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천 새술막길, 역사 품은 순우리말 도로
최근 경기도 과천시의 ‘별양꽃냇길’이 ‘2026년 공공갈등관리 우수사례’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길은 오랜 기간 상인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시민 중심의 공간으로 거듭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전에는 ‘굴다리길’로 불렸으나, 시민 공모를 통해 순우리말 이름인 ‘별양꽃냇길’로 새롭게 명명되어 과천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과천중앙공원 맞은편에는 ‘새술막길’이라는 특별한 도로가 있습니다. 이 도로는 과천시 내에서 유일하게 순우리말로 된 도로명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정부과천청사역 1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새술막길은 여러 상점과 식당이 밀집해 있어 과천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새술막길은 조선시대 삼남대로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과천의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 삼남대로는 한양에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로 이어지는 국가의 주요 도로로, 많은 나그네와 상인, 관원들이 이 길을 이용했습니다. 특히 남태령 고개를 넘기 전 마지막 휴식처였던 과천에는 주막들이 들어서 나그네들의 피로를 풀어주었습니다.
‘새술막’이라는 이름은 ‘새로 생긴 술막(주막)’을 뜻하며, 기존 주막거리에서 떨어진 곳에 조성된 새로운 주막 거리에서 유래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술집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소식을 교환하고 휴식을 취하는 정보 교류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한 잔의 탁주와 국밥 한 그릇이 나그네들의 피로를 씻어주던 과천의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과 정부과천청사 건립 등으로 인해 옛 삼남대로와 새술막 주막들은 사라졌습니다. 현재는 실물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과천시는 도로명주소법 시행 당시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새술막길’을 공식 도로명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는 도시화 속에서 사라진 과천의 옛 기억을 도로명으로 되살린 의미 있는 조치입니다.
오늘날 새술막길은 조선시대 주막의 흔적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도로명만으로도 과천의 역사와 문화를 기억하게 합니다. 과천민속예술단 등에서 ‘과천 삼남길 새술막놀이’ 공연을 통해 과거를 재현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도로명 주소가 유일한 역사적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도로명 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새술막길은 단순한 상가 거리를 넘어, 조선시대 삼남대로를 오가던 나그네들의 활기찬 모습과 정겨운 술잔 소리가 겹쳐지는 역사 탐방로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길은 과천 시민들의 따뜻한 소통과 온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과천의 역사를 품은 유일한 순우리말 도로, 새술막길은 오늘도 변함없는 정겨움과 삶의 향기를 전하며 시민들의 발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진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