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드라이버 하나 없어서 난감했던 날
얼마 전 욕실 수납장 문이 덜렁거려서 나사만 조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서랍을 열어보니 맞는 드라이버가 없더라고요. 작은 안경용 드라이버만 굴러다니고, 손잡이 큰 건 끝이 뭉툭해서 나사 홈을 자꾸 망가뜨렸습니다. 그날 느꼈어요. 드라이버는 공구함에 대충 하나 넣어두는 물건이 아니라, 집에 맞는 종류로 몇 개만 제대로 갖춰두면 은근히 생활비를 아껴주는 도구라는 걸요.
사실 드라이버는 전문가용 세트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집에서 쓰는 용도는 대개 가구 조립, 문 손잡이 조임, 콘센트 커버 분리, 장난감 건전지 교체, 안경 나사 조임 정도예요. 이 정도라면 종류와 크기만 잘 맞춰도 충분합니다.
가정용 드라이버는 십자와 일자가 기본입니다
집에서 가장 많이 쓰는 건 십자드라이버입니다. 가구 조립할 때 들어 있는 나사, 방문 손잡이, 서랍 레일, 전자제품 배터리 덮개 대부분이 십자 홈이에요. 일자드라이버는 예전보다 사용 빈도가 줄었지만, 커버를 살짝 들어 올리거나 틈을 벌릴 때 쓸 일이 있습니다. 다만 일자드라이버를 지렛대처럼 과하게 쓰면 끝이 휘거나 플라스틱 부품이 깨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초보라면 처음부터 20종, 30종 세트에 욕심내기보다 자주 쓰는 크기만 준비하는 편이 낫습니다. 십자드라이버는 보통 1번, 2번이 집에서 많이 쓰이고, 그중 2번은 가구와 문 손잡이에 특히 자주 맞습니다. 작은 전자기기나 장난감에는 0번이나 정밀 드라이버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 가구 조립: 십자 2번
- 문 손잡이, 경첩: 십자 2번 또는 1번
- 장난감 건전지 덮개: 십자 0번 또는 1번
- 안경, 시계, 작은 기기: 정밀 드라이버
- 커버 분리와 간단한 틈 벌림: 일자드라이버
나사 홈보다 드라이버 끝이 작으면 헛돌면서 나사 머리가 쉽게 뭉개집니다. 반대로 너무 크면 아예 들어가지 않죠. 나사를 돌릴 때 처음부터 힘을 주기보다, 끝이 홈에 딱 물리는지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손잡이와 자성,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드라이버를 고를 때 끝 모양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써보면 손잡이가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손잡이가 너무 가늘면 손바닥에 힘이 잘 안 실리고, 오래 돌리면 손가락이 아파요. 미끄러운 플라스틱 손잡이보다 고무나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손잡이가 훨씬 안정적입니다.
가정용으로는 자성이 있는 드라이버가 꽤 편합니다. 좁은 틈에 나사를 끼울 때 나사가 끝에 살짝 붙어 있으면 떨어뜨릴 일이 줄어듭니다. 특히 싱크대 경첩이나 책상 밑 나사를 만질 때 이 차이가 큽니다. 다만 전자제품 내부처럼 민감한 부품을 다룰 때는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길이도 봐야 합니다. 너무 짧은 드라이버는 깊은 구멍에 닿지 않고, 너무 긴 드라이버는 좁은 공간에서 각도가 안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 길이 십자드라이버 하나, 짧은 주먹드라이버 하나, 정밀 드라이버 세트 하나 정도를 추천하는 편입니다. 이 조합이면 집안 잔수리의 80% 정도는 해결됩니다.
