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시금치나물을 만들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선생님, 이거 냉장고에 넣었는데 왜 다음 날 물이 흥건해져요?” 저도 주방 처음 들어갔을 때 그걸 많이 망쳤습니다. 무친 직후에는 초록색도 예쁘고 고소한데, 하루 지나면 간은 싱거워지고 줄기는 축 처지고, 접시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죠. 시금치나물 보관은 어려운 기술보다 데치는 시간, 물기 짜는 힘, 양념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시금치는 잎이 얇고 수분이 많은 채소라서 보관을 잘못하면 금방 숨이 죽습니다. 특히 따뜻할 때 바로 밀폐용기에 넣거나, 물기를 대충 짜고 참기름까지 넉넉히 넣으면 냉장고 안에서도 맛이 흐려져요. 오늘 만든 나물을 내일도 맛있게 먹고 싶다면 처음부터 보관할 양을 따로 생각하고 무치는 게 좋습니다.
시금치나물은 데친 뒤 식히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시금치나물 보관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데친 상태예요. 너무 오래 데치면 보관 전에 이미 무너집니다. 물 1.5리터에 굵은소금 1큰술을 넣고 팔팔 끓인 뒤, 손질한 시금치 300g을 넣습니다. 줄기부터 먼저 넣고 10초, 전체를 눌러 담근 뒤 20초 정도면 충분해요. 굵은 포기라면 총 40초까지 가도 되지만, 마트에서 흔히 사는 부드러운 시금치는 30초 안쪽이 낫습니다.
데친 뒤에는 바로 찬물에 담가야 합니다. 그냥 체에 밭쳐 식히면 잔열 때문에 계속 익어요. 저는 큰 볼에 찬물을 두 번 갈아줍니다. 첫 번째 물은 뜨거운 기운을 빼고, 두 번째 물에서 흙냄새와 남은 열을 잡습니다. 이 과정을 대충 하면 냉장 보관했을 때 색이 누렇게 가고, 줄기에서 풋내가 올라옵니다.
근데 찬물에 너무 오래 담가두는 것도 좋지 않아요. 2분 이상 담가두면 단맛이 빠집니다. 식었다 싶으면 바로 건져서 물기를 짜야 합니다. 이때 손으로 한 줌씩 잡고 꽉 비트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잎이 뭉개져서 보관 중에 더 빨리 질척해져요. 두 손바닥 사이에 넣고 누르듯이 짜는 게 낫습니다.
물기는 ‘마른 듯하지만 촉촉하게’가 기준입니다
시금치나물 보관 실패의 대부분은 물기입니다. 물기가 많으면 간장이든 소금이든 전부 희석되고, 용기 바닥에 국물이 생깁니다. 반대로 너무 세게 짜면 나물이 질겨지고 양념이 겉돌아요. 제가 수업에서 알려드리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짠 시금치를 손으로 풀었을 때 잎이 서로 붙어 있되, 손바닥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지 않는 정도입니다.
300g 한 단을 데치면 물기를 짠 뒤 보통 180g 안팎이 됩니다. 여기서 바로 양념을 넣기 전에 도마나 볼 안에서 줄기 뭉친 부분을 손으로 살살 풀어주세요. 이걸 안 풀고 무치면 어떤 부분은 짜고 어떤 부분은 싱겁습니다. 보관 후 다시 꺼냈을 때 맛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고요.
보관할 생각이 있다면 양념은 조금 덜 하는 게 좋습니다. 바로 먹을 때는 데친 시금치 180g 기준으로 국간장 1작은술, 다진 마늘 1/3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깨 1작은술 정도가 편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까지 먹을 양이면 국간장은 2/3작은술만 먼저 넣고, 먹기 직전에 소금 한 꼬집이나 국간장 몇 방울로 맞추는 편이 맛이 안정적입니다.
냉장 보관은 2~3일, 용기는 얕은 게 좋습니다
시금치나물은 냉장고에서 보통 2~3일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집마다 냉장고 온도와 문 여닫는 횟수가 달라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3일을 넘기면 맛보다 안전 쪽이 먼저 걱정됩니다. 특히 마늘이 들어간 나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강해지고 물도 더 잘 생깁니다.
