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 안 켜진다고 바로 고장이라고 보면 안 됩니다
얼마 전에도 아침 8시에 전화가 왔습니다. 컴퓨터가 아예 안 켜진다고 해서 급하게 갔는데, 본체 뒤 전원 스위치가 꺼져 있었습니다. 수리비를 받는 제가 더 민망한 경우입니다. 출장컴퓨터수리는 이런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진짜 부품 고장도 있지만, 전원선, 멀티탭, 모니터 입력 선택처럼 30초 안에 걸러지는 문제도 꽤 됩니다.
먼저 본체 뒤쪽 전원 케이블이 끝까지 꽂혔는지 봐야 합니다. 데스크톱은 케이블이 반쯤 빠져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입니다. 그다음 멀티탭 스위치와 벽 콘센트를 확인합니다. 멀티탭에 휴대폰 충전기를 꽂아 전기가 들어오는지 보면 빠릅니다. 여기서 전기가 안 들어오면 컴퓨터 문제가 아닙니다.
- 본체 뒤 전원 스위치가 I 쪽인지 확인
- 전원 케이블을 뺐다가 끝까지 다시 꽂기
- 멀티탭 대신 벽 콘센트에 직접 연결
- 전원 버튼을 10초 정도 길게 눌렀다가 다시 누르기
이렇게 했는데도 아무 소리도 없고 팬도 돌지 않으면 파워서플라이, 메인보드, 전원 버튼 쪽을 봐야 합니다. 보통 파워 교체는 부품 등급에 따라 6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가 많습니다. 사무용 컴퓨터라면 8만 원 안팎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래픽카드 들어간 고사양 본체는 더 올라갑니다.
화면이 안 나올 때 본체부터 뜯으면 일이 커집니다
컴퓨터는 켜지는 것 같은데 화면만 까맣다는 연락도 자주 옵니다. 이때 본체를 먼저 열면 순서가 틀립니다. 모니터 전원, 입력 선택, 케이블부터 봐야 합니다. HDMI인지 DP인지, 모니터가 그 입력으로 맞춰져 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본체 전원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 팬이 돌면 최소한 전원은 들어간 겁니다. 근데 모니터에 '신호 없음'이 뜬다면 케이블이나 그래픽 출력 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이사 후에는 모니터 케이블을 메인보드 단자에 꽂아 놓고 그래픽카드 장착 컴퓨터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픽카드가 따로 있으면 케이블은 아래쪽 그래픽카드 단자에 꽂아야 화면이 나옵니다.
이 증상은 직접 확인해도 됩니다
- 모니터 전원 램프가 켜지는지 보기
- HDMI, DP 케이블을 양쪽 모두 다시 꽂기
- 모니터 입력을 HDMI 1, HDMI 2, DP 순서로 바꿔보기
- 가능하면 다른 케이블로 바꿔보기
그래도 안 되면 램 접촉 불량, 그래픽카드 문제, 메인보드 문제로 넘어갑니다. 램 재장착은 할 수 있는 분도 있지만, 정전기나 슬롯 파손이 걱정되면 멈추는 게 낫습니다. 램 접촉 청소 정도면 출장비 포함 3만 원에서 6만 원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래픽카드 고장이면 부품값 때문에 폭이 큽니다. 오래된 사무용 본체에 그래픽카드 교체비가 중고 본체값보다 더 나오면 저는 그냥 교체하라고 말합니다.
느려진 컴퓨터는 부품보다 저장장치부터 의심합니다
컴퓨터가 느리다고 해서 무조건 새로 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면 10대 중 4대 정도는 하드디스크 때문에 버벅입니다. 전원 켜고 바탕화면까지 5분 이상 걸리고, 인터넷 창 하나 여는 데도 계속 멈칫하면 저장장치 상태를 봐야 합니다.
