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 컬링 영상을 다시 돌려보다가, 점수판보다 선수 손끝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캐나다가 남자 컬링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꽤 깔끔한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그 과정에 붙은 이중터치 논란을 따라가면 훨씬 복잡합니다. 컬링은 원래 조용한 종목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우스 안의 스톤보다 릴리스 순간의 손가락 하나가 더 뜨거운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캐나다 금메달, 숫자로 보면 꽤 단단했다
캐나다 남자 대표팀은 브래드 제이컵스를 스킵으로, 마크 케네디, 브렛 갤런트, 벤 허버트가 주축을 이룬 팀이었습니다. 라운드로빈 성적은 7승 2패. 무패로 치고 나간 스위스가 있었기 때문에 압도적인 1위 행진은 아니었지만, 토너먼트에 들어간 뒤에는 경기 운영이 확실히 날카로웠습니다.
금메달 결정전 상대는 영국의 브루스 모왓 팀이었습니다. 최종 스코어는 캐나다 9-6 영국. 경기 흐름만 보면 9엔드가 승부의 중심이었습니다. 8엔드까지 영국이 6-5로 앞서 있었는데, 캐나다가 9엔드에 3점을 뽑아 8-6으로 뒤집었습니다. 컬링에서 후반 3득점은 그냥 점수 3개가 아닙니다. 상대의 엔드 설계와 가드 배치, 마지막 샷 압박까지 한 번에 무너뜨리는 장면입니다.
10엔드도 의미가 컸습니다. 영국은 2점을 만들어 연장으로 끌고 가야 했고, 캐나다는 맞히고 버티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모왓의 마지막 샷이 완벽하게 두 개를 지우지 못하면서 캐나다가 1점을 스틸했고, 스코어는 9-6으로 끝났습니다. World Curling 기록 기준으로도 캐나다의 9엔드 3득점과 10엔드 스틸은 이 경기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 두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메달보다 먼저 번진 손끝 논란
문제의 단어는 이중터치였습니다. 컬링에서 선수는 호그라인 전에 스톤 손잡이를 놓아야 합니다. 손잡이를 잡고 미세 조정하는 건 릴리스 전까지 허용되지만, 릴리스 뒤 움직이는 스톤의 화강암 부분을 다시 건드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규정상 그런 스톤은 번드 스톤으로 처리돼 제거될 수 있습니다.
논란은 캐나다와 스웨덴의 남자 라운드로빈 경기에서 크게 불붙었습니다. 캐나다가 8-6으로 이긴 경기였고, 스웨덴의 오스카르 에릭손은 마크 케네디의 릴리스 동작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영상상으로는 케네디의 손가락이 스톤을 다시 건드린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퍼졌고, 경기 중 감정적인 언쟁도 이어졌습니다. 캐나다 쪽은 고의적인 반칙이나 부정행위로 몰리는 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사실 이 지점이 컬링답게 묘합니다. 축구라면 VAR, 테니스라면 호크아이처럼 바로 시스템을 떠올리겠지만, 컬링은 오랫동안 선수 자율과 스포츠맨십을 바탕으로 굴러온 종목입니다. 심판이 있긴 하지만 모든 투구를 바로 옆에서 감시하는 구조가 아니고, World Curling도 당시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 중 결정을 다시 뒤집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했습니다.
이중터치는 정말 경기력을 바꿨을까
팬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이겁니다. 손가락이 닿았다고 해서 실제로 스톤 궤적이 바뀌었느냐. 이 질문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스톤은 약 20kg에 가까운 무게를 가진 물체이고, 얼음 위에서 이미 속도와 회전을 갖고 움직입니다. 릴리스 직후 손끝이 살짝 닿는 정도가 눈에 띄는 방향 전환을 만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문제도 아닙니다. 컬링은 센티미터 단위의 경기입니다. 같은 라인이라도 회전 수가 조금 달라지고, 초반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 바뀌면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올림픽 같은 무대에서는 선수들이 릴리스 감각을 수천 번 반복해 만든 상태로 경기합니다. 그래서 의도가 있었느냐와 별개로, 규정 위반 가능성이 보이는 동작 자체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후 반응입니다. World Curling은 남은 경기에서 호그라인 근처 감시를 강화했습니다. 그러자 캐나다 여자팀의 레이철 호먼, 영국 남자팀의 바비 래미도 이중터치 판정으로 스톤이 제거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이 논란은 캐나다 한 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관행처럼 흐릿하게 넘어갔던 릴리스 동작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든 사건에 가까웠습니다.
캐나다는 논란을 안고도 왜 이겼나
논란이 커질수록 캐나다 남자팀의 멘털이 흔들릴 법했습니다. 특히 케네디는 2010년 금메달, 2022년 동메달 경력이 있는 베테랑입니다. 이번 금메달로 올림픽 컬링 메달 3개를 쌓았고, 캐나다 컬링 역사에서도 꽤 묵직한 이름이 됐습니다. 그런 선수가 규정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 이야기의 온도를 더 올렸습니다.
그런데 경기력만 떼어놓고 보면 캐나다의 우승은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라운드로빈 7승 2패로 상위권을 지켰고, 준결승에서는 노르웨이를 9-5로 잡았습니다. 금메달전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스킵인 모왓을 상대로 후반 승부처를 버텼습니다. 특히 9엔드 3득점은 논란이 아니라 샷 메이킹과 엔드 관리의 문제였습니다. 좋은 팀은 소란 속에서도 점수를 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캐나다 금메달의 가치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이야기라기보다, 컬링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정성을 보여줄 것인지 묻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선수 자율을 믿는 문화는 컬링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초고화질 중계와 느린 화면, 소셜미디어 클립이 경기의 일부가 된 시대에는 그 믿음만으로는 팬들의 의심을 다 잠재우기 어렵습니다.
기록은 남고, 논란은 규칙을 바꾼다
캐나다의 남자 컬링 금메달은 기록표에 또렷하게 남습니다. 9-6, 9엔드 3득점, 10엔드 스틸, 그리고 2014년 이후 캐나다 남자 컬링의 올림픽 정상 복귀. 이 숫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습니다. 근데 그 옆에는 이중터치 논란도 같이 따라붙을 겁니다. 좋은 경기였고, 동시에 불편한 질문을 남긴 대회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논란이 컬링을 망쳤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종목이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 안으로 들어오면서, 오래된 관습과 현대 스포츠의 감시 체계가 부딪힌 순간으로 보입니다. 손끝 하나가 금메달의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제 컬링도 그 손끝을 어떻게 판정하고, 어떻게 팬들에게 납득시킬지 더 분명한 답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