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대 자리부터 잡아야 덜 헤맵니다
얼마 전 지인 집 안방 가구배치를 같이 봐준 적이 있습니다. 침대, 장롱, 화장대는 다 좋은 제품인데 방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답답했어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침대 머리맡이 창문을 반쯤 막고 있었고, 장롱 문은 침대 옆 협탁에 걸려 끝까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가구가 많아서가 아니라 순서가 꼬인 겁니다.
안방은 보통 침대가 가장 큽니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침대 위치부터 잡습니다. 퀸 침대는 대략 가로 150cm, 킹은 160~180cm 정도입니다. 여기에 양쪽으로 사람이 지나갈 공간을 더해야 합니다. 침대 양옆은 최소 50cm, 편하게 쓰려면 60cm 이상이 좋습니다. 한쪽을 벽에 붙이면 공간은 넓어지지만, 침구 정리와 청소가 꽤 불편해집니다.
침대 머리는 가능하면 단단한 벽 쪽에 붙이는 게 안정감이 있습니다. 창문 바로 아래에 두면 겨울엔 찬 공기가 내려오고, 여름엔 햇빛 때문에 늦잠이 힘들 수 있어요. 커튼을 두껍게 달면 해결되는 부분도 있지만, 창문 여닫기와 결로 확인이 어려워집니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는 창가 쪽 벽지가 먼저 울기 때문에 침대가 너무 붙어 있으면 곰팡이를 늦게 발견합니다.
문, 창문, 콘센트 세 가지만 먼저 표시하세요
가구를 옮기기 전에 줄자로 방을 재는 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종이에 대충 사각형을 그리고 방문, 창문, 콘센트, 스위치 위치를 먼저 찍습니다. 이걸 안 하고 감으로 밀면 꼭 한 번은 다시 옮깁니다. 11년 동안 제일 많이 한 실수가 바로 이겁니다. 눈으로 보기엔 될 것 같은데, 서랍을 열면 침대에 걸리고 장롱 문을 열면 사람이 못 지나갑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방문 열리는 방향입니다. 문이 안쪽으로 열리면 문 뒤 공간은 큰 가구 자리로 쓰기 어렵습니다. 낮은 수납장이나 스탠드 조명 정도는 괜찮지만, 장롱을 두면 문과 손잡이가 부딪힐 수 있습니다. 방문에서 침대까지는 최소 70cm 정도 통로를 남기는 게 좋습니다. 밤에 화장실 갈 때 발끝 부딪히는 일이 줄어듭니다.
콘센트도 생각보다 배치를 많이 좌우합니다. 침대 양쪽에 휴대폰 충전, 무드등, 전기장판 코드가 들어가면 멀티탭이 필요해집니다. 그런데 멀티탭 선이 통로를 가로지르면 보기에도 싫고 걸려 넘어질 수 있습니다. 콘센트가 애매한 위치라면 침대보다 협탁이나 낮은 선반 위치를 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전기 콘센트를 새로 따는 작업은 벽 안 배선이 걸리는 문제라 초보자가 직접 건드릴 작업이 아닙니다.
장롱과 서랍장은 여는 공간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안방 가구배치에서 침대 다음으로 큰 변수가 옷장입니다. 붙박이장이 있으면 편하지만, 일반 장롱이나 슬라이딩장이면 문 열리는 공간을 꼭 계산해야 합니다. 여닫이 장롱은 문 앞에 최소 80cm 정도 여유가 있어야 몸을 틀지 않고 옷을 꺼낼 수 있습니다. 서랍장은 서랍 길이까지 포함해서 90cm 정도를 보면 안전합니다.
방이 좁다면 슬라이딩 장롱이 유리합니다. 대신 레일 먼지 청소가 필요하고, 한쪽 문을 열면 반대쪽은 막히는 구조라 둘이 동시에 쓰기엔 답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3m가 안 되는 폭의 안방에는 여닫이 장롱보다 슬라이딩장을 권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방 폭이 넉넉하고 옷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여닫이가 훨씬 편합니다.
