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포항항에서 울릉도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는데, 옆자리 부부가 숙소 예약 문자만 들여다보고 있더군요. 배는 그날 뜨긴 떴지만 파도가 높아 독도 배는 바로 취소됐습니다. 울릉도여행은 이렇습니다. 숙소 전망이나 맛집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배 시간, 기상, 그리고 섬 안에서 움직일 방법입니다.
울릉도는 제주처럼 비행기 타고 들어가서 렌터카 받는 여행지가 아닙니다. 배가 끊기면 일정이 통째로 밀립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가는 분에게 1박 2일보다는 2박 3일, 가능하면 3박 4일을 권합니다. 특히 직장 복귀일 바로 전날 나오는 일정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출발항 고르는 방법
2026년 9월 기준으로 울릉도 배편은 포항, 포항 영일만, 묵호, 후포 노선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강릉 노선은 운항 여부가 자주 바뀌는 편이라 예약 전 씨스포빌과 가보고 싶은 섬에서 해당 날짜를 다시 봐야 합니다. 울릉도 배는 계절, 선박 검사, 기상에 따라 운항표가 달라집니다.
- 포항 여객선터미널 출발: 쾌속선 위주라 시간이 짧고 도동항 접근이 편합니다.
- 포항 영일만항 출발: 대형 카페리라 시간이 길지만 배가 커서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 묵호항 출발: 수도권 동해선 접근이 괜찮고 소요 시간이 짧은 편입니다.
- 후포항 출발: 차량 선적이나 경북 동해안 이동과 묶기 좋습니다.
처음 가는 울릉도여행이라면 저는 포항 영일만항 대형 카페리를 먼저 봅니다. 배에서 보내는 시간이 6시간 안팎으로 길지만, 밤배를 잘 활용하면 숙박 하루를 배 안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멀미가 덜하고 짧은 일정이 중요한 분은 포항 쾌속선이나 묵호 쪽이 맞습니다. 다만 쾌속선은 파도에 민감합니다. 출항 전날 저녁과 당일 새벽 운항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일정은 하루 여유를 넣어야 합니다
울릉도여행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첫날 오후에 들어가서 셋째 날 오전에 나오는 식의 빡빡한 2박 3일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가능하지만, 하루만 배가 흔들려도 독도는 빠지고 성인봉은 포기하게 됩니다. 저는 보통 첫날은 입도와 숙소 이동, 둘째 날은 섬 일주, 셋째 날은 성인봉이나 독도, 넷째 날은 여유 있게 출도하는 식으로 잡습니다.
독도까지 생각한다면 더 여유가 필요합니다. 독도 배는 울릉도 본섬에 들어가는 배보다 결항률 체감이 높습니다. 바다 날씨가 조금만 틀어져도 접안이 어렵고, 배는 떠도 독도에 내리지 못하고 선회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독도를 여행의 유일한 목표로 잡으면 실망이 큽니다. 독도는 되면 가고, 안 되면 나리분지나 관음도 쪽으로 돌리는 정도가 마음 편합니다.
섬 안 이동은 숙소 위치가 반입니다
울릉도에서 항구는 도동, 저동, 사동으로 나뉩니다. 도동은 오래된 중심지라 식당과 숙소가 많고, 저동은 항구 분위기가 살아 있습니다. 사동은 크루즈와 차량 이동에 유리하지만 밤에 걸어 다닐 곳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배가 어느 항구에 닿는지 모르고 숙소부터 잡으면 첫날부터 택시비가 아깝게 나갑니다.
버스는 해안도로를 따라 주요 마을을 잇지만, 육지 도시 버스처럼 촘촘하진 않습니다. 렌터카는 편하긴 한데 울릉도 도로가 좁고 경사가 심합니다. 초보 운전자는 솔직히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굽은 길에서 마주 오는 버스나 화물차를 만나면 생각보다 긴장됩니다. 운전에 자신이 없으면 택시 투어, 현지 버스, 숙소 픽업 가능 여부를 섞는 편이 낫습니다.
- 도동 숙소: 식당, 산책, 약수공원 접근이 좋습니다.
- 저동 숙소: 항구 풍경과 저녁 식사 동선이 편합니다.
- 사동 숙소: 크루즈 입출항, 차량 이동, 조용한 숙박에 맞습니다.
트레킹은 성인봉보다 날씨를 먼저 봅니다
울릉도 트레킹이라고 하면 성인봉을 먼저 떠올립니다. 정상 높이는 984m라 숫자만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섬 산은 출발 고도가 낮고 습도가 높습니다. 비 온 뒤에는 길이 미끄럽고 안개가 빠르게 올라옵니다.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운동화 하나 신고 가볍게 오를 산은 아닙니다.
처음이라면 행남해안산책로, 내수전 전망대, 나리분지 숲길부터 권합니다. 행남해안산책로는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맛이 좋지만 낙석이나 높은 파도 때 통제될 수 있습니다. 관음도는 다리와 계단이 많아 무릎이 약한 분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그래도 날이 맑으면 북면 바다색이 가장 선명하게 보입니다.
성인봉을 넣을 때는 오전 일찍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오후에는 안개가 올라와 전망이 닫히는 날이 많습니다. 그리고 하산 뒤 바로 배를 타는 일정은 피합니다. 비에 젖은 신발과 땀에 젖은 옷으로 배 안에 앉아 있으면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
울릉도 성수기는 대체로 5월부터 10월까지입니다. 7월 말부터 8월 초는 숙박비가 확 뛰고, 좋은 방은 빨리 빠집니다. 오징어, 독도, 여름휴가 수요가 겹치면 배 좌석도 생각보다 빨리 없어집니다. 이 시기에는 숙소보다 배편을 먼저 잡고, 배편 시간에 맞춰 숙소 지역을 고르는 순서가 맞습니다.
비수기는 조용해서 좋지만 배편이 줄고 식당 영업도 들쭉날쭉합니다. 겨울 울릉도는 설경이 좋지만 여행 난도는 높습니다. 눈과 바람이 같이 오면 섬 안 이동도 어려워집니다. 사진만 보고 겨울 울릉도를 잡는 건 위험합니다. 섬 여행 경험이 적다면 봄 끝자락이나 가을 초입이 낫습니다.
예약 전에는 가보고 싶은 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운항관리센터, 각 선사 공지를 같이 확인합니다. 한 곳만 보고 움직이면 놓치는 게 생깁니다. 특히 출항지는 포항인지 포항 영일만인지, 도착항은 도동인지 사동인지 꼭 나눠 봐야 합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실제 이동 거리는 꽤 다릅니다.
제가 울릉도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에게 하는 말은 늘 비슷합니다. 하루를 더 넣고, 첫 배보다 안정적인 배를 고르고, 독도는 욕심내되 일정 전체를 걸지는 말라는 겁니다. 울릉도는 서두르면 피곤한 섬이고, 하루쯤 비워두면 훨씬 깊게 보이는 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