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적은 업체가 아니라 내가 먼저 기준을 잡아야 합니다
얼마 전 지인이 24평 아파트를 고치겠다며 견적서 3장을 보여줬는데, 금액 차이가 거의 1,200만 원이 났습니다. 같은 집인데 왜 이렇게 다르냐고 묻더군요. 제가 하나씩 보니 사실 같은 공사를 비교한 게 아니었습니다. 어떤 곳은 샷시를 빼고, 어떤 곳은 전기 증설을 넣고, 또 한 곳은 철거 범위를 아주 작게 잡았더라고요.
아파트인테리어견적은 숫자만 보면 안 됩니다. 2,000만 원짜리 견적과 2,700만 원짜리 견적 중에 비싼 쪽이 더 정직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2,700만 원인데도 빠진 항목이 많을 수 있고요. 처음부터 ‘얼마면 돼요?’라고 물으면 업체도 대략적인 답밖에 못 합니다. 집마다 상태가 다르고, 같은 30평이라도 손댈 곳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제가 셀프로 11년 고치면서 느낀 건, 견적은 공사비가 아니라 선택의 목록이라는 겁니다. 어떤 부분을 고치고, 어떤 부분은 살리고, 어디까지 전문가에게 맡길지 정해야 금액이 보입니다.
상담 전에 적어두면 견적이 덜 흔들립니다
업체를 부르기 전에 집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줄자 하나 들고 방마다 돌아보면서 ‘고칠 곳’과 ‘그냥 쓸 곳’을 나눠 적는 겁니다. 이 작업만 해도 상담 시간이 절반으로 줄고, 나중에 추가금 때문에 얼굴 붉힐 일이 줄어듭니다.
- 철거할 항목: 붙박이장, 몰딩, 걸레받이, 싱크대, 욕실장, 중문 등
- 바꿀 마감재: 도배, 장판, 마루, 타일, 필름, 페인트
- 설비 항목: 조명 위치, 콘센트 추가, 스위치 이동, 수도 배관, 환풍기
- 살릴 항목: 방문, 샷시, 싱크대 상판, 기존 수납장
- 입주 날짜: 공사 가능 기간과 이사 날짜
특히 입주 날짜는 정말 중요합니다. 3주면 될 줄 알았는데 욕실 방수 양생, 마루 납기, 싱크대 제작 때문에 4주가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빨리 해주세요’가 통하지 않는 공정이 있어요. 페인트는 마르면 끝이지만, 욕실 방수는 시간을 줄이면 나중에 누수로 돌아옵니다.
사진도 꼭 찍어두는 게 좋습니다. 거실 전체, 주방, 욕실, 각 방 모서리, 천장 등은 넓게 찍고, 곰팡이·들뜬 마루·깨진 타일 같은 문제는 가까이 찍습니다. 업체가 현장 방문 전 대략적인 범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평수별 대략 금액보다 항목별 단가를 보세요
많이들 24평은 얼마, 32평은 얼마냐고 묻습니다. 대략적인 감은 필요합니다. 다만 그 숫자를 계약 기준으로 삼으면 위험합니다. 같은 32평이라도 도배와 장판만 하면 수백만 원대에서 끝나지만, 주방·욕실·전기·목공까지 들어가면 몇 천만 원으로 바로 올라갑니다.
제가 보통 주변에 말하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도배와 장판, 조명 일부 교체 정도면 20평대 기준 400만~900만 원 선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욕실 1개를 전체로 고치면 보통 300만~600만 원 정도는 잡아야 하고, 주방은 싱크대 길이와 상판, 후드, 수전 선택에 따라 4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도 갑니다. 문짝 필름, 몰딩 교체, 중문, 붙박이장까지 넣으면 금액은 계단처럼 올라갑니다.
그래서 아파트인테리어견적을 받을 때는 총액 옆에 항목별 금액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전체 공사 3,000만 원’ 한 줄로 끝나는 견적서는 나중에 비교가 어렵습니다. 도배가 얼마인지, 마루가 얼마인지, 욕실 자재 등급은 어떤지, 철거와 폐기물 비용이 포함인지 따로 보여야 합니다.
견적서에서 꼭 확인할 항목
-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가 포함인지
- 도배지는 합지인지 실크인지
- 바닥은 장판, 강마루, 강화마루 중 무엇인지
- 욕실 방수와 덧방 여부가 적혀 있는지
- 조명 개수와 콘센트 추가 개수가 명확한지
- 싱크대 상판, 하부장, 경첩, 레일 등급이 적혀 있는지
- 공사 후 하자 보수 기간이 문서로 남는지
솔직히 처음 보면 다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도배지만 해도 합지와 실크는 가격도 다르고 느낌도 다릅니다. 마루도 강마루와 강화마루는 시공 방식, 습기에 대한 반응, 보수 난이도가 다릅니다. 이름만 보고 넘어가면 나중에 ‘그 제품인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옵니다.