보관용기는 깊은 것보다 얕은 것이 좋아요. 깊은 용기에 많이 눌러 담으면 아래쪽 나물은 계속 양념물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면 윗부분은 괜찮아 보여도 밑은 미끌거릴 수 있어요. 가능하면 한 끼 먹을 양씩 나눠 담습니다. 2인 기준으로는 80~100g씩 나누면 꺼내기도 편합니다.
-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기
- 바닥에 물이 생기면 먹기 전에 따라내기
- 깨는 미리 많이 넣기보다 먹기 직전에 조금 더하기
- 젓가락은 깨끗한 것으로 덜어내기
사실 젓가락도 중요합니다. 밥 먹던 젓가락으로 바로 덜었다가 다시 냉장고에 넣으면 나물이 금방 상합니다. 식당 주방에서는 이 부분을 꽤 엄격하게 봅니다. 집에서도 보관용 반찬은 덜어 먹는 습관만 들이면 하루는 더 깔끔하게 갑니다.
양념한 나물과 데친 시금치는 따로 보관하면 더 오래 갑니다
나물을 한 번에 다 무쳐두면 편하긴 합니다. 그런데 시금치를 자주 드시는 집이라면 데친 시금치와 양념한 시금치를 나눠두는 방법이 훨씬 좋습니다. 데친 뒤 물기를 짜고 아무 양념 없이 밀폐용기에 담으면 냉장 2일 정도는 여러 요리에 돌려 쓰기 좋아요. 된장국에 넣어도 되고, 계란말이에 넣어도 되고, 먹기 직전에 나물로 무쳐도 됩니다.
양념을 안 한 데친 시금치는 키친타월을 한 장 깔고 담으면 물이 덜 고입니다. 다만 키친타월이 젖은 채 오래 있으면 냄새가 날 수 있으니 다음 날 먹을 때 빼주는 게 낫습니다. 냉동도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시금치나물로 먹을 거라면 냉동은 추천을 덜 합니다. 해동하면 잎이 많이 물러지고 식감이 축 처져요.
그래도 남은 양이 많다면 냉동할 수 있습니다. 양념하지 않은 데친 시금치를 1회분씩 납작하게 펴서 냉동합니다. 사용할 때는 국이나 볶음밥처럼 식감이 덜 중요한 요리에 넣는 게 좋아요. 나물로 다시 무치려면 해동 후 물기를 한 번 더 짜고, 참기름보다 소금과 깨를 먼저 넣어 맛을 잡아야 합니다.
물이 생겼거나 맛이 흐려졌을 때 살리는 법
냉장고에서 꺼냈는데 바닥에 물이 고여 있으면 먼저 그 물을 따라냅니다. 아깝다고 같이 섞으면 전체가 싱거워져요. 그다음 시금치를 살짝 풀고 간을 봅니다. 싱거우면 국간장 몇 방울보다 소금 한 꼬집이 나을 때가 많습니다. 이미 물이 나온 상태라 간장을 더 넣으면 색이 탁해지고 다시 물이 생기기 쉽거든요.
향이 약해졌다면 참기름을 많이 넣기보다 깨를 손으로 비벼 넣으세요. 깨는 바로 으깨 넣을 때 고소한 향이 살아납니다. 다진 마늘은 추가할 때 조심해야 해요. 보관된 나물에 생마늘을 더 넣으면 향이 튀고 속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넣더라도 아주 조금, 1/4작은술 이하가 적당합니다.
줄기가 질겨졌다면 잘게 썰어서 비빔밥 재료로 돌리는 게 낫습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시 볶으면 더 숨이 죽고 색이 어두워질 수 있어요. 저는 남은 시금치나물에 밥, 계란프라이, 고추장 조금, 참기름 몇 방울 넣고 비벼 먹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이미 양념이 되어 있어서 새 반찬처럼 애쓰지 않아도 맛이 납니다.
시금치나물 보관은 결국 처음 만들 때 결정됩니다. 30초 안팎으로 데치고, 찬물에 빠르게 식히고, 물기를 지나치게 세게도 약하게도 짜지 않는 것. 그리고 보관할 양은 간을 살짝 덜 해서 넣는 것. 이 네 가지만 지키면 다음 날 꺼냈을 때도 “어제 반찬 남은 맛”이 아니라 그냥 괜찮은 나물 맛이 납니다. 저는 나물 반찬이 그런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대단한 재료보다 손의 순서가 맛을 오래 붙잡아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