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샐러드 수업을 하면 의외로 많이 막히는 게 시저샐러드 드레싱입니다. 재료는 몇 가지 안 들어가는데, 먹어보면 어떤 건 느끼하고 어떤 건 비리고 어떤 건 마요네즈 맛만 나요. 저도 주방 초반에는 앤초비를 많이 넣으면 무조건 맛있는 줄 알고 넣었다가, 샐러드 한 접시가 전부 짜고 비려진 적이 있습니다. 시저드레싱은 재료보다 순서와 농도가 더 중요합니다.
집에서 만드는 방식은 식당처럼 복잡할 필요 없습니다. 다만 짠맛, 산미, 기름기, 치즈 향이 서로 밀고 당기게 맞춰야 해요. 오늘 알려드리는 양은 로메인 2포기, 또는 샐러드 채소 250g 정도에 넉넉히 버무릴 수 있는 양입니다. 2~3인분으로 잡으면 편합니다.
기본 재료와 없을 때 대체하는 양
시저샐러드 드레싱의 기본 맛은 마요네즈, 레몬즙, 마늘, 앤초비, 파르메산 치즈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앤초비가 부담스럽거나 없으면 멸치액젓을 아주 조금 쓰면 됩니다. 다만 액젓은 향이 직선적으로 올라오니 양을 줄여야 합니다.
- 마요네즈 5큰술, 약 75g
- 레몬즙 1큰술 반, 약 22ml
- 디종 머스터드 1작은술
- 다진 마늘 1작은술, 또는 작은 마늘 1쪽
- 앤초비 2마리, 없으면 멸치액젓 1작은술
- 파르메산 치즈가루 3큰술
- 올리브오일 2큰술
- 우유 또는 물 1~2큰술
- 후춧가루 4~5번 갈아 넣기
- 설탕 1작은술, 선택
앤초비를 넣을 때는 소금을 따로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 치즈에도 짠맛이 있고 마요네즈에도 간이 있어서 처음부터 소금을 넣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항상 “소금은 마지막에, 그것도 맛보고”라고 말합니다. 드레싱은 채소에 묻으면 체감 짠맛이 약해지지만, 그걸 감안해도 처음부터 세게 잡으면 샐러드가 금방 질립니다.
섞는 순서가 맛을 바꿉니다
볼에 마요네즈를 먼저 넣고 레몬즙을 바로 확 부으면 덩어리가 지거나 묽은 부분과 뻑뻑한 부분이 따로 놀 때가 있습니다. 특히 차가운 마요네즈일수록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요네즈에 머스터드와 다진 마늘, 곱게 으깬 앤초비를 먼저 섞습니다. 이때 숟가락으로 바닥에 문지르듯이 섞어야 앤초비가 덩어리로 씹히지 않습니다.
그다음 레몬즙을 두 번에 나눠 넣습니다. 처음에 절반만 넣고 섞은 뒤 맛을 보면 마늘 향이 올라오고, 두 번째 레몬즙을 넣으면 느끼함이 눌립니다. 레몬즙을 한 번에 넣어도 못 먹을 정도로 망가지는 건 아니지만, 나눠 넣으면 농도 조절이 훨씬 쉽습니다.
파르메산 치즈는 레몬즙 뒤에 넣는 편이 좋습니다. 치즈를 먼저 많이 넣으면 뻑뻑해져서 나중에 산미가 고르게 퍼지지 않습니다. 치즈를 넣고 섞은 다음 올리브오일을 조금씩 흘려 넣으며 저어주세요. 마지막에 우유나 물을 1큰술 넣어 농도를 풉니다. 로메인처럼 단단한 잎에는 약간 되직하게, 양상추나 어린잎처럼 부드러운 채소에는 조금 묽게 맞추면 먹기가 좋습니다.
비리지 않게 만드는 작은 요령
시저샐러드 드레싱이 비린 이유는 대개 앤초비 양이 많거나, 마늘이 거칠게 씹히거나, 산미가 부족해서입니다. 앤초비는 2마리면 충분합니다. 더 진한 맛을 원해도 처음부터 4마리를 넣지 말고 완성 후 맛을 보고 반 마리씩 추가하는 게 안전합니다.