셀프로 줄일 수 있는 비용과 맡겨야 하는 비용
저는 셀프 인테리어를 오래 했지만, 모든 걸 직접 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직접 하면 돈은 줄일 수 있는데 몸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 다시 고치는 비용이 더 클 때도 있습니다.
초보자가 비교적 해볼 만한 건 손잡이 교체, 선반 설치, 실리콘 일부 보수, 방문 손잡이 교체, 조명 커버 교체, 작은 면적 페인트칠 정도입니다. 도구도 전동드릴, 수평계, 마스킹테이프, 커터칼, 롤러 정도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전동드릴은 자주 안 쓸 거면 빌려도 됩니다. 다만 콘크리트 벽 타공이 많다면 해머드릴이 필요해서 무리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전기 배선 이동, 분전반 작업, 수도 배관, 욕실 방수, 가스 연결은 전문가 영역입니다. 특히 전기는 ‘불만 들어오면 된 거 아니냐’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접지, 차단기 용량, 배선 굵기 같은 건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사고와 직결됩니다. 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싱크대 수전 하나 바꾸는 것과 벽 안쪽 배관을 손대는 건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견적을 줄이고 싶다면 공정을 빼는 방식보다 범위를 정확히 줄이는 게 낫습니다. 예를 들어 방문 전체 교체 대신 필름 시공만 하는 식입니다. 몰딩도 전부 철거하면 목공비가 붙지만, 상태가 괜찮으면 도장이나 필름으로 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곰팡이가 깊게 들어갔거나 물 먹은 목재는 덮어도 오래 못 갑니다.
업체 3곳을 비교할 때 금액보다 말의 구체성을 보세요
견적은 최소 2곳, 가능하면 3곳은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제일 싼 곳을 고르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저는 견적 상담 때 업체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는지를 봅니다. 현관 바닥을 보면서 단차를 말하는지, 욕실을 보면서 배수구 위치와 방수 상태를 말하는지, 주방에서 전기 용량과 콘센트 위치를 확인하는지 이런 부분이 중요합니다.
좋은 업체는 애매한 말을 덜 합니다. ‘다 됩니다’보다 ‘이건 가능하지만 추가 목공이 필요합니다’, ‘이 벽은 철거 전에 관리사무소 확인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쪽이 더 믿을 만했습니다. 아파트는 내 집 안 공사라도 공동주택 규정이 걸립니다. 엘리베이터 보양, 소음 가능 시간, 폐기물 반출, 관리사무소 신고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는 공사 기간표도 받아야 합니다. 철거 며칠, 목공 며칠, 전기 며칠, 도배와 바닥은 언제 들어가는지 흐름이 보여야 합니다. 공정 순서가 엉키면 새로 한 바닥이 찍히거나, 도배 후 전기 작업을 하면서 벽지가 상하는 일이 생깁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변수가 생기지만, 처음부터 일정표가 없는 공사는 불안합니다.
계약서에 남겨야 나중에 편합니다
- 총 공사 금액과 부가세 포함 여부
- 자재 브랜드 또는 동급 기준
- 추가금이 발생하는 조건
- 공사 시작일과 종료 예정일
- 잔금 지급 시점
- 하자 보수 범위와 기간
말로 한 약속은 기억이 서로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공사도 문자나 계약서로 남깁니다. ‘거실 조명 4개 교체’와 ‘거실 조명 교체’는 다릅니다. 개수가 들어가야 하고, 제품 포함인지 시공만인지도 적혀야 합니다.
처음부터 예산의 10%는 비워두는 게 속 편합니다
아파트인테리어견적을 받을 때 예산을 꽉 채워 계약하면 현장에서 흔들립니다. 철거해보니 벽 상태가 나쁘거나, 오래된 배관에서 누수가 보이거나, 기존 바닥 수평이 생각보다 안 맞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전체 예산의 10% 정도는 비워두라고 말합니다. 2,500만 원 공사라면 250만 원 정도는 예비비로 잡는 식입니다.
이 돈을 꼭 쓰라는 뜻은 아닙니다. 안 쓰면 가구나 커튼, 수납에 돌리면 됩니다. 그런데 예비비가 없으면 필요한 보수를 포기하고 겉만 예쁘게 덮게 됩니다. 인테리어는 사진보다 생활이 먼저입니다. 문이 잘 닫히고, 콘센트가 필요한 곳에 있고, 욕실 물이 잘 빠지는 게 오래 갑니다.
견적을 잘 받는다는 건 싸게만 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집의 범위를 정확히 말하고, 업체가 그 범위를 숫자와 항목으로 풀어주는 과정입니다. 처음 상담 전에 집 상태를 적고, 견적서의 빠진 항목을 묻고, 위험한 작업은 맡길 사람을 분명히 나누면 공사 중에 마음이 훨씬 덜 흔들립니다. 집은 한 번 고치면 몇 년을 쓰니까, 급하게 계약하기보다 하루 이틀 더 비교하는 쪽이 결국 생활에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