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티타산 쪽 골목을 걷다가, 유명한 전망대보다 오래 기억나는 건 의외로 낮은 담장과 천천히 올라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티타산은 이름만 들으면 거창한 산행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동네와 가까운 생활권 산책지에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등산복을 단단히 갖춰 입은 사람보다 장바구니를 든 주민, 운동화 끈만 고쳐 묶고 올라온 어르신이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곳이었어요.
티타산은 관광지보다 동네 산책에 가깝다
제가 걸은 코스는 큰길에서 바로 산길로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가 골목을 지나 낮은 오르막을 따라가는 흐름이었습니다. 초반 10분 정도는 산에 왔다기보다 낯선 동네를 천천히 통과하는 기분이 강했습니다.
골목 폭은 차 한 대가 조심히 지나갈 정도였고, 담장 너머로는 빨래가 걸려 있거나 작은 화분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이런 풍경은 사진으로 크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걷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마음을 낮춰줍니다.
유명 관광지는 도착하자마자 어디를 봐야 할지 바빠지는데, 티타산은 반대였습니다. 어디를 꼭 봐야 한다는 압박이 적어서 발걸음이 느려졌습니다.
가는 길에서 이미 여행이 시작된다
티타산을 좋게 기억하게 된 건 정상이나 포토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산길 입구 전, 작은 슈퍼 앞 플라스틱 의자와 골목 끝에 걸린 햇빛이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한다면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려 15분 안팎 걸어 들어가는 방식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차를 가져가면 편하긴 하지만, 골목 안쪽은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오히려 신경 쓸 일이 생깁니다. 이런 동네 산은 조금 걷고 들어가는 편이 분위기를 덜 놓치게 됩니다.
- 사람 적은 시간대는 평일 오전 10시 전후가 괜찮았습니다.
- 비 온 다음 날은 흙길이 미끄러울 수 있어 밑창 있는 운동화가 편합니다.
- 사진보다 걷는 리듬을 우선하면 훨씬 덜 피곤합니다.
길은 짧지만 분위기는 오래 간다
티타산 길은 높은 산처럼 숨이 턱 막히는 구간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짧은 오르막과 평평한 길이 반복돼서, 걷는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좋았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남짓, 중간에 앉아 쉬면 1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무리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나무 사이로 동네 지붕이 보입니다. 멀리 도시가 펼쳐지는 웅장한 풍경은 아니지만, 낮은 건물들이 겹쳐 보이는 장면이 꽤 좋았습니다. 여행지의 멋진 장면이라기보다, 누군가 매일 보고 사는 풍경을 잠깐 빌려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시설이 잘 갖춰진 산책로를 기대하면 조금 심심할 수 있습니다. 안내판이나 편의시설이 많은 편은 아니고, 길도 아주 반듯하게 관리된 느낌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오래 밟아 만든 길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점이 티타산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혼자 걷기 좋은 이유
티타산은 여럿이 떠들썩하게 가기보다 혼자 조용히 걷기에 더 잘 어울렸습니다.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스쳐 지나가는 정도라 부담이 적었습니다.
벤치가 있는 구간에서는 잠깐 앉아 물을 마셨습니다. 그때 들리는 소리가 꽤 선명했습니다. 바람에 잎이 부딪히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생활 소음, 지나가는 사람의 낮은 인사 같은 것들입니다. 유명한 명소에서는 쉽게 묻히는 소리들이 여기서는 또렷했습니다.
근데 이런 장소는 큰 기대를 품고 가면 오히려 아쉬울 수 있습니다. 특별한 볼거리를 찾기보다, 동네의 낮은 속도에 맞춰 걷는 쪽이 좋습니다. 티타산은 목적지가 아니라 잠깐 머무는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티타산을 걷고 내려와서 든 생각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갈 때 지나쳤던 골목이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통과하는 길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가게 셔터의 색, 오래된 계단의 모서리, 담장 아래 놓인 작은 의자까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티타산이 모두에게 강하게 추천할 만한 명소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적이는 장소보다 조용한 골목, 짧은 산책, 생활 가까운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잘 맞는 곳입니다. 여행이 꼭 멀리 가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이런 길에서 다시 느끼게 됩니다.
저는 티타산 같은 장소가 오래 남습니다. 대단한 장면은 적어도, 걷고 난 뒤 일상의 소리가 조금 부드럽게 들리는 곳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