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미국과 포르투갈 경기 하이라이트를 다시 봤는데, 저마이 존스의 오른발 슈팅은 여전히 이상하게 생생했다. 공이 골문 구석으로 휘어 들어가는 장면도 좋지만, 사실 더 흥미로운 건 그 골 하나가 그의 커리어 전체를 압축한다는 점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거친 압박, 많은 경고, 독일과 미국 사이의 대표팀 선택, 그리고 큰 경기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공격 본능까지. 기록을 따라가면 그냥 터프한 선수로만 보기엔 꽤 아까운 이름이다.
독일에서 만들어진 수비형 미드필더
저마이 존스는 198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독일 무대에서 성장했고,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을 거쳐 샬케 04에서 커리어의 중심을 만들었다. DFB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독일 클럽 공식 기록만 보면 283경기, 23골이 남아 있다. 그중 샬케에서만 181경기를 뛰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샬케 시절의 존스는 화려한 10번이 아니었다. 볼을 예쁘게 다듬는 선수라기보다, 상대 공격의 방향을 망가뜨리는 선수였다. 그런데 숫자를 보면 단순한 파이터로만 묶기 어렵다. 분데스리가에서 165경기, 9골.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3경기 2골을 기록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이 정도 유럽 경험을 쌓았다는 건, 경기의 온도를 버티는 능력이 검증됐다는 뜻에 가깝다.
- 독일 클럽 공식전 기록: 283경기 23골
- 샬케 04 기록: 181경기 10골
- 분데스리가 기록: 165경기 9골
- 챔피언스리그 기록: 23경기 2골
숫자에 남은 거친 리듬
존스를 이야기할 때 경고 기록을 빼놓으면 반쪽짜리다. FBref 집계로 주요 리그 커리어 260경기에서 옐로카드 104장, 레드카드 6장이 찍혀 있다. 대략 2.5경기마다 한 번씩 경고를 받은 셈이다. 이 숫자는 스타일을 꽤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기다리는 미드필더가 아니라 먼저 부딪히는 미드필더였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카드가 많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존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팀의 수비선을 앞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압박 타이밍이 빠르고, 세컨드볼에 달려드는 속도가 좋았다. 그래서 경기 흐름이 느슨해질 때 존스가 한 번 충돌하면 템포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그 에너지가 선을 넘으면 팀이 수적 열세나 불필요한 파울 관리에 몰리는 장면도 나왔다.
기록은 냉정하다. 20,000분이 넘는 주요 리그 출전 시간, 18골 23도움, 그리고 100장이 넘는 경고. 공격 포인트만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그의 가치는 골과 도움 사이의 빈칸에 있었다. 압박 성공, 몸싸움, 전진 패스 이전의 탈압박, 상대 에이스를 불편하게 만드는 반복 작업. 박스스코어에 다 적히지 않는 노동이 존스의 경기였다.
독일 대표 3경기에서 미국 대표 69경기로
커리어의 이야기성은 대표팀 이력에서 더 커진다. 존스는 독일 A대표팀으로 3경기를 뛰었다. 이후 FIFA 승인 절차를 거쳐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 대표팀 기록은 69경기 4골.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골잡이는 아니지만, 미국 축구가 유럽식 강도와 중원 싸움을 필요로 하던 시기에 딱 맞는 퍼즐이었다.
2014년 월드컵에서 그는 미국의 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왔고, 총 390분을 뛰었다. 연장전까지 포함한 전 경기 풀타임이다. 같은 대회 미국 선수 중에서도 출전 시간과 영향력 모두 상위권이었다. 특히 조별리그 포르투갈전 64분 골은 기록 이상의 장면이었다. 미국이 0-1로 끌려가던 경기에서 존스가 중거리 슈팅으로 균형을 맞췄고, 그 한 방이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돌려놨다.
포르투갈전 골이 특별했던 이유
그 골은 단순히 예쁜 중거리 슛이 아니었다. 당시 상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던 포르투갈이었다. 미국은 가나전 승리 뒤 독일,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서 생존 계산을 해야 했다. 그런 압박 속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박스 바깥에서 경기를 흔든 것이다. 존스가 그 대회에서 남긴 1골 1도움은 수치로 작아 보일 수 있지만, 4경기 390분이라는 체력 사용량까지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MLS로 온 뒤에도 바뀌지 않은 존재감
2014년 여름 존스가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에 합류했을 때, 그는 단순한 이름값 영입이 아니었다. 정규시즌 10경기에서 2골을 넣었고, 팀은 MLS컵 파이널까지 갔다. 시즌 중반 합류 선수가 팀의 경기 톤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원에서 공을 따내고, 전환 속도를 높이고, 주변 선수들에게 더 강하게 뛰게 만드는 타입이었다.
이후 콜로라도 래피즈와 LA 갤럭시를 거쳤다. FBref 기준 MLS 리그 기록만 보면 뉴잉글랜드 28경기 2골 3도움, 콜로라도 9경기 3골 1도움, LA 갤럭시 20경기 1골 4도움이다. 나이가 들수록 매 경기 지배력은 들쭉날쭉했지만, 공수 전환 구간에서 튀어나오는 힘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저마이 존스를 다시 보면, 좋은 선수의 기록이 꼭 깔끔하게만 남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카드도 많고, 부상도 있었고, 대표팀도 바꿨고, 포지션상 공격 포인트가 폭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큰 경기에서 필요한 긴장감, 중원에서 버티는 성질, 한순간 경기의 방향을 꺾는 슈팅은 분명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득점 순위표보다 경기 흐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더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