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겨울 캠핑장에 갔는데 옆 사이트에서 장작 한 망을 거의 두 시간 동안 태우더군요. 불멍은커녕 연기멍이었습니다. 토치로 계속 지지고, 착화제 넣고, 부채질까지 하는데도 장작 겉만 까맣게 그을리고 속은 축축했습니다. 캠핑 오래 다녀보면 압니다. 화로대가 비싸도 장작이 안 좋으면 밤새 고생합니다.
장작은 그냥 나무가 아닙니다. 잘 마른 나무인지, 어떤 수종인지, 길이와 굵기가 화로대에 맞는지에 따라 불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초보 때는 저도 캠핑장 매점에서 파는 걸 아무 생각 없이 샀습니다. 그러다 연기 때문에 눈물 흘리고, 불티 튀어서 플리스에 구멍 내고, 다음 날 텐트에 냄새 배어서 집에서 혼났습니다. 그 뒤로는 장작만큼은 대충 안 봅니다.
장작은 수분부터 봐야 합니다
장작에서 제일 중요한 건 건조 상태입니다. 수분이 많은 장작은 불이 잘 안 붙고, 붙어도 연기가 심합니다. 보통 잘 마른 장작은 수분율 20% 안팎을 봅니다. 수분측정기까지 들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몇 가지 눈으로 보는 기준은 있습니다.
- 들었을 때 생각보다 가볍다
- 두 개를 부딪히면 탁하고 맑은 소리가 난다
- 나무 끝 단면에 갈라짐이 보인다
- 껍질이 들떠 있거나 잘 떨어진다
- 곰팡이 냄새나 시큼한 냄새가 없다
반대로 묵직하고 축축한 느낌이 나면 덜 마른 겁니다. 그런 장작은 아무리 토치를 갖다 대도 물을 먼저 날려야 해서 불이 늦게 붙습니다. 초반에는 연기가 많이 나고, 불꽃보다 김 나는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늦가을이나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서 덜 마른 장작이 더 말썽입니다.
캠핑장 매점 장작도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비닐에 꽁꽁 싸여 바닥에 오래 있던 장작은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이 눅눅할 때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바닥에서 떨어져 보관된 것, 통풍되는 곳에 쌓인 것을 고르는 게 낫습니다. 장작망 안쪽까지 손으로 만져보면 대충 감이 옵니다.
참나무, 소나무, 혼합 장작 차이
캠핑장에서 제일 많이 보는 건 참나무 장작입니다. 참나무는 밀도가 높아서 오래 타고 숯도 괜찮게 남습니다. 불멍에도 좋고, 고기 굽고 남은 숯불 유지에도 유리합니다. 대신 처음 불붙이는 건 조금 느립니다. 그래서 얇은 장작이나 잔가지를 같이 준비하면 편합니다.
소나무는 불이 빨리 붙습니다. 송진이 있어서 화력이 확 올라옵니다. 그런데 불티가 튀기 쉽고 연기도 강한 편입니다. 타닥타닥 소리가 좋아서 분위기는 있지만, 텐트나 타프 가까이에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폴리 소재 타프 아래에서 소나무 장작을 세게 태우는 건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작은 불티 하나가 구멍을 만듭니다.
혼합 장작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수종이 섞여 있어서 품질 편차가 큽니다. 잘 마른 혼합 장작은 하루 저녁 불멍용으로 충분하지만, 덜 마른 잡목이 섞이면 연기와 냄새가 올라옵니다. 가격만 보고 사면 손해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용도별로 고르면 덜 실패합니다
- 불멍 위주: 참나무 장작 1망에 착화용 잔장작
- 빠른 점화: 얇게 쪼갠 장작이나 소량의 소나무
- 화력 유지: 굵은 참나무 장작
- 요리 겸용: 냄새 적고 잘 마른 활엽수 계열
장작으로 직접 고기를 굽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초보에게는 숯을 따로 쓰라고 말합니다. 장작불은 불꽃이 크고 온도 변화가 심합니다. 고기 겉은 타고 속은 덜 익기 쉽습니다. 장작을 숯처럼 충분히 태운 뒤 잔불로 굽는 건 가능하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캠핑장에서 배고픈 상태로 그걸 기다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한 박에 장작은 얼마나 필요할까
장작 양은 계절과 스타일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 캠핑장 장작 한 망은 7kg에서 10kg 정도가 많습니다. 가볍게 2시간 불멍이면 한 망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고,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계속 태우려면 두 망이 편합니다. 겨울에는 몸이 불 앞으로 계속 가니까 소비량이 더 늘어납니다.