- 침대 옆 통로: 최소 50cm, 여유 있으면 60cm 이상
- 방문에서 침대까지: 최소 70cm
- 여닫이 장롱 앞: 80cm 이상
- 서랍장 앞: 서랍 깊이 포함 90cm 정도
- 화장대 의자 뒤: 앉고 빠질 공간 60cm 이상
이 수치는 절대 법칙은 아닙니다. 다만 이보다 좁아지면 매일 조금씩 불편합니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무서운 건 시공 실패보다 생활 불편입니다. 처음엔 괜찮아 보여도 두 달 지나면 짜증이 쌓입니다.
안방이 좁을수록 가구 높이를 섞어야 합니다
안방이 3평대라면 가구를 전부 허리 높이 이상으로 채우면 방이 금방 좁아 보입니다. 침대, 장롱, 서랍장, 화장대가 다 비슷하게 큰 덩어리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높은 가구는 한쪽 벽에 몰고, 반대쪽은 낮게 비우는 게 낫습니다. 예를 들어 장롱은 문에서 덜 보이는 긴 벽에 붙이고, 침대 맞은편은 낮은 수납장 하나만 두는 식입니다.
협탁도 꼭 양쪽에 둘 필요는 없습니다. 공간이 40cm밖에 안 나오면 협탁 대신 벽 선반을 달거나 침대 헤드 수납형을 쓰는 게 더 깔끔합니다. 벽 선반을 달 때는 석고보드용 앙카를 써야 하고, 무거운 물건을 올릴 거라면 목상이나 콘크리트 벽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향수 몇 개 올리는 선반과 책 20권 올리는 선반은 고정 방식이 달라야 합니다.
조명도 가구배치와 같이 봐야 합니다. 천장등 하나만 켜면 침대에서 누웠을 때 눈이 부십니다. 침대 옆 스탠드나 벽등을 쓰면 훨씬 편한데, 벽등 전기 배선은 초보자가 직접 매립하면 안 됩니다. 콘센트형 벽등이나 스탠드 조명으로 충분히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위치 위치가 멀다면 리모컨 전구를 쓰는 방법도 현실적입니다.
배치 전에 테이프로 바닥에 그려보면 실패가 줄어듭니다
가구를 실제로 옮기기 전에 마스킹테이프로 바닥에 크기를 표시해보면 감이 확 옵니다. 침대 160cm, 장롱 60cm 깊이, 서랍장 45cm 깊이를 바닥에 그려놓고 걸어보는 겁니다. 10분이면 되는데 허리 아픈 일을 한 번 줄여줍니다. 저는 새 가구 주문 전에는 꼭 이 방법을 씁니다.
특히 로봇청소기를 쓰는 집은 가구 다리 높이도 봐야 합니다. 침대 밑이 10cm 이하이면 기종에 따라 못 들어갈 수 있습니다. 먼지가 쌓이기 쉬운 구조라면 차라리 수납형 침대로 막아버리는 편이 관리가 쉽습니다. 반대로 침대 밑을 비워둘 거면 청소기가 들어가는 높이를 확보하는 게 좋습니다.
안방 가구배치는 예쁜 사진을 따라 하는 것보다 내 생활 순서를 따라가야 오래 갑니다. 자주 입는 옷을 어디서 꺼내는지, 잠들기 전 휴대폰을 어디에 두는지, 아침에 커튼을 누가 여는지 같은 작은 동선이 더 중요합니다. 방이 넓어 보이는 배치보다 몸이 덜 부딪히는 배치가 실제로는 훨씬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직접 해보면 가구배치는 힘보다 준비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줄자, 마스킹테이프, 종이 한 장이면 시행착오가 많이 줄어듭니다. 침대부터 잡고, 문과 창문과 콘센트를 확인하고, 여는 공간까지 남겨두면 안방은 생각보다 차분하게 바뀝니다. 괜히 큰돈 들여 가구를 새로 사기 전에 지금 있는 가구 위치부터 한 번 다시 보는 게 저는 제일 현실적인 시작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