전동 드라이버가 필요한 경우
손으로 돌리는 드라이버만으로도 충분한 집이 많지만, 조립 가구를 자주 사거나 책장, 수납장, 선반을 직접 설치한다면 전동 드라이버가 훨씬 편합니다. 특히 나사가 20개만 넘어가도 손목 피로가 확 올라오거든요. 작은 무선 전동 드라이버는 무게가 300~500g대인 제품도 많아서 초보가 쓰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다만 힘이 너무 센 전동공구는 가정용 나사에 과할 수 있습니다. 토크 조절이 안 되는 제품으로 세게 조이면 나사산이 망가지거나 합판이 벌어질 수 있어요. 처음 쓰는 분이라면 속도가 느리고 토크 조절이 되는 제품이 다루기 쉽습니다. 마지막 한두 바퀴는 손드라이버로 조이면 더 깔끔합니다.
드라이버 세트 살 때 확인할 것
할인 코너에서 드라이버 세트를 보면 가격이 꽤 솔깃합니다. 그런데 너무 저렴한 제품은 끝부분 금속이 쉽게 닳거나, 손잡이와 축이 헐거운 경우가 있습니다. 나사보다 드라이버가 먼저 망가지면 결국 또 사게 되니, 자주 쓰는 십자 1번과 2번만큼은 끝이 단단한 제품으로 사는 게 낫습니다.
비트 교체형 드라이버도 실용적입니다. 손잡이 하나에 여러 비트를 끼워 쓰는 방식이라 공간을 덜 차지해요. 다만 비트를 잃어버리기 쉽고, 깊은 구멍에는 비트 홀더가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트 세트는 보조용으로 두고, 자주 쓰는 십자드라이버 하나는 고정형으로 따로 두면 편합니다.
- 끝부분이 매끈하게 뭉개져 있지 않은지 확인
- 손잡이를 잡았을 때 미끄럽지 않은지 확인
- 자성이 있는지 확인
- 십자 1번, 2번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
- 비트 보관 케이스가 단단히 닫히는지 확인
보관도 은근히 중요합니다. 드라이버를 주방 서랍, 현관장, 공구함에 흩어두면 막상 필요할 때 못 찾습니다. 저는 작은 지퍼 파우치에 드라이버, 줄자, 육각렌치, 절연테이프를 같이 넣어 현관 수납장에 둡니다. 택배 가구 조립하거나 느슨한 나사를 발견했을 때 바로 꺼낼 수 있어 좋습니다.
나사 망가지지 않게 쓰는 요령
드라이버를 쓸 때 가장 흔한 실수는 힘을 옆으로 주는 겁니다. 드라이버는 나사와 일직선이 되게 세우고, 누르는 힘 70%, 돌리는 힘 30% 정도로 생각하면 덜 헛돕니다. 특히 오래된 나사는 처음부터 세게 돌리면 홈이 파이기 쉬워요. 살짝 눌러 고정한 뒤 천천히 돌리는 게 좋습니다.
나사가 너무 뻑뻑하면 억지로 밀어붙이지 말고 잠깐 멈추는 게 낫습니다. 목재 가구라면 나사 길이가 맞지 않거나, 기존 구멍이 틀어졌을 수 있습니다. 금속 부품이라면 녹이나 먼지가 끼었을 수도 있고요. 이럴 때는 나사 홈에 맞는 드라이버로 바꿔보고, 그래도 안 되면 윤활제를 아주 소량 쓰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전기 콘센트나 스위치 커버를 만질 때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커버 나사만 조이는 정도라도 차단기를 내리고 작업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젖은 손으로 만지는 건 피하고, 금속 부분이 노출된 오래된 설비라면 직접 손대지 않는 게 맞습니다. 생활 공구는 편하려고 쓰는 거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쓸 물건은 아니니까요.
드라이버는 비싼 세트를 갖추는 것보다 내 집에서 자주 만지는 나사에 맞는 것을 가까운 곳에 두는 게 더 실속 있습니다. 십자 2번 하나만 제대로 있어도 흔들리는 의자, 헐거운 손잡이, 덜 닫히는 경첩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작은 공구 하나가 집안일을 꽤 가볍게 만들어준다는 걸 살림하다 보면 자주 느끼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