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여행을 유명 코스 옆 골목으로 걸어봤더니 보인 것들

하코다테여행을 유명 코스 옆 골목으로 걸어봤더니 보인 것들

얼마 전 하코다테를 걸었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전망대에서 본 야경보다 아침 골목의 젖은 돌바닥이었다. 바다는 가까웠고, 전차는 천천히 지나갔고,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간보다 조금 이른 골목에는 동네 사람이 장바구니를 들고 지나갔다. 하코다테여행은 유명한 장면이 워낙 강한 도시라서 처음엔 나도 그 장면을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하루쯤은 속도를 낮춰도 괜찮다. 이 도시는 크게 보려고 할 때보다 작게 걸을 때 더 다정했다.

아침 시장보다 한 박자 늦은 골목

하코다테 아침 시장은 여행자에게 꽤 익숙한 장소다. 해산물 덮밥, 게, 멜론, 활기찬 호객 소리까지 한 번쯤 들러볼 이유가 있다. 다만 사람 적은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시장 한가운데보다 주변 골목을 천천히 도는 쪽이 더 좋았다. 오전 7시 전후에는 식사하려는 여행자가 몰리지만, 9시가 조금 넘으면 골목의 온도가 달라진다.

나는 시장에서 바로 밥을 먹지 않고 뒤쪽 작은 길로 빠졌다. 낡은 간판이 붙은 식당, 영업 준비를 끝낸 가게, 바다 쪽으로 나는 짠 냄새가 섞여 있었다. 가격표를 크게 걸어둔 집보다, 동네 사람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화려한 메뉴판은 없었지만 밥 한 그릇 먹고 나왔을 때 마음이 더 편했다.

모토마치 언덕은 전망보다 생활감이 좋았다

모토마치는 하코다테여행에서 빠지기 어려운 동네다. 교회와 옛 영사관, 바다로 내려가는 언덕길이 있어서 사진 찍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사람이 적은 느낌을 찾는다면 대표 언덕에서 조금만 비켜 걷는 게 좋다. 관광객이 줄 서는 길에서 5분만 옆으로 가도, 갑자기 빨래가 널린 집과 조용한 담장, 작은 우편함이 보인다.

하코다테의 언덕은 생각보다 경사가 있다. 짧은 거리라도 계속 오르내리면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오히려 빨리 보려는 마음이 사라진다. 나는 하치만자카처럼 유명한 길도 좋았지만, 그보다 이름 모를 옆길에서 오래 멈췄다. 바다를 향해 열린 골목 사이로 전차 소리가 작게 올라오고, 멀리 항구의 크레인이 보였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하루를 잠깐 빌려 걷는 기분이었다.

걸을 때 좋았던 시간대

  • 오전 8시 전후: 단체 여행객이 몰리기 전이라 언덕이 비교적 조용하다.
  • 오후 3시 무렵: 빛이 부드러워지고 골목 그림자가 길어진다.
  • 해 질 무렵 직전: 야경 인파가 움직이기 전에 동네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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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를 타고 일부러 한 정거장 덜 갔다

하코다테 시내 전차는 이 도시의 리듬을 가장 잘 보여준다. 지하철처럼 빠르지 않고, 버스처럼 복잡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나는 목적지 바로 앞에서 내리지 않고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걸었다. 이렇게 하면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 된다.

전차 정류장 주변에는 작고 낡은 찻집이나 동네 빵집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전부 특별한 맛집은 아니다. 어떤 곳은 평범하고, 어떤 곳은 기대보다 심심하다. 그런데 그런 평범함이 하코다테에서는 꽤 좋았다. 관광지의 성공한 맛보다, 동네에서 오래 버틴 맛이 더 오래 남는 날이 있다.

특히 비가 살짝 오던 날에는 전차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혀 도시가 느리게 번졌다. 유명한 장소를 하나 덜 보더라도, 정류장에서 내려 15분쯤 걷는 시간이 더 여행 같았다. 하코다테여행을 계획할 때 일정표에 빈칸을 하나 남겨두면 이런 순간이 들어온다.

항구 근처 창고 거리의 뒷면

붉은 벽돌 창고는 하코다테에서 꽤 유명한 장소다. 쇼핑도 할 수 있고, 바다와 건물이 함께 보여서 사진도 잘 나온다. 하지만 주말 낮에는 사람이 많아 조금 피곤할 수 있다. 나는 창고 정면보다 뒤편 길과 항구 쪽 산책로가 더 마음에 들었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오래 서 있기 어렵지만, 그 덕분에 사람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바다 냄새가 분명하고, 창고 벽의 색은 흐린 하늘 아래에서 더 차분해 보인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뭔가 대단한 볼거리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걸으면서 배가 묶인 줄, 창고 옆 작은 문, 바람에 흔들리는 표지판을 보는 정도다. 그런 장면들이 도시의 표정을 만든다.

조용하게 걷고 싶을 때 챙길 것

  • 바람막이: 항구와 언덕 주변은 체감 온도가 낮게 느껴진다.
  • 편한 신발: 돌길과 언덕이 많아 예쁜 신발보다 발 편한 신발이 낫다.
  • 작은 현금: 오래된 가게나 동네 식당은 현금이 편한 경우가 있다.
  • 여유 시간 30분: 길을 잘못 들어도 그 시간이 오히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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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여행에서 좋았던 건 덜 유명한 순간

사실 하코다테에 가면 야경도 보고 싶고, 시장 음식도 먹고 싶고, 모토마치 사진도 찍고 싶다. 그 마음은 자연스럽다. 나도 그랬다. 다만 그 사이에 사람 적은 길을 조금 끼워 넣으면 도시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인다. 유명한 장소는 하코다테의 얼굴이고, 골목은 표정에 가깝다.

내가 좋았던 코스는 단순했다. 아침 시장 주변을 한 바퀴 걷고, 전차로 모토마치 근처까지 이동한 뒤 언덕 옆길을 천천히 오른다. 오후에는 항구 뒤편을 걷고, 해가 기울 때쯤 붉은 벽돌 창고 주변에 잠깐 머문다. 하루에 3곳만 잡아도 충분했다. 이동 거리가 길지 않아도 언덕과 바람 때문에 체력은 은근히 쓰인다.

하코다테여행은 많이 보는 여행보다 오래 보는 여행이 어울린다. 유명한 장면을 지나친 뒤에도 골목 끝에 서 있으면, 이 도시가 왜 오래된 항구도시인지 조금은 느껴진다. 반짝이는 순간보다 조용히 남는 장면이 더 많았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일정표를 더 비워두고, 전차가 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모르는 정류장에 한 번 더 내려보고 싶다.

하코다테여행을 유명 코스 옆 골목으로 걸어봤더니 보인 것들 - 요약