마늘은 칼로 곱게 다진 뒤 소량의 레몬즙에 3분 정도 담가두면 알싸한 향이 조금 부드러워집니다. 생마늘이 강한 집은 전자레인지에 5초만 돌려도 매운맛이 살짝 죽습니다. 오래 돌리면 익은 마늘 냄새가 나서 시저드레싱의 산뜻한 맛과 멀어집니다.
레몬즙이 없을 때 식초를 쓸 수는 있습니다. 이때는 현미식초나 사과식초를 1큰술만 먼저 넣고, 부족하면 1작은술 더 넣습니다. 레몬즙 1큰술 반을 식초 1큰술 반으로 그대로 바꾸면 향이 날카로워질 수 있습니다. 식초를 쓴 날은 설탕 1작은술을 넣으면 산미 끝이 둥글어집니다.
농도와 간 맞추는 기준
드레싱은 그냥 떠먹었을 때 “조금 짭짤하고 시다” 싶어야 채소와 만났을 때 맞습니다. 그런데 너무 묽으면 잎에 붙지 않고 접시 바닥으로 흐릅니다. 너무 되직하면 채소가 뭉치고 입 안에서 마요네즈 느낌이 강해집니다. 숟가락으로 들어 올렸을 때 천천히 흘러내리는 정도가 좋습니다.
간을 볼 때는 드레싱만 먹지 말고 채소 한 장에 묻혀서 먹어보세요. 주방에서는 이걸 꼭 합니다. 드레싱만 맛보면 강해 보여도 로메인에 묻히면 딱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드레싱만 먹었을 때 이미 싱거우면 샐러드로 만들었을 때 거의 밍밍합니다.
- 너무 짤 때: 마요네즈 1큰술과 우유 1큰술을 추가합니다.
- 너무 느끼할 때: 레몬즙 1작은술과 후추를 조금 더 넣습니다.
- 너무 시큼할 때: 설탕 1작은술 또는 치즈가루 1큰술을 넣습니다.
- 너무 묽을 때: 치즈가루 1큰술이나 마요네즈 1큰술을 더합니다.
- 마늘 맛이 셀 때: 완성 후 10분 냉장고에 두면 조금 가라앉습니다.
샐러드에 버무릴 때 실패를 줄이는 방법
드레싱을 잘 만들어도 채소에 물기가 많으면 맛이 흐려집니다. 로메인은 씻은 뒤 체에만 받치지 말고 키친타월이나 샐러드 스피너로 물기를 최대한 빼야 합니다. 물기 남은 채소 250g에 드레싱을 넣으면, 물 2~3큰술을 추가한 것처럼 맛이 연해집니다.
버무릴 때는 드레싱을 한 번에 다 넣지 않습니다. 먼저 70퍼센트 정도만 넣고 큰 볼에서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듯 섞습니다. 잎을 누르거나 비비면 숨이 빨리 죽어요. 부족하면 남은 드레싱을 조금씩 더합니다. 크루통은 처음부터 넣으면 눅눅해지니 접시에 담기 직전에 넣는 편이 낫습니다.
닭가슴살이나 베이컨을 올릴 때는 드레싱 간을 살짝 약하게 잡습니다. 특히 베이컨은 짠맛과 기름이 함께 들어오니까 앤초비를 1마리만 넣어도 충분합니다. 반대로 삶은 달걀이나 구운 감자처럼 담백한 재료를 곁들이면 치즈가루를 1큰술 더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만들어둔 드레싱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2일 안에 먹는 걸 권합니다. 생마늘과 치즈가 들어가서 오래 두면 향이 탁해집니다. 냉장고에서 꺼냈을 때 되직해져 있으면 물이나 우유를 1작은술씩 넣어 풀면 됩니다. 시저샐러드 드레싱은 거창한 재료보다 손끝 조절이 더 큰 음식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추려 하기보다, 짠맛은 늦게 더하고 산미는 나눠 넣는 습관만 잡아도 집 샐러드 맛이 꽤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