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컬링 체코전 첫승 도전, 9-4 스코어 뒤에 남은 진짜 이야기

한국 컬링 체코전 첫승 도전, 9-4 스코어 뒤에 남은 진짜 이야기

얼마 전 한국 컬링 체코전을 기록지로 다시 봤는데, 처음엔 단순히 9-4 패배라는 숫자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엔드별 흐름을 따라가 보니 이 경기는 그냥 ‘첫승 실패’로 넘기기엔 꽤 많은 장면이 숨어 있었습니다. 특히 혼성 doubles 컬링은 8엔드 안에 분위기가 몇 번이고 뒤집힐 수 있는 종목이라, 어느 한 샷이 경기 전체의 온도를 확 바꿔버립니다.



첫승 도전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


한국은 체코전을 앞두고 대회 첫 승을 노리는 위치였습니다. 스포츠에서 첫 승은 단순한 1승이 아닙니다. 라운드로빈처럼 매 경기 누적 성적이 중요한 구조에서는 첫 승이 팀의 표정, 샷 선택, 후반 운영까지 바꿉니다.


컬링은 더 그렇습니다. 축구처럼 한 번의 골로 흐름이 길게 유지되는 종목도 아니고, 야구처럼 이닝마다 공격과 수비가 분리되는 종목도 아닙니다. 한 엔드 안에서도 가드 하나, 테이크아웃 하나, 드로우의 길이 20cm 차이로 판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첫 승 도전 경기는 기술 싸움인 동시에 멘털 싸움입니다.


세계컬링연맹 기록 기준으로 이 경기에서 한국은 정영석, 김선영 조합으로 나섰고, 체코는 비트 하비초프스키, 율리에 젤링로바 조합이 맞섰습니다. 체코도 첫 승이 필요했던 팀이었기 때문에 양쪽 모두 여유롭게 탐색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초반 3엔드, 한국이 놓치지 않았던 균형


1엔드에서 체코가 2점을 먼저 가져갔습니다. 혼성 doubles에서 선제 2점은 꽤 큽니다. 8엔드 경기라 회복할 시간이 많지 않고, 초반부터 상대가 샷 감각을 잡았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2엔드에 1점을 가져오고, 3엔드에는 스틸 1점을 만들며 2-2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흐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초반 실점을 관리하면서 다시 경기의 중심으로 들어온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 1엔드: 체코 2점, 한국 0점

  • 2엔드: 한국 1점으로 추격

  • 3엔드: 한국 스틸 1점, 2-2 동점


컬링에서 스틸은 상대가 후공 이점을 가진 엔드에서 점수를 빼앗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3엔드 동점은 단순한 1점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이 체코의 운영을 흔들 수 있다는 신호였고, 첫 승 도전의 긴장감도 잠시나마 한국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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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처는 4·5엔드였다


문제는 4엔드부터였습니다. 체코가 4엔드에 2점을 냈고, 5엔드에는 다시 2점을 스틸했습니다. 점수는 6-2. 혼성 doubles에서 4점 차는 꽤 무겁습니다. 남은 엔드가 3개뿐이라 한 번에 2점 이상을 만들어도 다음 엔드에서 다시 막아야 합니다.


특히 5엔드는 기록상 계측까지 간 장면이 있었습니다. 김선영의 마지막 드로우가 살짝 짧았고, 체코가 2점을 훔쳐 갔습니다. 컬링을 보다 보면 이런 장면이 가장 아쉽습니다. 샷 선택이 틀렸다기보다, 얼음 읽기와 힘 조절이 아주 조금 어긋났을 때 점수판은 냉정하게 벌어집니다.


사실 체코전의 9-4라는 최종 스코어는 후반에 갑자기 무너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흐름을 쪼개 보면 4엔드 2실점, 5엔드 2실점이 사실상 경기의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2-2에서 6-2가 되는 순간, 한국은 추격전이 아니라 대량 득점을 강제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6엔드 반격과 7엔드 3실점의 간격


한국도 그대로 밀리지만은 않았습니다. 6엔드에 2점을 되찾으며 6-4까지 따라갔습니다. 이 장면은 꽤 중요했습니다. 2점 차면 마지막 2엔드에서 상대 실수를 유도할 수 있고, 스틸 한 번이면 다시 경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7엔드에서 체코가 3점을 냈습니다. 9-4. 여기서 경기는 사실상 기울었습니다. 8엔드가 남아 있었지만, 체코는 한국의 스톤을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경기를 닫았습니다. 컬링에서는 점수 차가 벌어졌을 때 굳이 화려한 샷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대가 다득점할 구조만 지워도 충분합니다.


이 대목에서 체코의 운영이 좋았습니다. 젤링로바의 테이크아웃과 하비초프스키의 안정적인 세팅이 맞물리면서, 한국이 공격적으로 판을 키울 공간이 줄었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라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고, 그 리스크가 7엔드 3실점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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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속에서도 봐야 할 기록의 온도


한국 컬링의 체코전 첫승 도전은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였습니다. 하지만 2-2를 만든 초반 대응, 6엔드 2득점으로 다시 추격권에 들어간 장면은 그냥 지워질 기록이 아닙니다. 문제는 좋은 엔드를 만든 뒤 그 다음 엔드를 버티는 힘이었습니다.


컬링에서 강팀과 중위권 팀의 차이는 엄청난 슈퍼샷 하나보다, 실점 엔드를 1점으로 막는 능력에서 자주 드러납니다. 체코전도 그랬습니다. 한국은 득점 장면을 만들었지만, 체코는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순간마다 2점, 2점, 3점으로 간격을 벌렸습니다.


그래도 이 경기는 한국 컬링이 어디를 더 다듬어야 하는지 꽤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첫 승은 숫자 하나로 기록되지만, 그 첫 승으로 가는 과정은 엔드마다 쌓입니다. 체코전의 아쉬움이 다음 경기에서 샷 선택과 아이스 리딩의 근거가 된다면, 9-4라는 스코어도 그냥 패배 하나로만 남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 컬링 체코전 첫승 도전, 9-4 스코어 뒤에 남은 진짜 이야기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