 너무 세다고 하셨어요. 사실 스팸볶음밥은 재료가 단순해서 쉬워 보이지만, 팬 온도와 밥 넣는 순서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금방 기름진 비빔밥처럼 됩니다. 저도 주방 초반에는 스팸을 크게 썰어 넣고 밥을 오래 뒤적이다가, 겉은 짜고 속은 심심한 볶음밥을 자주 만들었어요.
집에서 맛있게 만들려면 재료를 많이 넣는 것보다 물기 조절이 먼저입니다. 특히 김치, 양파, 대파처럼 수분이 나오는 재료를 넣을 때는 팬에 들어가는 순서가 중요해요. 오늘 알려드리는 방식은 혼자 먹는 1인분 기준이고, 두 명이 먹을 때는 단순히 두 배로 늘리되 간장은 조금 덜 넣는 쪽이 안전합니다.
스팸볶음밥 재료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1인분 기준으로 밥 210g, 스팸 70g, 달걀 1개, 대파 25g, 양파 30g, 식용유 1큰술, 진간장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이면 됩니다. 밥 210g은 일반 공기로 살짝 눌러 담은 정도예요. 즉석밥을 쓴다면 데운 뒤 뚜껑을 열고 2분 정도 김을 빼면 훨씬 고슬하게 볶입니다.
스팸은 짠맛이 강하니 1인분에 70g을 넘기지 않는 게 좋아요. 작은 캔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양입니다. 짜게 먹는 집이라도 간장을 많이 넣는 방식보다는 대파 향과 후추로 맛을 올리는 편이 덜 물리고 끝까지 맛있습니다.
- 밥: 210g, 찬밥이면 가장 좋고 따뜻한 밥은 김을 빼서 사용
- 스팸: 70g, 사방 0.7cm 정도로 작게 썰기
- 대파: 25g, 흰 부분 위주로 송송 썰기
- 양파: 30g, 없으면 빼도 되고 당근 20g으로 대체 가능
- 간장: 1작은술, 팬 가장자리에 넣어 향만 내기
냉장고에 애호박이나 파프리카가 있다면 30g 이내로만 넣으세요. 채소가 많아지면 맛은 부드러워지지만 볶음밥 특유의 고슬한 느낌은 약해집니다. 김치를 넣고 싶다면 잘게 썬 김치 50g을 키친타월로 살짝 눌러 국물을 빼고 넣으면 됩니다.
밥이 질어지지 않게 준비하는 방법
볶음밥에서 밥 상태는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갓 지은 밥으로 바로 볶으면 쌀알 표면에 수분이 많아서 팬에 닿자마자 뭉치기 쉬워요. 가능하면 찬밥을 쓰고, 냉장고에 있던 밥은 전자레인지에 30초만 데워 덩어리만 풀어주세요. 뜨겁게 데우면 다시 수분이 올라와서 팬에서 질척해집니다.
밥을 넣기 전에는 숟가락이나 주걱으로 미리 풀어두는 게 좋습니다. 팬 위에서 굳은 밥을 깨려고 오래 누르면 대파 향은 날아가고 스팸은 딱딱해져요. 주방에서는 볶는 시간보다 준비 시간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스팸볶음밥도 딱 그래요.
스팸은 너무 크게 썰면 한입마다 짠맛이 튑니다. 작게 썰어 넓게 퍼지게 볶아야 밥 전체에 감칠맛이 고르게 배어요. 저는 사방 0.7cm 정도를 좋아합니다. 씹히는 맛은 있으면서도 짠맛이 과하지 않은 크기예요. 더 담백하게 먹고 싶다면 썬 스팸에 뜨거운 물을 10초 정도 부었다가 물기를 빼도 됩니다.
볶는 순서는 대파, 스팸, 밥, 간장입니다
팬은 중불에서 40초 정도 예열합니다. 손을 팬 위 10cm 정도에 올렸을 때 따뜻한 열이 올라오면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대파를 먼저 넣으세요. 대파는 센 불에서 태우는 재료가 아니라 중불에서 향을 뽑는 재료입니다. 30초 정도 볶으면 기름에 파 향이 배고, 이때 스팸을 넣습니다.
