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보다가 이범수의 등장 장면에서 괜히 리모컨을 내려놓게 됐다. 예능인데도 웃음보다 먼저 온 건 약간의 조심스러움이었다. 워낙 오래 활동한 배우이고, 가족 예능으로 대중에게 익숙했던 얼굴이라서 그런지 그의 이혼 고백은 단순한 근황 토크처럼 들리진 않았다.
이범수는 2010년 통역사 이윤진과 두 번째 결혼을 했고,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두 사람은 과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가족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래서 2024년 파경 소식이 알려졌을 때 반응이 꽤 컸고, 2026년 2월 합의 이혼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그의 방송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도 복잡해졌다.
예능인데 웃음보다 침묵이 먼저 보였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이범수는 새 멤버로 합류하며 혼자 지내는 일상을 공개했다. 방송의 흐름 자체는 익숙했다. 집을 보여주고, 아침을 보내고, 제작진 인터뷰가 붙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범수 편은 그 안의 공기가 조금 달랐다.
특히 아이들 방을 살피는 장면은 시청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그리움처럼 보였을 테고,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 사적인 감정이 방송 소재가 된 것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 저는 그 장면이 과하게 눈물을 짜내는 쪽으로 가지 않았다는 점은 괜찮게 봤다. 대신 빈 방이 주는 말수가 컸다.
방송에서 그는 지난 2~3년의 개인사를 언급하며 얼마 전 잘 해결됐다고 말했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이혼 절차가 원만한 합의로 끝났고, 두 사람이 자녀의 부모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존중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다. 예능이지만 이 정도 선을 지킨 건 중요했다. 사적인 갈등을 자세히 펼치기 시작하면, 결국 가장 상처받기 쉬운 쪽은 아이들이니까.
두 번째 결혼의 끝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
검색어로는 ‘이범수 두번째 결혼 이혼 고백’이 강하게 잡힌다. 사실 이 표현이 자극적이긴 하다. 하지만 대중이 궁금해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 번의 이혼이 아니라, 두 번째 결혼 생활까지 끝났다는 사실이 그의 인생 서사처럼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범수는 2003년 첫 결혼 후 짧은 기간 안에 이혼했고, 2010년 이윤진과 재혼했다. 이후 약 15년의 결혼 생활을 이어왔고, 2026년 2월 합의 이혼으로 법적 절차를 끝냈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2003년, 2010년, 2024년, 2026년이 이어진다. 연예 뉴스에서는 이 타임라인이 빠르게 소비되지만, 당사자에게는 각각의 시간이 전부 생활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이범수의 고백 중 “이혼에 승자는 없다”는 취지의 말이 꽤 현실적으로 들렸다. 이혼을 누가 이겼고 졌는지로 재단하는 순간, 관계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간은 납작해진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부부의 관계는 끝나도 부모라는 역할은 남는다. 이 지점이 방송에서도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었다.
관전 포인트는 해명보다 태도였다
이번 방송을 볼 때 관전 포인트는 사실 ‘무슨 일이 있었나’가 아니다. 이미 이혼 과정에서 여러 보도와 입장문이 나왔고, 당사자들이 오해를 풀었다는 방향의 메시지도 전했다. 여기서 더 파고드는 건 리뷰라기보다 사생활 소비에 가까워진다.
대신 봐야 할 건 태도다. 이범수가 어떤 표정으로 말하는지, 제작진이 어디까지 질문하는지, 스튜디오 패널들이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예능은 감정을 확대하는 장르라서 조금만 과하면 불편해진다. 다행히 해당 회차는 폭로전의 느낌보다는 근황 공개와 감정 회복 쪽에 가까웠다.
- 첫째, 이혼 사유를 캐묻는 방식보다 현재의 상태에 초점이 맞춰졌다.
- 둘째, 자녀 이야기가 나왔지만 직접적인 노출이나 자극적인 설명은 비교적 제한됐다.
- 셋째, ‘혼자 사는 중년 남자’ 콘셉트와 실제 개인사가 겹치며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
근데 이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도 이해된다. 가족 예능으로 사랑받았던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혼 후 다시 예능에서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이 복잡하게 보일 수 있다. 좋게 보면 솔직한 고백이고, 다르게 보면 아직 너무 가까운 상처를 방송이 빠르게 끌어온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추천하자면 이런 시청자에게 맞다
이 회차는 웃긴 예능을 기대하고 틀면 조금 결이 다르다. ‘미우새’ 특유의 생활 관찰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연예인의 인생 후반부와 감정의 변화를 차분히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맞는다.
이범수라는 배우를 오래 봐온 시청자라면 감정선이 꽤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배우가, 현실의 문제 앞에서는 꽤 작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 낯섦이 이번 회차의 가장 큰 포인트다.
반대로 연예인의 사생활이 예능에서 다뤄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굳이 챙겨볼 필요는 없다. 특히 이혼, 자녀, 가족 갈등 같은 소재에 피로감을 느끼는 편이라면 편하게 넘기는 게 맞다. 재미보다 감정의 여운이 큰 회차라서, 가볍게 틀어두는 배경 예능으로는 잘 맞지 않는다.
그의 고백이 오래 남는 이유
이범수의 두 번째 결혼과 이혼 고백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소비되기 쉽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 나면 남는 건 사건보다 이후의 태도다. 누구의 편을 드는 방식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실패와 상처를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느낌에 가깝다.
솔직히 저는 이 회차가 완전히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혼을 인생의 흠집처럼만 다루는 시선보다, 남은 관계와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는 쪽이 훨씬 성숙하다. 이범수가 앞으로 예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더 봐야겠지만, 적어도 이번 고백은 웃기려고 꺼낸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의 조심스러운 첫 장면처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