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릴선은 길이보다 전기 용량이 먼저입니다
얼마 전 캠핑장에서 옆 사이트 초보 가족이 전기장판 두 장에 온풍기까지 꽂아놓고 전기릴선을 감아둔 채 쓰는 걸 봤습니다. 릴선 몸통이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손을 대면 뜨끈하더군요. 캠핑 20년 다니면서 이런 장면을 꽤 봤습니다. 대부분 고장보다 먼저 냄새가 납니다. 플라스틱 타는 냄새요.
전기릴선은 그냥 긴 멀티탭이 아닙니다. 캠핑장 전기함에서 내 텐트까지 전기를 끌어오는 장비라서, 길이와 굵기, 방수, 허용 전력이 다 맞아야 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전기장판, 팬히터 보조 전원, 충전기, 조명까지 한 번에 물리기 쉬워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보통 캠핑장 전기 사용은 사이트당 600W 안팎으로 제한하는 곳이 많습니다. 어떤 곳은 1,000W까지 봐주는 곳도 있지만, 그건 캠핑장마다 다릅니다. 내 전기릴선이 3,000W까지 버틴다고 해서 캠핑장 전기를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비 한계와 캠핑장 규칙은 따로 봐야 합니다.
전기릴선 고를 때 보는 순서
처음 사는 분들은 30m냐 50m냐부터 묻습니다. 사실 저는 길이는 두 번째로 봅니다. 먼저 보는 건 전선 굵기와 완전 풀림 사용 여부입니다. 릴선은 감겨 있으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상태에서 감아두면 내부 온도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1. 전선 굵기
캠핑용으로는 1.5SQ 이상을 권합니다. 전기장판 하나, 조명, 휴대폰 충전 정도면 1.5SQ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겨울 캠핑을 자주 가고 전열기 사용이 잦다면 2.5SQ 제품이 마음 편합니다. 대신 무겁습니다. 백패킹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2.5SQ 30m만 들어도 짐 하나가 늘어난 느낌이 납니다.
2. 길이
오토캠핑장 기준으로 20m는 짧을 때가 있고, 30m가 가장 무난합니다. 50m는 넓은 캠핑장이나 전기함 위치가 애매한 곳에서 좋지만, 부피와 무게가 커집니다. 저는 일반 오토캠핑은 30m, 전기함 배치가 들쑥날쑥한 오래된 캠핑장은 50m를 챙깁니다. 차박은 주차 위치가 전기함과 가까운지에 따라 10m 보조선만으로 끝나는 날도 있습니다.
3. 방수와 덮개
야외에서 쓰는 물건이니 콘센트 덮개는 있어야 합니다. 비 오는 날 바닥에 릴선을 내려놓으면 물이 고이는 자리로 굴러갑니다. 생각보다 자주 생기는 일입니다. 방수형이라고 적혀 있어도 물웅덩이에 담가 쓰는 물건은 아닙니다. 저는 릴선 본체를 낮은 박스나 캠핑 폴딩박스 위에 올려두고 씁니다. 작은 습관인데 사고 확률을 많이 줄입니다.
- 일반 오토캠핑: 1.5SQ, 30m면 대체로 무난
- 겨울 장박이나 전열기 사용 많음: 2.5SQ, 30m 이상 고려
- 차박 위주: 주차 환경에 따라 10m 보조선과 20m 릴선 조합
- 우중 캠핑 자주 감: 방수 덮개, 누전 차단 기능 확인
감아둔 채 쓰면 왜 위험한가
전기릴선 사고는 대부분 욕심에서 시작합니다. 춥다고 온풍기 하나 더 꽂고, 귀찮다고 릴선을 다 안 풉니다. 그런데 릴선은 감긴 상태에서 전류가 흐르면 열이 안쪽에 쌓입니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안쪽 피복이 먼저 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겨울 캠핑에서 실수한 적이 있습니다. 30m 릴선을 10m만 풀고 전기장판 두 개를 물렸습니다.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나왔는데 릴선 드럼 쪽에서 냄새가 올라오더군요. 손으로 만져보니 뜨거웠습니다. 그때 이후로 전기장판을 쓰는 날은 무조건 릴선을 끝까지 풉니다. 남는 선은 텐트 뒤쪽에 넓게 펼쳐둡니다. 동그랗게 감지 않습니다.
전기장판은 약해 보이지만 장시간 켜놓는 장비입니다. 온풍기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작은 제품도 500W, 800W는 금방 나옵니다. 캠핑장 전기 제한이 600W인데 800W 온풍기를 쓰면 이미 선을 넘은 겁니다. 차단기가 떨어지는 정도면 다행입니다. 낡은 콘센트나 약한 릴선이 먼저 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격대별로 보면 이렇게 나뉩니다
전기릴선은 비싸다고 무조건 내 캠핑에 맞는 게 아닙니다. 한 달에 한 번 가족 캠핑 가는 분과 겨울 장박하는 분, 차박 위주인 분이 같은 걸 살 필요는 없습니다.