예전 HDD가 들어간 컴퓨터는 SSD로 바꾸는 것만으로 체감이 확 달라집니다. 문서 작업, 인터넷, 세금계산서, 온라인 강의 정도면 CPU가 아주 오래되지 않은 이상 SSD 교체가 새 컴퓨터보다 효율적입니다. 보통 SSD 교체와 윈도 설치까지 하면 8만 원에서 18만 원 정도가 많이 나옵니다. 용량, 데이터 백업, 프로그램 재설치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리보다 교체가 나은 경우
- 전원 켜고 꺼지는 증상이 반복되며 부품이 여러 개 의심될 때
- 10년 가까이 된 본체에 메인보드 고장이 난 경우
- 노트북 액정, 메인보드, 배터리를 동시에 손봐야 할 때
- 수리비가 중고 또는 보급형 새 제품 가격의 절반을 넘을 때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고치면 손님도 손해입니다. 특히 업무용 컴퓨터는 하루 멈추는 비용이 더 큽니다. 수리비 15만 원 아끼려다가 자료 날리고 업무 이틀 밀리면 계산이 안 맞습니다.
직접 만지면 안 되는 증상도 있습니다
컴퓨터는 가전 중에서 비교적 자가 점검이 쉬운 편입니다. 그래도 전기 들어간 물건입니다. 탄 냄새가 나거나, 전원 넣자마자 퍽 소리가 났거나, 콘센트 차단기가 내려간다면 더 만지면 안 됩니다. 파워 내부에는 전원을 뽑아도 전기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파워를 분해해서 먼지 턴다고 열어보는 건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노트북 배터리가 부풀어 오른 경우도 조심해야 합니다. 터치패드가 들리거나 하판이 벌어진 상태에서 눌러 쓰면 위험합니다. 이런 건 인터넷 보고 따라 할 문제가 아닙니다. 배터리 교체는 기종에 따라 7만 원에서 20만 원 이상까지 차이가 나고, 정품 여부에 따라 가격도 달라집니다.
- 탄 냄새, 연기, 스파크가 있었으면 전원 연결 금지
- 침수된 노트북은 충전기부터 빼고 전원 버튼 누르지 않기
- 부풀어 오른 배터리는 누르거나 구멍 내지 않기
- 파워서플라이 분해 금지
침수는 특히 시간 싸움입니다. 물을 쏟고 바로 켜보는 분들이 있는데, 그 한 번 때문에 메인보드가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원 끄고 충전기 빼고 뒤집어 말리는 정도까지만 하고, 가능하면 당일에 맡기는 게 낫습니다.
출장컴퓨터수리 부를 때는 증상을 이렇게 말하면 빠릅니다
기사 입장에서는 '안 돼요'보다 구체적인 말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전원이 아예 안 들어오는지, 팬은 도는지, 화면에 글자가 뜨는지, 윈도 로고에서 멈추는지에 따라 챙겨 갈 부품이 달라집니다. 미리 말해주면 한 번 방문으로 끝날 확률이 올라갑니다.
-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팬 소리가 나는지
- 모니터에 신호 없음, 자동 복구, 블루스크린 중 뭐가 뜨는지
- 고장 전 정전, 이사, 업데이트, 물 쏟음이 있었는지
- 중요 자료가 있는지, 포맷해도 되는지
- 데스크톱인지 노트북인지, 대략 몇 년 썼는지
출장컴퓨터수리는 보통 단순 점검이나 설정 문제는 3만 원에서 5만 원, 윈도 재설치나 SSD 교체처럼 작업 시간이 들어가면 8만 원 이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품값은 별도입니다. 지역, 시간, 업체마다 다르니 전화할 때 출장비와 진단비가 따로 붙는지도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제일 아깝게 보는 돈은 케이블 하나 때문에 나간 출장비입니다. 반대로 제일 말리고 싶은 건 탄 냄새 나는 파워를 계속 켜보는 일입니다. 컴퓨터는 만져도 되는 선과 멈춰야 하는 선이 비교적 분명합니다. 전원, 케이블, 모니터 입력까지 확인했는데도 같으면 그때 부르면 됩니다. 그 정도만 해도 괜한 비용은 꽤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