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정시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습니다. 성적은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원서 넣는 기간이 생각보다 짧아서 갑자기 불안해졌다는 말이었어요. 사실 정시는 공부만큼이나 일정 관리가 중요합니다. 수능 성적표를 받은 뒤 마음을 추스르고, 대학별 환산점수를 비교하고, 가군·나군·다군 조합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2027학년도 기준으로 정시 원서접수는 2027년 1월 4일 월요일부터 1월 7일 목요일 사이에 대학별로 3일 이상 진행됩니다. 모든 대학이 같은 시각에 시작하고 같은 시각에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시한 큰 일정 안에서 대학별 모집요강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험생은 전체 일정표와 지원 대학별 세부 일정을 같이 봐야 합니다.
정시일정은 수능 성적표 받은 날부터 시작이 아닙니다
많은 학생이 수능 성적 통지일인 2026년 12월 11일 금요일을 정시 준비의 출발점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그날 시작하면 꽤 늦습니다. 이미 9월 모의평가 이후부터 지원 가능권을 넓게 잡아두고, 수능 직후에는 가채점 기준으로 1차 지원군을 만들어 두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정시에서 가장 흔한 실패 패턴은 점수 자체보다 판단 시간이 부족해서 생깁니다. 예를 들어 국어가 예상보다 낮고 탐구가 잘 나온 학생은 단순 백분위 합보다 대학별 반영비율을 봐야 합니다. 어떤 대학은 수학 반영이 크고, 어떤 대학은 탐구 변환표준점수 영향이 큽니다. 이 차이를 원서접수 직전에 처음 계산하면 마음이 급해져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선택을 하게 됩니다.
- 2026년 11월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
- 2026년 12월 11일: 수능 성적 통지
- 2027년 1월 4일~1월 7일 중 3일 이상: 정시 원서접수
- 2027년 2월 5일까지: 정시 최초 합격자 발표
- 2027년 2월 10일~2월 12일: 최초 합격자 등록
가군·나군·다군은 점수표가 아니라 조합 싸움입니다
2027학년도 정시 전형기간은 가군이 2027년 1월 11일부터 17일까지, 나군이 1월 18일부터 24일까지, 다군이 1월 25일부터 31일까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시는 군별 1개 대학씩 지원하는 구조라서, 세 장의 카드를 어떻게 나눌지가 중요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흔들리는 지점은 상향·적정·안정의 비율입니다. 세 장 모두 상향으로 쓰면 발표 전까지는 기분이 좋지만, 충원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버거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 장 모두 안정으로 쓰면 합격 가능성은 올라가도 입학 후 아쉬움이 남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보통 성적대와 모집단위 변동을 본 뒤 상향 1장, 적정 1장, 안정 1장을 기본값으로 두고 조정합니다.
다만 이 공식이 모든 학생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재수 의사가 거의 없는 학생, 특정 학과만 원하는 학생, 통학 가능 지역이 좁은 학생은 안정 카드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의학계열·교대·상위권 공대처럼 경쟁 흐름이 예민한 모집단위는 전년도 입시 결과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모집 인원, 수시 이월 인원, 반영비율 변화를 같이 봐야 합니다.
원서접수 전에는 세 가지 파일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정시일정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머릿속 계획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원서접수 전 최소 세 가지 자료를 만들게 합니다. 첫째는 지원 후보 대학표, 둘째는 대학별 환산점수표, 셋째는 마감 시각 체크표입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엑셀이나 노트 앱으로도 충분합니다.
지원 후보 대학표에는 대학명, 모집단위, 군, 모집 인원, 전년도 합격선, 올해 변경사항을 적습니다. 대학별 환산점수표에는 내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을 대학 방식으로 바꿔 적습니다. 마감 시각 체크표에는 원서접수 시작일, 최종 마감일, 서류 제출 여부, 결제 완료 여부를 따로 표시합니다. 정시는 접수만 눌렀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전형료 결제까지 끝나야 접수가 완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지원 후보는 처음부터 3개만 고르지 말고 8~12개 정도로 넓게 잡기
- 대학별 반영비율이 유리한 곳과 불리한 곳을 색으로 구분하기
- 원서접수 마지막 날 오후에는 접속 지연을 고려해 움직이기
- 수시 합격자는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 지원 제한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기
정시 합격자 발표 뒤에도 일정은 계속됩니다
정시 최초 합격자 발표는 2027년 2월 5일 금요일까지 진행됩니다. 여기서 합격했다고 바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최초 합격자 등록 기간은 2027년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입니다. 등록 기간을 놓치면 합격이 취소될 수 있으니, 합격 가능성이 있는 대학은 발표일과 등록 마감 시간을 따로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구간이 미등록 충원입니다. 2027학년도 정시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는 2027년 2월 17일 수요일 18시까지 진행되고, 홈페이지 발표는 마지막 날 14시까지로 제한됩니다. 그 뒤 시간대에는 개별 통보가 중심이 됩니다. 휴대전화 수신 상태, 보호자 연락처, 부재중 전화 확인이 실제 합격 여부를 가를 수 있습니다.
정시 미등록 충원 등록 마감은 2027년 2월 18일 목요일 22시까지입니다. 이후 추가모집은 2027년 2월 19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집니다. 추가모집은 기회처럼 보이지만 모집 인원과 학과가 제한적이고 속도가 빠릅니다. 처음부터 추가모집을 기대하고 정시 세 장을 가볍게 쓰는 전략은 위험합니다.
현실적인 정시 준비 순서는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수능 전에는 희망 대학을 넓게 잡고, 수능 직후에는 가채점으로 1차 군별 조합을 만듭니다. 성적표가 나오면 대학별 환산점수를 계산하고, 수시 이월 인원 발표 이후에는 모집 인원 변동을 반영합니다. 원서접수 기간에는 경쟁률을 보되, 마지막 경쟁률 숫자에만 끌려다니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경쟁률은 참고 자료이지 정답지가 아닙니다. 작년에 경쟁률이 낮았던 학과가 올해 몰릴 수 있고, 마감 직전까지 조용하던 모집단위가 마지막 몇 시간에 급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 점수의 강점, 대학별 반영 방식, 모집 인원, 지원자 심리를 같이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정시일정은 달력에 날짜를 적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의 압박을 줄이는 시스템입니다. 일정이 머릿속에만 있으면 불안이 커지고, 표로 꺼내두면 판단이 조금 차분해집니다. 저는 정시 준비생에게 늘 같은 말을 합니다. 마지막 며칠에 모든 걸 걸기보다, 12월부터 지원 후보를 좁혀가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세 장을 만드는 쪽이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