저는 오토캠핑 기준으로 가을에는 2인 1박에 장작 1.5망 정도를 잡습니다. 저녁 식사 후 두세 시간 불을 피우고, 중간에 굵은 장작을 천천히 넣는 방식입니다. 겨울에는 2망을 잡고, 바람이 강한 날은 아예 불멍 시간을 줄입니다. 바람 부는 날 장작 많이 태우는 건 낭만보다 위험이 앞섭니다.
백패킹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대부분의 산과 국립공원, 일부 자연휴양림에서는 화기 사용이 제한되거나 장작불이 금지된 곳이 많습니다. 된다고 해도 현장 나뭇가지를 줍는 행위가 제한되는 곳이 있습니다. 백패킹에서는 장작을 챙겨 간다는 생각보다, 허용된 장소에서만 작은 화로와 소량의 연료를 쓰는 쪽으로 봐야 합니다. 저는 백패킹 손님들에게 불멍보다 보온 장비를 먼저 챙기라고 합니다. 추위를 장작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짐도 늘고 판단도 흐려집니다.
장작 피울 때 초보가 자주 놓치는 것
장작은 잘 사는 것보다 잘 피우는 게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제일 흔한 실수가 처음부터 굵은 장작을 올리는 겁니다. 큰 장작은 불이 붙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열로 타는 겁니다. 처음에는 얇은 장작, 마른 나뭇조각, 착화제를 써서 작은 불을 안정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 화로대 바닥에 공기 길을 만든다
- 얇은 장작부터 세워서 불꽃을 키운다
- 굵은 장작은 불이 안정된 뒤 올린다
- 한꺼번에 많이 넣지 않는다
- 바람 방향을 보고 의자와 텐트 위치를 잡는다
불은 산소를 먹습니다. 장작을 빽빽하게 쌓으면 멋있어 보이지만 속에서 숨을 못 쉽니다. 장작 사이에 손가락 두세 개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어야 불이 잘 돕니다. 그리고 화로대 아래 재가 너무 쌓이면 공기가 막힙니다. 오래 피울 때는 중간에 재를 살짝 밀어 공기길을 터주는 게 좋습니다.
불티 관리도 중요합니다. 캠핑장에서 바람이 초속 4m만 넘어가도 불티가 꽤 멀리 갑니다. 숫자로 들으면 감이 안 오는데, 나뭇잎이 계속 흔들리고 타프가 펄럭이는 정도면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날엔 장작을 작게 쪼개 낮은 불로 유지하거나 아예 접습니다. 불멍 한 번 하려다 옆 사이트 장비 태우면 그날 여행은 끝입니다.
가격보다 보관과 뒤처리가 더 현실적입니다
장작 가격은 지역과 캠핑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망에 대략 몇천 원에서 만 원대 중반까지 봅니다. 인터넷으로 대량 구매하면 kg당 가격은 내려가지만 보관이 문제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장작을 쌓아두면 냄새, 벌레, 먼지가 따라옵니다. 저도 예전에 싸게 산다고 세 박스 들였다가 작은 벌레 때문에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집에 보관할 거면 박스째 바닥에 붙여두지 말고, 통풍되는 곳에 띄워두는 게 낫습니다. 비 맞은 장작은 다시 마르는 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겉만 마른 척하고 속은 축축한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에 실을 때도 장작가루가 많이 떨어지니 큰 방수백이나 접이식 박스를 쓰면 뒤처리가 편합니다.
다 탄 재는 꼭 완전히 식혀야 합니다. 겉으로 꺼진 것 같아도 속불이 오래 남습니다. 물을 부으면 바로 끝난 것 같지만, 재가 진흙처럼 굳고 화로대 수명도 줄어듭니다. 캠핑장에 재 처리장이 있으면 그쪽을 쓰고, 없으면 금속 재통에 식힌 뒤 처리해야 합니다. 종량제봉투에 뜨거운 재를 넣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장작은 비싼 걸 산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내 화로대 크기, 불 피우는 시간, 캠핑장 환경, 보관 방식까지 맞아야 좋은 장작입니다. 초보라면 처음부터 대량으로 사지 말고 캠핑장 장작 한 망, 검증된 참나무 장작 한 망 정도를 비교해보는 게 좋습니다. 몇 번 태워보면 자기 스타일이 보입니다. 저는 요즘도 장작 많이 태우는 날보다, 잘 마른 장작 몇 개로 낮고 오래 가는 불을 만드는 날이 더 좋습니다. 그게 장비도 덜 상하고, 사람도 덜 지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