2만~4만 원대
가벼운 10m, 20m 제품이 많습니다. 여름 캠핑, 조명, 충전기, 선풍기 정도면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전열기까지 생각한다면 제품 표기와 전선 굵기를 꼼꼼히 봐야 합니다. 너무 얇고 가벼운 제품은 캠핑 메인 전원으로 쓰기보다 보조 연장선에 가깝게 보는 게 낫습니다.
5만~8만 원대
초보 캠퍼에게 가장 현실적인 구간입니다. 1.5SQ 30m 방수형 제품이 이 가격대에 많이 있습니다. 오토캠핑장에서 전기장판 한두 개, 조명, 충전기 정도 쓰는 패턴이면 이 정도가 과하지 않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첫 릴선을 묻는다면 보통 이 구간을 먼저 보라고 합니다.
10만 원 이상
2.5SQ, 50m, 누전 차단기, 산업용에 가까운 튼튼한 구조가 들어가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겨울 장박, 대형 텐트, 전기 사용량이 많은 세팅이라면 살 만합니다. 하지만 미니멀 캠핑이나 백패킹 성향이라면 너무 무겁고 큽니다. 좋은 장비가 짐이 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 싸게 사도 되는 경우: 여름 위주, 조명과 충전 중심
- 중간 가격대가 맞는 경우: 사계절 오토캠핑, 전기장판 사용
- 비싼 제품이 맞는 경우: 겨울 장박, 긴 거리 배선, 전력 여유 중시
캠핑장에서 실제로 쓰는 요령
전기릴선은 설치할 때 5분만 신경 쓰면 됩니다. 먼저 전기함에서 내 사이트까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을 피해서 깝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통로에 선이 걸리면 넘어집니다. 밤에는 더 안 보입니다. 어쩔 수 없이 통로를 지나야 한다면 매트 밑에 대충 숨기지 말고 눈에 보이게 낮게 고정하는 게 낫습니다.
비가 올 때는 연결부가 바닥에 닿지 않게 합니다. 콘센트끼리 연결한 부분은 방수 커버 안에 넣거나 박스 위로 올립니다. 저는 작은 플라스틱 박스를 하나 전기 전용으로 씁니다. 그 안에 멀티탭을 넣고, 뚜껑은 완전히 닫지 않고 선이 눌리지 않게 살짝 띄워둡니다. 보기엔 별거 아닌데 우중 캠핑 때 마음이 편합니다.
멀티탭도 중요합니다. 릴선은 좋은데 집에서 쓰던 낡은 멀티탭을 가져오면 약한 고리가 거기서 생깁니다. 스위치 헐겁고 콘센트 구멍 탄 자국 있는 건 캠핑장에 가져오지 않는 게 맞습니다. 전기장판 플러그가 헐겁게 흔들리는 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 릴선은 사용하는 동안 전부 풀어둔다
- 전기장판과 온풍기를 같은 멀티탭에 몰아 꽂지 않는다
- 연결부는 바닥 물기와 떨어뜨린다
- 전기함 주변에서 선을 세게 잡아당기지 않는다
- 철수할 때 피복 눌림, 탄 냄새, 변색을 확인한다
초보가 굳이 안 사도 되는 것
처음부터 50m 고급 릴선, 대형 전기 가방, 전용 거치대까지 다 살 필요는 없습니다. 캠핑을 몇 번 다녀보면 내 사이트 배치가 보입니다. 전기함 가까운 캠핑장만 다닌다면 50m는 거의 짐입니다. 반대로 오래된 캠핑장이나 노지에 가까운 사설 캠핑장을 자주 가면 20m는 답답합니다.
릴선 정리 가방도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저는 한동안 전용 가방을 썼는데, 젖은 선을 넣으면 안쪽이 더러워져서 결국 통풍되는 박스로 바꿨습니다. 장비는 멋보다 철수 후 관리가 편해야 오래 씁니다.
전기릴선은 눈에 띄는 장비가 아니라서 대충 사기 쉽습니다. 그런데 캠핑장에서 조용히 제일 큰 일을 하는 장비 중 하나입니다. 텐트나 의자보다 재미는 없지만,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내고 사고 없이 철수하게 해주는 건 이런 기본 장비입니다. 저는 캠핑 장비 살 때 늘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내 캠핑 스타일에 맞고, 무리하지 않고, 관리가 쉬운 물건. 전기릴선도 딱 그 기준이면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