스팸은 1분 30초 정도 볶습니다. 겉면이 살짝 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기름진 냄새가 줄고 고소함이 올라와요. 여기서 자꾸 뒤적이면 색이 안 납니다. 팬에 펼쳐두고 20초 기다렸다가 한 번 섞는 식으로 볶으면 훨씬 맛있습니다.
양파를 넣는다면 스팸 겉면이 노릇해진 뒤 넣고 40초만 볶으세요. 처음부터 넣으면 물이 먼저 나와 스팸이 삶아지는 느낌이 됩니다. 양파는 투명하게 익히는 것보다 살짝 아삭함이 남는 정도가 볶음밥에는 잘 맞습니다.
밥을 넣은 뒤에는 불을 중강불로 올립니다. 밥을 넣자마자 주걱으로 누르지 말고, 먼저 재료와 밥을 크게 접듯이 섞어주세요. 밥알이 풀리기 시작하면 팬 바닥에 얇게 펼쳐 30초 정도 둡니다. 이 짧은 시간이 볶음밥 향을 만듭니다. 계속 휘저으면 수분이 날아갈 틈이 없어요.
간장은 마지막에 팬 가장자리로 1작은술만 둘러 넣습니다. 밥 위에 바로 뿌리면 색만 얼룩지고 짠 부분이 생겨요. 팬 가장자리에서 간장이 살짝 끓으며 향이 올라올 때 밥과 섞으면 적은 양으로도 맛이 또렷합니다. 불을 끄기 직전에 후춧가루를 조금 뿌리면 스팸의 느끼함이 줄어듭니다.
달걀은 따로 익히면 실패가 적습니다
달걀을 밥과 바로 섞어 볶는 방식도 있지만, 집 팬에서는 밥이 눅눅해지기 쉽습니다. 초보라면 달걀을 따로 익히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에요. 팬 한쪽에 밥을 밀어두고 빈 공간에 식용유를 아주 조금만 더 두른 뒤 달걀을 깨 넣습니다. 젓가락으로 70% 정도만 익힌 다음 밥과 섞으면 부드럽고 지저분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고슬한 스타일을 원하면 달걀프라이를 따로 올리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노른자를 반숙으로 두면 간장을 많이 넣지 않아도 밥이 촉촉하게 넘어가요. 아이들용이라면 노른자를 완전히 익히고, 간장은 반 작은술만 넣어도 충분합니다.
김가루를 넣을 때는 불을 끈 뒤 넣어야 합니다. 팬 위에서 오래 볶으면 김 향이 금방 날아가고 색도 탁해져요. 참기름은 선택입니다. 스팸 자체에 기름이 있어서 참기름을 넣으면 무거워질 수 있어요. 넣는다면 마지막에 3분의 1작은술 정도면 충분합니다.
짜거나 질어졌을 때 바로 살리는 법
스팸볶음밥이 짜졌다면 밥을 더 넣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다만 밥을 한 공기씩 확 넣으면 간은 맞아도 맛이 흐려져요. 1인분 기준으로 밥 50g을 먼저 추가하고 30초 볶은 뒤 맛을 보세요. 그래도 짜면 달걀 1개를 스크램블처럼 추가하는 게 낫습니다. 달걀이 짠맛을 부드럽게 잡아줍니다.
질어졌다면 불을 중강불로 올리고 팬에 넓게 펴서 40초씩 두 번 쉬어가며 볶습니다. 계속 섞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래도 축축하면 김가루나 깨를 넣기보다 밥 30g을 추가하는 편이 낫습니다. 김가루는 수분을 잠깐 잡는 것처럼 보여도 금방 눅눅해질 수 있습니다.
싱겁다면 간장을 더 붓기 전에 스팸 조각을 하나 먹어보세요. 스팸은 짠데 밥만 싱겁다면 섞임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간장을 추가하지 말고 밥을 팬에 펼쳐 30초 더 볶은 뒤 섞어주세요. 그래도 부족하면 소금 한 꼬집이 간장 반 작은술보다 깔끔합니다.
스팸볶음밥은 특별한 재료보다 작은 조절이 맛을 만듭니다. 밥은 김을 빼고, 스팸은 작게 썰고, 간장은 팬 가장자리에서 향만 내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집에서 먹는 볶음밥이 훨씬 가볍고 고슬해집니다. 저는 스팸볶음밥을 만들 때마다 재료가 소박한 음식일수록 불 조절이 더 솔직하게 드러난다고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