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집에서 쓰던 컴퓨터가 부팅할 때마다 한숨을 쉬듯 느려졌다. 문서 하나 여는 데도 잠깐 멈추고, 인터넷 창을 여러 개 켜면 팬 소리가 먼저 올라왔다. 그래서 새 컴퓨터를 사려고 가격을 찾아봤는데, 처음엔 더 헷갈렸다. 50만원대도 있고 150만원대도 있고, 어떤 건 200만원이 훌쩍 넘었다. 같은 컴퓨터인데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서 용도별로 나눠서 비교해봤다.
컴퓨터가격은 본체만 보면 안 보인다
처음 검색할 때 제일 많이 보이는 금액은 본체 가격이다. 그런데 실제로 사려면 모니터, 윈도우, 키보드, 마우스, 조립비, 배송비까지 붙는다. 예를 들어 본체가 60만원이면 끝날 것 같지만, 윈도우 정품을 새로 사고 24인치 모니터까지 넣으면 체감 비용은 90만원 안팎까지 올라간다.
컴퓨존 같은 조립PC 판매처 기준으로 2026년 8월 무렵 사무용 내장그래픽 본체는 대략 48만~61만원대 상품이 많이 보였다. 라이젠 5500GT나 인텔 i3, i5급 CPU에 내장그래픽을 쓰는 구성이다. 문서 작업, 인터넷, 유튜브, 은행 업무 정도라면 이 구간에서 크게 부족하지 않다.
근데 게임용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RTX 5060급 그래픽카드가 들어간 본체는 150만원대 중후반부터 자주 보이고, 5060 Ti나 상위 CPU가 들어가면 200만원대에 가까워진다. 같은 컴퓨터가격이라고 해도 그래픽카드 하나가 예산을 완전히 바꿔놓는 셈이다.
용도별로 보면 가격 기준이 달라진다
직접 견적을 몇 개 맞춰보니, 컴퓨터가격을 볼 때 제일 먼저 정해야 하는 건 예산이 아니라 용도였다. 사무용인데 게이밍 견적을 보면 괜히 비싸 보이고, 게임을 할 건데 사무용 본체를 보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문서, 인터넷, 영상 시청 위주
이 경우에는 50만~70만원대 본체가 현실적이다. 메모리는 16GB, SSD는 최소 500GB면 무난하다. 사진을 많이 저장하거나 프로그램을 여러 개 깔 사람은 SSD 1TB로 올리는 게 속 편했다. 가격 차이는 대략 5만~10만원 정도인데, 몇 년 쓸 걸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쪽이다.
롤, 피파, 캐주얼 게임 정도
가벼운 게임 위주라면 80만~120만원대까지 보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다만 여기서 조심할 건 그래픽카드 이름만 보고 고르는 일이다. 저가형 외장그래픽을 넣은 컴퓨터보다, 차라리 CPU와 메모리 균형이 좋은 구성이 더 쾌적한 경우도 있었다.
스팀 게임, 영상 편집, 방송까지
이 구간부터는 140만~220만원대를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픽카드 비중이 커지고, CPU도 너무 낮추기 어렵다. 영상 편집까지 한다면 메모리 32GB가 체감된다. 실제로 16GB에서 편집 프로그램과 브라우저를 같이 켜면 금방 답답해지는데, 32GB는 여유가 꽤 다르다.
완제품과 조립PC, 싸다고 무조건 답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조립PC가 무조건 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도 고사양으로 갈수록 조립PC가 유리한 편이다. 다나와와 컴퓨존 시세를 기준으로 비교한 자료들을 보면, 150만원대 이상에서는 조립PC가 동급 완제품보다 20만~40만원 정도 저렴한 경우가 흔하다. 200만원대 이상에서는 차이가 더 커질 때도 있다.
그런데 70만원 안팎의 사무용 컴퓨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완제품도 대량 생산 덕분에 가격이 꽤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고, AS를 한 군데에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컴퓨터 부품을 잘 모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뜯어볼 자신이 없다면 완제품이 마음 편할 수 있다.
반대로 조립PC는 부품 선택이 자유롭다. 파워를 조금 좋은 걸로 고르거나, SSD 브랜드를 바꾸거나, 나중에 그래픽카드를 추가하기 쉽게 케이스와 메인보드를 고를 수 있다. 솔직히 컴퓨터를 4~5년 이상 쓸 생각이라면 이 자유도가 꽤 크다.
제가 가격표 볼 때 꼭 확인한 것들
컴퓨터가격을 비교하다 보면 숫자만 보게 되는데, 몇 가지를 놓치면 싼 게 싼 게 아니었다. 특히 광고에 크게 적힌 CPU와 그래픽카드만 보고 사면 나머지 부품에서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 메모리는 2026년 기준 기본 16GB, 편집이나 작업용은 32GB가 편했다.
- SSD는 500GB도 가능하지만, 게임이나 사진이 많으면 1TB가 덜 답답했다.
- 파워는 정격 출력과 인증 등급을 봐야 한다. 이름 모를 저가 파워는 피하고 싶었다.
- 케이스는 예쁜 것보다 통풍과 전면 포트 위치가 더 중요했다.
- 윈도우 포함 여부를 꼭 봐야 한다. 미포함이면 총액이 꽤 달라진다.
- 무상 AS 기간과 출장 가능 여부도 가격의 일부처럼 봐야 했다.
특히 윈도우 포함 여부는 의외로 많이 놓친다. 상품명에는 59만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운영체제가 빠져 있으면 실제 사용 가능한 상태까지 비용이 더 붙는다. 집에 기존 라이선스가 있거나 직접 설치할 수 있으면 괜찮지만, 처음 사는 사람이라면 이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제가 다시 산다면 이렇게 고를 것 같다
부모님 집이나 사무실용이라면 60만원 안팎의 내장그래픽 본체에 SSD 1TB 옵션을 고를 것 같다. 게임을 거의 안 하는데 외장그래픽에 돈을 쓰는 건 낭비에 가깝다. 대신 메모리와 저장공간을 넉넉히 잡으면 체감 만족도가 더 좋다.
내가 직접 쓸 메인 컴퓨터라면 150만원 전후를 기준으로 잡을 것 같다. 최신 고사양 게임을 최고 옵션으로 돌릴 욕심만 내려놓으면 이 구간이 꽤 현실적이다. 그래픽카드는 중급, CPU는 너무 낮추지 않고, 메모리 32GB와 SSD 1TB를 맞추는 식이다.
컴퓨터가격은 결국 싸게 사는 문제라기보다, 안 쓰는 성능에 돈을 덜 쓰는 문제에 가까웠다. 처음엔 50만원짜리와 200만원짜리가 그냥 성능 차이로만 보였는데, 비교해보니 내 생활 패턴을 얼마나 정확히 아느냐가 더 중요했다. 문서와 인터넷만 하는 사람에게 200만원짜리 본체는 과하고, 매일 게임과 편집을 하는 사람에게 60만원짜리 본체는 금방 한계가 온다. 그래서 저는 이제 가격표를 먼저 보기보다, 내가 컴퓨터 앞에서 실제로 뭘 하는지부터 적어본다. 그게 생각보다 돈을 아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